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민] 왜 정부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주장할까? | 정부 측 근거 #1: 홍윤철,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일상

[© 최광민] 왜 정부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주장할까? | 정부 측 근거 #1: 홍윤철,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草人! 2024. 4. 1. 07:31
작성

© 草人 최광민 2024-03-31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왜 정부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주장할까? | 근거 #1: 홍윤철,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순서

  1. 의대증원 2000명의 과학적 증거?
  2. 홍윤철,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3. 연구의 가정 및 전제들
  4. 의사수급 계산
  5. 의사의 일일 노동생산량 계산
  6. 의사수급 시나리오
  7. 지역별 의사수급 추계
  8. 정리
  9. P.S.




# 의대증원 2000명의 과학적 근거?

윤석열 정부는 2000명 의대증원이 (1) 시급하며 또 (2) 2000명이란 수는 "과학적" 근거로 추산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늘") 반대하는 의사 측은 이 수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최근엔 대통령의 전 멘토(?) "천공"의 성이 "이"씨란 점에 착안, "2000"이란 구체적 수는 "이(씨)천(공)"을 따서 나온 것이란 아재개그 주장까지 유포되고 있다.

난 솔직히 양쪽의 입장이 다 의아한데, 정부가 주장하는 소위 "과학적 근거" 중 최소한 하나는 몇 년 동안 온라인에 공개된 "학술논문"이니 "과학적 근거"로서 충분히 제시할 수 있음에도 왜 정부가 이를 국민들에게 강력히 알리지 않는지가 그 첫번째 의문이고, 두번째는 보건의학 전공자의 학술논문을 의사들은 왜 "과학적이지 않다"고 보는가 하는 것이다. "논문의 연구방법과 모델이 틀렸다"는 것과 "과학적이지 않다"라는 건 꽤 다른 진술이다.

내가 말하는 이 논문은 "의사인력 과연 부족한가?" 란 특별주제로 {의료정책포럼} (2020, vol.18 No.3)에 실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홍윤철 교수의 5페이지 짜리 분석논문인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이다. 이 논문은 276쪽 연구보고서의 요약본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를 지지하는 측과 그 반대쪽 양측 모두 "과학적 근거"에 대해선 직접 알아보려고도 않고 열을 내는 듯 해서, 한번 이 논문의 내용을 정리해 보겠다.



# 홍윤철,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단일저자인 홍윤철은 이 연구가 "인구 구조를 비롯한 사회적 변화가 의료수요의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에 향후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의사인력의 수가 적정한 지 확인하기 위해 수행되었다"고 논문 첫머리에서 언급한다. 

여기서 우선 보아야 할 부분은, 이 논문이 "정부 용역"으로 작성된 어용논문이 아니라, 국내 병원들의 이익단체라고도 볼 수 있는 "대한병원협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음"이라고 논문 첫 페이지에 떡하니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실은 이 분석논문을 게재한 {의료정책포럼} 자체가 대한의사협회 (의협)의 예하단체인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하는 계간학술지다. 그 조직도는 아래와 같다. 


홍윤철 교수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연구와 논문이 발표된 당시는 500명 의대증원안을 놓고 의사들과 다투던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나온 논문을 윤석열 정부가 활용하는 것이니,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고 보긴 좀 어렵겠다.

그럼 정치성은 일단 잊고, 학술성에 대해서만 고려해 보자.

 




# 연구의 가정 및 전제들

이 분석논문은 몇가지 가정과 전제를 먼저 깔고 있다. 

우선, 저자는 머릿글에서 이 연구의 주요 두가지 전제가 무엇인지 밝힌다.

  • 이 연구는 "현재 시점 (2020년) 에서 의사 인력이 과다한지 혹은 부족한지에 대한 분석이 아니다"
  • 2018 년 기준의 의사 인력이 적정하다는 가정 하에 미래의 의사인력에 대한 추계를 수행한 것이다.

