[© 최광민] 전공의들은 "노동자"일까?

일상

[© 최광민] 전공의들은 "노동자"일까?

草人! 2024. 3. 25. 06:24
작성

© 草人 최광민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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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최광민] 전공의들은 "노동자"일까?

순서
  1. 전공의는 노동자일까?
  2. 전공의는 노동조합원이 될 수 있을까?
  3. # 근로기준법 제 59조 상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규정: 80시간
  4. 국제노동기구는 뭐라 말하게 될까?


투쟁!



# 전공의는 '노동자'일까?

결로부터 말하자면, 전공의는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노동자'에 해당한다. 다만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통상적 의미의 노동자/근로자는 아니다. 대신 전공의들은 개별 병원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른 '수련 계약'을 체결한다. 해당 법 조항은 조금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개업의가 주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의협)'은 의료법 제28조가 규정한 법정단체이자 의사들의 이익이나 권리 관련 분야를 대변하는 협회로, 한국의 "모든" 의사들은 의사 면허를 받는 순간 자동적으로 의협의 회원이 된다. 협회원으로서의 지위는 면허를 유지하는 한 지속되며, 따라서 다른 직종에 종사해 환자를 보지 않거나 혹은 질병/고령 등을 이유로 볼 수 없는 '의사' 역시 '의사'로서 총 '의사' 수에 합산된다. 의협이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으며 그동안 오히려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건 바로 이 '총'의사 수를 사용한 트릭이다. 중병에 걸렸을 때 손을 부들부들 떠는 80대 외과의사(면허소지자)나 "의사" 안철수 "의원" 같은 장롱면허소지자의 진료를 받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국가로부터 의사면허를 받은 모든 이를 회원대상으로 하는 의협에 소속되어 있지만 "실제로 환자를 보는 의사면허소지자"들만 통상적인 의미로 "의사"라고 해보자. 이 경우 의사는 개업한 사업주인 "개업의"와 병원 및 기타 의료기관에 소속되어 임금을 받는 "봉직의 (페이닥터)" 둘로 나눠볼 수 있다. 일단 개업의는 현행법 상 일단 노동자/근로자의 범주에 넣기 힘들기 때문에, 여기서는 봉직의들만 고려토록 하자.

우선 한국에서 불리는 '전공의'의 개념부터 정리해 보자. 병원과 개별개약하는 전공의는 수련생 신분인 동시에 봉직의 이기도 하다. 이들은 다시 크게 둘로 나뉜다.

  • 인턴(Intern)이란, 의과대학 과정을 수료한 후 의사면허를 취득한 '일반의'이며, 특정된 전공과목 없이 수련병원의 모든 전공과를 로테이션하는 수련 1년차 일반의를 말한다. 통칭 '수련의'라고도 불린다.
  • 레지던트(Resident)란, 수련 연차 상 R1/R2/R3/R4로 나뉘며, 진료 전공과목을 정한 후 총 수련 연차 2-5년 과정의 의사들이며,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해당 전공의 '전문의'가 된다 자격을 취득한다. 통상적으론 이들 레지던트를 '전공의'라 부른다.

이들 인턴/레지던트는 모든 의사를 대표하지 않는, 한시적이고 특수한 직군의 의사들이다. 물론 "전공의"란 직군의 의사들은 전문의 제도가 존속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겠지만, 전공의 본인들이 평생 인턴/레지던트를 하다 의사생활을 마치는건 아니다. 1990년대 전공의 신분으로 지금과 거의 동일한 화두를 내세우며 가열찬 의대증원반대 시위를 했던 이들이 개원의가 되거나 대학병원 교수가 된지는 이미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다.  따라서 '모든 의사'와 '전공의'를 뒤섞는 오류를 보여선 안된다.







1990년대부터 보아온 양상이긴 하지만, 정부와 의사 간 분쟁이 발생하면 늘 이들 '전공의'들이 별동대 처럼 앞에 나서서 '의료현장의 참담한 노동현실'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런데 이 경우 논점이 호도되기 쉽다. 전공의 - 전문의 - 개원의 - 봉직의들의 이해관계는 서로 꽤 다르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전체의사들에 대한 대표성을 가진 것도 아니고, 또 전공의들이 '오직 임금'만을 위해 일한다고 볼 사람도 없다.