모든 통계연구들 처럼 이 논문의 "미래예측"은 결국 이 가정 및 전제가 얼마나 타당한지에 따라 예측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2010년 대 이후 보건계에서 지속해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란 입장을 편 것과 달리, 이 연구는 "의사인력 수"가 "적정"하다고 주장해 온 의사 측 입장을 대체로 반영하여 "보수적" 수치를 제시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2018년의 의사 수급은 "적정"했나? 
그로부터 6년 후인 2024년의 의사 수급은 "적정"한가?

2018년의 의사 수급을 먼저 확실히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논문은 훗날 정부 측 뿐이 아니라 의사 측에게도 이용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 셈인데, 가령, 의사들은 "사실 2018년에도 의사수급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초과"였으니, 이 논문은 "가정/전제부터 틀린 것이다"란 식의 주장을 펼 수 있게 뒷문을 열어둔 셈.

2018년 당시 "전체 의사 수"가 어떻게 적절한 "균형"을 이루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OECD 통계를 보더라도 "환자를 보는 전체 의사 수가 초과"한 것은 확실히 아닐 것이다. 사실 대체로 그와 반대다. 

일단 의사들의 노동 및 진료실태를 이해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2020 전국의사조사'(Korean Physician Survey, KPS) 최종 연구보고서를 살펴보자. 


우선 참고로 한국의 일반직장인의 경우를 살펴보면, 2024년 총 휴일은 (1) 대체공휴일을 포함한 공휴일 19일 + (2) 토/일요일 휴무 104일 (법정공휴일과 겹치는 토/일 휴무 3일), 즉 19 + 104 - 3 = 120일 이고, 여기에 (3) 근로기준법 50조 기준 주간 40시간 근무 직종의 연간 휴가 15일를 합치면 최대 135일이다.

물론 자영업자의 경우엔 이에 해당되지 않으며, 의사 가운데 개원의는 자영업자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의사를 포함한 보건직은 근로기준법 59조 예외규정에 따라 최대 52시간까지, 전공의들 80시간까지 노동한도를 정해 놓았다. 자세한 것은 아래 글에서. 


각설하고 2020년 {전국의사조사}에 따른 

의사들의 주간 노동량은,

  • 의사들의 주 평균 근무시간은 48.1시간
  • 직역별로는 전공의(인턴) 69.5시간, 전임의 55.6시간, 교수 49.9시간, 개원의 45.6시간, 공보의 43.9시간, 봉직의 41.7시간, 군의관 41.7시간 
  • 전문과목별로는 외과계 46.0시간, 내과계 44.5시간, 일반의 44.4시간, 지원계 43.9시간 
  • 근무기관별로는 상급종합병원 58.4시간, 종합병원 50.1시간, 의과대학 50.0시간, 요양병원 46.9시간, 보건기관 44.0시간, 병원 43.3시간, 의원 42.9시간, 군대/군병원 42.1시간 

의사들의 휴무일수는, 

  • 연평균 휴무일수는 76.8일, 요일별 평균으로는 평일 11.5일, 토요일 19.3일, 일요일 35.1일, 공휴일 10.9일 
  • 직역별로는 군의관(95.9일)·공보의(93.3일), 교수 82.4일, 봉직의 78.1일, 전임의 72.4일, 개원의 66.7일, 전공의 64.1일
  • 근무기관별로도 군대/군병원(95.6일)·보건기관(92.6일), 요양병원(89.0일), 병원(76.3일), 종합병원(76.3일), 상급종합병원(74.6일), 의원은 67.8일. 
  •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의사의 연간 휴무 일수는 제약·의료기기 회사(119.6일), 정부기관 100.1일, 군대/군병원 99.0일, 의과대학 89.7일, 상급종합병원 88.8일, 종합병원 82.9일, 의원 77.8일, 병원 70.3일

이다. 여기서 휴무'일'수를 어떻게 계수하는지 좀 궁금한데, 가령 많은 병/의원에서 하는 식으로 "토요일 오전 근무"를 '1일'로 세는 건지 혹은 '1/2'로 세는 건지 불분명하다. 위에 집계된 '주 평균근무 시간'과 '연 휴무일수'를 함께 고려하면, 여기서 "토요일 오전 근무 (약 5시간)"은 근무"일수" "1일"로 계수된 듯 하다.