우선 전공의 협의회 (Korean Intern Resident Association, 대표: 박단) 웹싸이트를 찾아가서 이들 인턴/레지던트들이 자신들의 '신분'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http://youngmd.org/

대한민국 전공의의 대표 단체이자 수련단위 연합체로서의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피교육자와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 근로자라는 전공의의 이중적 신분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주장, 이행하며 이 땅의 왜곡된 의료 환경에 대해 저항한 2000년 투쟁의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이라는 정신을 계승하여 전공의가 주도적으로 올바른 의료 환경 마련을 위한 한국 의료의 주체 세력으로 자리 잡을 것을 다짐하며 이를 위해 강력하고 민주적인 대한전공의협의회로 거듭날 것을 의료개혁 원년 12월에 천명합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들 대다수가 생각없이 믿고 다니던 소위 Big 5 병원의 의사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비율의 의사들이, 의대 졸업 후 1-5년 차들인 전공의들인지 실상을 알게 되었는데, 서울대병원이 무려 46.2%, 세브란스병원(40.2%), 삼성서울병원(38.0%), 서울아산병원(34.5%), 서울성모병원(33.8%) 순이다.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도급계약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실제로 근로자/노동자가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노동의 제공하였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전공의의 '노동자/근로자로서의 지위'에 대한 대표적인 판례는 '사직한 전공의의 퇴직금 정산문제'를 놓고 벌어진 재판의 대법원 1991.11.8 선고 91다 27730 이 있다.

이 판결은, 전공의가 비록 전문의시험 자격취득을 위한 필수적인 수련과정에서 수련병원에 근로를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 전공의의 지위는 교과과정에서 정한 환자진료 등 피교육자적인 지위와 함께 병원에서 정한 진료계획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
  • 병원측의 지휘감독 아래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사용, 종속관계가 있다

고 보고, 따라서 전공의는 병원 경영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여기서 언급한 근로기준법 제14조 (근로자의 정의)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以下事業이라 한다)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자를 말한다.<개정 1974. 12. 24.>"이다. 비록 "전문의 수련생으로서의 전공의"가 여타 봉직의와 달리 "임금 만을 목적으로" 일하진 않지만, 임금도 그 목적 중 하나이기에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근로자가 된다.

읽어보자.


법원 1991. 11. 8. 선고 91다27730 판결 [퇴직금] [공1992.1.1.(911),80]
변경된 판례인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다카21296 판결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판시사항

가. 전공의가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나. 근로기준법 제14조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퇴직금 지급의 약정 등이 없더라도 같은 법 제 28조 소정의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전공의가 비록 전문의시험 자격취득을 위한 필수적인 수련과정에서 수련병원에 근로를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전공의의 지위는 교과과정에서 정한 환자진료 등 피교육자적인 지위와 함께 병원에서 정한 진료계획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고 또한 병원측의 지휘감독 아래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사용, 종속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전공의는 병원 경영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퇴직금 제도를 설정한 바 없거나 퇴직금 지급의 약정이 없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14조에 해당하는 근로자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법 제28조가 정하는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참조조문

가. 근로기준법 제14조 / 나. 같은법 제28조

근로기준법

[시행 1975. 1. 1.] [법률 제2708호, 1974. 12. 24., 일부개정]

제14조 (근로자의 정의)이 법에서 근로자라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以下事業이라 한다)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자를 말한다.<개정 1974. 12. 24.>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89.7.11. 선고 88다카21296 판결(공1989,1222) / 나. 대법원 1978.6.27. 선고 78다425 판결(집27①민213), 1979.10.30. 선고 79다1561 판결, 1987.2.24. 선고 86다카1355 판결(공1987,520)

원고(선정당사자), 피상고인
원고(선정당사자)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광주고등법원 1991.7.10. 선고 91나187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적법히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선정당사자)가 비록 전문의시험 자격취득을 위한 필수적인 수련과정에서 판시와 같이 근로를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선정당사자)의 피고에 대한 지위는 전공의로서 그 교과과정에서 정한 환자진료 등 수련을 거치는 피교육자적인 지위와 함께 피고 산하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정한 진료계획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고 또한 원고(선정당사자)는 위 병원측의 지휘감독 아래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피고와의 사이에는 실질적인 사용, 종속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니 원고(선정당사자)는 피고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근로기준법 제14조에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피고는 같은 법 제28조에 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당원 1989.7.11. 선고 88다카21296 판결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선정당사자)는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이고, 피고는 같은 법 제28조가 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의 지적과 같은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없다.

2. 논지는 피고가 고용계약 체결시에 퇴직금 제도를 설정하였거나 퇴직금 지급을 약정한 바 없으므로 원고(선정당사자)는 근로기준법 제28조가 정한 퇴직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도 원심이 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탓하나 소론과 같이 퇴직금 제도를 설정한 바 없거나 퇴직금 지급의 약정이 없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14조에 해당하는 근로자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법 제28조가 정하는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 당원 1979.10.30. 선고 79다1561 판결; 1987.2.24. 선고 86다카1355 판결 각 참조), 논지는 받아들일 바 못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만호 
 
대법관 
박우동 
 
대법관 
김상원 
 
대법관 
윤영철 


"전문의"도 근로상황에 따라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노동자 여부가 갈린다.

일례로, 개인병원에 고용된 과장급 전문의가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에 있어 독자적 책임 하에 진료를 행한다 하더라도, 원장이 경영하는 병원에 소속되어 노동의 제공하면서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지급받는다면,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성 (노동자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판례가 있다.








# 전공의는 노동조합원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공의들이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근로자인 한, 합법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가 있고. 아울러 이미 전공의노동조합은 존재한다.

계속 이들의 입장을 읽어보자.

전공의는 피교육자 신분과 동시에 근로자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오랫동안 전공의가 가지는 근로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전공의법으로 밝혀진 전공의 스스로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전공의 노조 설립을 통해 피웠습니다.

전공의 모두를 포함한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은 당당한 노동조합입니다. 이제 전공의법의 다음을 전공의노조가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전공의법이 모두 규정하지 못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전공의 한사람, 한사람에게 일깨우고 되돌려주기 위한 도약의 버팀목이 되어야 합니다. 항상 가장 어렵고 낮은 곳에 있어왔던 전공의들을 가장 힘든 위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단계 더 나아가 이 사회에서 청년으로, 당당한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인 보호막이 되어줘야합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계에서 전공의들이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날까지,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공의협의회가 그 길을 함께하겠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전협)이 주도한 전공의노동조합은, 2006년 6월 30일 당시 전공의노조 설립준비위원회11명 발기인 명의로 노동부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신고되었고 당일 접수되었다. 참고로,  현행 노동조합법 12조 4항에 따르면 노조설립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다. 

사실 그 과정을 보면 좀 아이러니 한데, 대전협 측이 노동부에 신고하기 전인 5월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완성해 의료계에 공지하자, 이를 말리고 나선 것은 정부가 아닌 사용자 측에 해당하는 대한병원협회였기 때문이다. 

당시 병원협의회는 노조설립을 유보해 줄 것을 요청하며 전공의들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막상 대전협측이 7대 요구안을 전달하며 요구내용의 이행을 촉구하자 병원협의회 측이 끝내 대화를 거부했고, 그 결과 대전협 단독으로 노동부에 노조설립을 신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노조는 적은 조합원 수와 활동미비 등으로 그동안 사실상 비활성 상태였고 최근에 들어서야 비로소 개별 병원별 노조지부를 개설해오고 있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공의'는 모든 의사를 대표하지 않는 한시적 신분이다 . 즉,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일 뿐, 일단 '전문의'가 된 후는 더이상 '전공의'가 아니다.  다만 수련과정에 있으면서 동시에 병원에 고용된 의사로 환자를 보기도 하는 이중적인 지위에 있다. 이런 특수한 지위 때문에 이번 소위 '전공의 이탈사태'를 보는 정부나 법조계의 입장에서, 이를 '의사파업'이라 부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왜? 여기엔 누가 단체활동을 '주도'했는냐를 둔 트릭이 있다.