한편, 진료시간의 경우:

  • 초진 환자 1명당 평균 진료시간은 11.8분. '6∼10분'(36.7%)'5분 이하'(30.6%), '16분 이상'(17.3%), '11∼15분'(15.3%) 
    • 진찰시간 구성은 문진(39.6%), 상담·교육(27.3%), 신체검진(22.4%), 진료기록 작성(15.3%) 
  • 재진 환자 평균 진료시간은 6.5분. '5분 이하'(65.5%), '6∼10분' 26.7%, '11∼15분' 4.6%, '16분 이상' 3.1%  
    • 진찰시간 구성 비중은 문진(35.1%), 상담·교육(27.3%), 신체검진(22.4%), 진료기록 작성(15.3%) 등으로 초진과 유사

하다.

여기서 주의해서 볼 항목은 "직역" 가운데서 "전공의"와 "개원의" 혹은 "봉직의"가 보여주는 현격한 노동상황 차이다. 

2022년 기준으로는 전공의는 전체 의사의 11.4%에 달하며, 그 결과 전공의가 포함된 "전체의사통계"는 전공의들의 상황 (임금, 노동시간 등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가령, 아래 표에서 전공의주 70시간 근무하는데 반해, 개원의와 봉직의는 일반 직장인과 비슷한 주 45.5 및 42시간 근무한다. (생각한 것 보다 적어서 사실 약간 놀랐다).

즉, 전공의란 직역은 모든 지표에서 아웃라이어다. 게다가 11.4%에 달하는 인원이 아웃라이어다. 단 전공의 기간 5년 간. 

직군으로서의 1-5년 차 전공의는 늘 존재하겠지만, 그 직군에 속한 전공의 개개인이 5년 후에도 속해있는 건 아니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전공의 직군과 다른 의사 직군을 모두 합산해 산술평균 내리는 식 (가령, "의사들의 주 평균 근무시간)으로 통계값을 보고하게 되면, 의사 관련 대표수치값이 왜곡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의사 개개인에 대한 통계를 원한다면, 전공의를 따로 빼서 직역별로 각각 고려하는게 오히려 합리적일 듯 하다. 

현재 의료와 관련된 주요논쟁은 "전체의사"가 아닌 실제 환자를 보는 "진료의사"들의 노동시간과 관련있기 때문에, 의협이 조사한 2020년 조사에서 "진료의사"들이 어느 정도 시간과 강도로 진료에 종사하고 았는지 해당 보고서에서 골라 제시해 보겠다.

또한 이 데이타는 총 의사(면허소지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설문조사에 응한 대상자에 대한 수치임을 기억해 두자. 








# 의사수급 계산

저자는 "인구집단의 의료서비스 사용량"과 "의료 수요"가 뜻하는 바가 같다고 본 후,

  • 건강보험통계연보 2018년도 자료를 기준으로 연령별 및 성별 1인당 의료 이용량을 추출
  • 외래와 입원으로 각각 구한 후에, 이 비율을 통계청 인구추계 데이터(2017-2067)에 곱해서 의료 수요량을 추계.
  • 외래와 입원의 업무량은 1:3 으로 가정하여 외래 수요에 3을 곱해서 총 수요량을 추계

했다.

의대정원과 직접 관련된, 그러나 보다 직접적으론 의사국가고시 합격자 정보를 사용해 "의사 공급량" 추산한 과정은 아래와 같다. 거의 100%의 합격률을 보이는 의사국가고시의 현황을 반영한다.