우선 의협이나 대전협은 둘 다 '의료법 상 직능단체'로 둘 다 쟁의권이 없다. 게다가 회원 다수가 개원의로 구성된 의협은 사회경제학적으로 노동자로 보기 어려울뿐더러 스스로 노동자성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물론 직능단체로서의 의협과 대전협은 자기 직군의 이익을 추구할 당연한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가 또한 의료법 제 28조로 규정되어 있긴 하지만, 이는 의협이 곧 국가의 법령체계에 종속되는 단체란 의미도 된다. 따지고 보면, 의협은 서양의 중/근세로 치면 일종의 '길드'에 가깝다. 단, 중/근세 유럽의 길드와는 달리, 면허의 발급주체는 의협이 아니라 국가다. 심지어 상당한 자율권을 가진 중/근세 유럽의 길드 조차도 도시와 국가의 통제를 받았다.

개별 의료기관과 근로계약을 맺은 봉직의/전공의도 사업장별 노조를 구성해 노동조합 명의로 쟁의에 나서지 않는다면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 주체로 인정받지 못한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과 법원 판례는 노동조합이 주도하지 않는 집단행동으로서의 파업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1992년 7월 “쟁의행위의 주체는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 능력이 있는 자, 즉 노동조합이어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91다43800 판결)했다.

전공의노동조합은 커녕 대전협 조차 이번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자신들의 지시/지휘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각 전공의들의 '개별적 행동'이라고 스스로 못을 박아놓았다. 책임소재에 따른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전략 같은데, 결국 이로서 (의료법 상이 아닌 노동법 상) 합법적 쟁의권을 주장할 노동조합을 만들어 놓고도 스스로 합법적 '파업권'을 포기한 자충수가 되었다. 전공의노동조합이 주체로 나서지 않는데 파업권을 주장할 수는 없는 것.

아울러 대법원은 집단행동의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 있어야 하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했을 때” 쟁의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설령 전공의노동조합이 주도해서 쟁의에 돌입한다고 해도 "의대정원 확대반대"가 그 원래 이유인 한 법원이 쟁의권을 보장해 주긴 힘들 것이다.

그러니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는 셈. 물론 직종이 직종인 만큼, 단체행동권의 제약이 있을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 근로기준법 제 59조 상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규정: 80시간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에 관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 소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 이내, 1주 40시간 이내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연장근로 가산수당 지급 의무가 발생하며, 1주 최대 연장근로시간은 12시간이다. 즉, 총 52시간이 최대노동시간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규정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는 특례 업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1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신 특례를 적용하려면 특례 업종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거쳐야 한다.

통계청 고시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따른 특례대상 업종은 아래와 같다. 5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 경우, 1주 연장근로시간을 12시간까지 제한하는 규정이나 특례는 적용되지 않는다.

  •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제1항제1호에 따른 노선(路線)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은 제외됨)
  • 수상운송업
  • 항공운송업,
  •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 보건업(종합병원, 일반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일반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방사선 진단 및 병리 검사 의원, 공중 보건 의료업, 앰뷸런스 서비스업, 유사 의료업, 그 외 기타보건업)이다.

전공의는 보건업 종사자이기 때문에, 전공의들에게 부과될 수 있는 주간 총 노동시간은 52시간 이상이다. 대신  특례 적용 근로자들에게 연속 11시간의 휴식 시간을 부여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59조 제2항은 ‘사용자는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노동 종료시점이 언제인지 상관없이 연속 11시간 휴식이 주어져야 한다.  만약,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2022년 대전협에서 실시한 전공의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전공의 주 평균 근로시간은 77.7시간이며 전체 응답자의 25%는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었다. 

여기서 근로기준법이 명시하고 있는, 일반 근로자와 전공의 간 조금 다른 노동환경을 정리해 보자. 

  • 현행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12시간 초과근무를 포함하면 주 52시간이다.
  • 전공의 직군이 속한 보건업의 경우, 주 52시간 이상 노동이 가능하다. 
  • 2015년 제정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르면 전공의의 최대 노동시간 한도는 주 80시간이다.
  • 2022년 대전협의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른 전공의 노동시간은 주 평균 77.7시간, 25% 정도의 전공의는 100시간까지 초과노동 하고있다.
  • 초과노동한 전공의에 대해 사용자 (병원)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속 11시간 휴식시간을 제공하지 않으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주 평균 77.7 시간이니 아슬아슬하게 주 80시간 제한을 맞추는 듯 하지만, 개별적으론 10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고, 아마도 사용자 측이 법이 정학 연속 11시간 휴식을 보장하지 않는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전공의들이 투쟁대상으로 삼아야 할 곳은 정부/복지부가 아니라 그들의  사용자, 즉 병원이 아닌가? 즉, 전공의들은 단체로 사직서를 쓰고 나가버릴게 아니라 강제노동을 강요한 혐의로 일하던 병원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어야 하지 않을까?