추계모델에 사용된 의사 공급량은:

  • 입학생들이 국가고시를 볼 때의 합격률을 95%로 가정
  • 합격한 학생들은 후년에 국가고시를 다시 치른다고 가정.
  • 추계를 각 연령대별(만 20, 30, 40, 50, 60, 65, 70대)로 하고, 각 연령대에 맞는 2018년 통계청 기준 사망률을 적용하여 유출율 계산
  • 의사의 퇴직연령은 만 75세로 설정

해서 계산했다.


여기서 질문이 있는데,

총 의사 수에 통상적으로 집계되는 "의사면허소지자"가 75세에 면허를 반납하지 않는다면, 이 모델의 추정 의사 수보다 더 많은 75세 이상 노령의 의사 수까지 의협에 등록된 "총 의사" 수에 집계된다. 

연령 별 "총 의사 (면허소지자)" "비중"은 2024년 2월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2년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총 의사면허소지자 125,492 명 가운데, 2022년의 연령 대 의사면허소지자 비율은 20대 (4.8%), 30대 (24.2%), 40대 (28.1%), 50대 (23.8%), 60대 (12.3%), 70대 이상 (6.8%) 이다. 10년 전에 비해 50대 이상 의사들의 비중이 급증했다. 2035년엔 70세 이상 고령자가 의사면허소지자의 20%를 차지할 예상.

여기서 또 다시 물어야 하는 것은, 이 수가 "총 의사면허소지자"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지병으로 거동을 못하고 누워있는 의사"면허소지자"도 "총 의사" 수에 계수된다는 뜻.

(1) 75세 이상으로 환자를 보는 진료의사 수, (2) 75세 이상 고령자로 환자를 보지 않지만 의사면허를 소지해 의협의 '총 의사 수'에 집계되는 인원 수, (3) 75세 이하로서 의사면허를 소지하고 있지만 환자를 보지 않는 인원 수의 통계를 정부나 의협 측이 제공해 주면 좋겠다. 또한 2000년 이후 줄곧 감소추세인 출생율 패턴은 인구모델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도 궁금하다.





# 의사의 일일 노동생산량 계산

아마도 위 질문에 답할 의도로 저자는 아래와 같이 의사의 일일 노동량을 산출한다. 이것은 수요 vs 공급 패턴을 찾기 위한 작업이다.

  • 여기서의 "의사"란 "면허소지자"라기 보단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를 뜻한다.
  • 의사의 연 265일 노동을 가정한다. 
  • 75세를 은퇴라 보았을 때, 65세부터 75세까지 의사의 일일 생산성은 이전 보다 (시나리오 1) 50% 혹은 (시나리오 2) 75%로 줄어든다고 가정한다.
  • 단, 기술발전을 고려해서 의사의 일일 생산량은 매년 0.5%씩 증가한다고 가정한다.

연 265일 근무 - 즉 연 100일 휴무를 가정한 점은 2020년 현재 평균 76.8일의 휴무현실과는 꽤 차이가 있는데, 아마도 {2016년 전국의사조사} 때에 비해 연평균 휴무일수가 12일 정도 증가한 패턴 등과 아울러 일정기간 계속해서 의사공급이 증가한다면 의사들의 노동상황도 개선될 걸 고려한 추정치를 대입한게 아닐까 싶다. 가장 적은 휴무일을 갖는 전공의들의 근무상황이 개선된다면 이 또한 타당한 추산이다. 

앞서 적은 바와 같이 주 40시간 노동하는 한국의 일반직장인의 경우 2024년 기준 연간 휴무일은 "최대" 135일이다. 위 논문에서 가정한 의사들의 연 265일 노동 - 즉, 연 100일 휴무 - 는 따라서 일반직장인보다 의사들이 연간 한달 정도 더 일할 것이란 뜻이 된다.