# 국제노동기구 (ILO)는 뭐라 답할까?

2024년 3월 13일 대전협은 법무법인 로고스 조원익, 전별 변호사를 통해 대한민국 국회에서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 금지협약을 정부가 위반하고 있다며 국제노동기구에 긴급개입을 요청했다. 
아래 두 글을 먼저 읽어보자.


국제노동기구의 개입을 요청하면서, 대전협의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법 제59조 제2항과 이에 따른 처벌 조항인 의료법 제59조 제3항에 의거한 업무개시명령의 경우 국제노동기구(ILO) 제29호 강제 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 현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의 공권력을 통해 전공의를 겁박하며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 기준을 위배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의료법 제59조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국제노동기구 강제노동 금지협약 제 29조는 "강제노동"의 정의에 예외조항을 두고 있고 현재 정부가 자신만만한 이유는 그 해석이 정부 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마 박단 위원장이나 법률대리 변호사들이 이걸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저런 진술은 "대외용"이라고 새겨두면 될 듯 하다.

국제노동기구는 한국 전공의들과 대한민국 정부에게 어떤 답을 내려줄까?

우선, 세계적으로 의사들이 자신들의 "노동자성"을 주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또 한국 국내법인 근로기준법과 대법원 판례로 보더라도 한국의 전공의들이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근로자'란 걸 국제노동기구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마도 "강제노동 예외규정"에선 정부 측의 해석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아마도 이런 절충적인 해석을 내놓지 않을까 싶다. 

  •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지정한 주 최대 80시간을 넘겨 초과노동시킨 사용자들 (병원)을 정부가 개입해 해당 법에 따라 징계할 것
  • 법이 정한 전공의들의 노동시간을 80시간 이내로 단축하기 위해 전공의 수를 늘릴 것
  • 법이 정한 전공의들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다른 의사들을 투입할 것 

어느 경우가 되나 이들을 고용한 (혹은 고용했던) 병원들은 엄청난 타격이 될 것 같다. 특히 2번을 권고한다면, 그건 아마도 전공의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결과가 될 듯. 

하지만 전공의들이 표면적인 이유인 '근무조건' 조건을 이유로 사측과 (1) 협의없이 병원을 이탈한 점, 그리고 사실상의 쟁의행위를 (2) 노동조합을 통하지 않고 임의로 취한 점을 본다면, 국제노동기구가 전공의들의 손을 들어주긴 힘들 거라 예상한다.


草人



P.S.

국제노동기구 사무국은 노사단체의 의견조회 요청이 접수되면 통상 며칠 안으로 해당국 정부에 접수 사실을 통보하고 해당 정부의 의견을 요청하는데, 사무국에서는 관련 통보가 없자 3월 20일 정부가 직접 국제노동기구 사무국에 문의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 제29호 강제노동 협약 위반이라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의견조회(Intervention)' 요청을 국제노동기구는 수용하지 않으면서, "의견 조회 요청 자격은 노사정 구성원인 정부 또는 국내외 대표적인 노사단체"이기 때문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요청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평했다. 즉, 강제노동 여부를 판단한 게 아니라 의견조회 요청 자격 자체가 없음을 통보하고 종결 처리한 셈.

이에 대해 대전협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로고스의 조원익 변호사는 13일 국제노동기구에 개입을 요청한지 이틀 만인 15일 이미 해당 답변을 받았고 보완하여 다시 개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내 생각엔 같은 답변을 받으리라 예상한다. 

법조인도 아닌 내가 관계 법령들을 읽기만 해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을 전공의에게 법률자문한다는 법무법인의 변호사가 몰랐다고 여기긴 힘들다. 그래서 난 이게 모두 '대외적인 쇼'라고 생각한다. 

결국 Much Ado about Noth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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