2016년 전국의사조사:


참고로, 2016년 조사에서 의사들의 연평균 휴무일수는 64.4일이었다(진료의사: 64.2일, 비진료의사: 67.7 일). 연평균 근무일수는 300.6일 (진료의사: 300.8일, 비진료의사: 297.3일), 통상 주 근무시간은 평균 49.9시간 (진료의사: 50.0시간, 비진 료의사: 48.4시간), 실 연근무시간은 평균 2,408.3 시간이었다 (진료의사: 2,415.7시간, 비진료의사: 2,311.9시간). 한편,  2020년 조사에서의 연평균 휴무일 수는 76.8일이었다.

(진료과와 지역 배분을 일단 고려하지 않을 경우), 공급 총량을 늘리지 않겠다면 설마 의사들은 앞으도 연 300일 이상의 혹독한 노동을 자처하겠다는 걸까? 75세를 넘겨서까지도 환자를 보겠다는걸까? 혹은 환자들은 고령의사들에게서 진료를 받고 싶어할까? 사실 저자의 이 가정들은 향후 의사들의 복지를 고려한 꽤 합리적인 가정이다. 





# 의사수급 시나리오 

(1) 의사 공급은 보건복지부 데이터에 명시되어 있는 2016년 시도별 혹은 중진료권별로 연령대별 의사 수 데이터를 이용하여 추계했고, (2) 의료 수요는 시도별은 통계청 인구추계 (2017~2047)를 이용했는데, 중진료권은 별도의 추계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국 추계에서 2018년도 인구비율을 그대로 적용하여 추계한다.


# 결과 1: 전국단위 의사인력 수급추계 시나리오-1 

시나리오-1은 고령의사 (65-75세)의 일일 생산성이 그 전보다 50%로 감소한다는 가정 하의 추정이다.

다시 한번 이 연구의 가정과 전제를 강조한다면, 이 연구는 "2018년 기준"으로 "의사의 공급과 수요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한다.  저자가 이 "보수적 가정" 하에 내린 결과는 아래와 같다.

  • 2021년부터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을 1,500명까지 증원시켜도 의사인력이 부족하다.
  • 일정 시기 이후부터는 의사 인력의 초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정원 증원 및 감축 을 시행하는 탄력적 조절이 필요하다.

아래 예측 패턴을 보자. (1) 2018년 의사 수가 '적정'하다고 가정해도 (2) 2021년 1500명을 증원해도 총 의사 수는 부족하다. 증원할 경우2040년대 후반이 되어야 소폭으로 반등한다.






# 결과 2: 전국단위 의사인력 수급추계 시나리오-2

시나리오-2는 고령의사 (65-75세)의 일일 생산성이 그 전보다 75%로 감소한다는 가정 하의 보다 낙관적 추정이다

이 경우, 

  • 2021년부터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 을 1,500명까지 증원시켜도 의사인력이 부족하다. 
  • 일정 시기 이 후부터는 의사 인력의 초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정원 증원 및 감축을 시행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래 예측 패턴을 보자. (1) 2018년 의사 수가 '적정'하다고 가정해도 (2) 2021년 1500명을 증원해도 총 의사 수는 부족하다. 이 경우 역시 2050년대가 되서야 소폭 반등한다.



즉, (1) 의사가 75세에 은퇴하고 또 (2) 은퇴 10년 전 기간엔 의사로서의 생산성이 50% 혹은 75% 감소한다고 했을 경우, 어느 시나리오 든지 2021부터 의대정원을 1500 이상 증원시켜도 의사인력이 부족하게 된다.

여기서 "1500"은 "최소치"이고, 또 이나마도 "2021년부터" 의대정원을 증원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올해는 2024년이다.



(홍윤철 교수는 대충 넘어갔지만) 의사단체를 제외한 보건의료계가 주장하던 것 처럼 만약 논문작성 시점인 2018년의 의사수급이 '적정'한게 아니라 실제로 '부족'했다면? 이럴 경우 홍윤철 교수의 방식대로 하면 2021년 까지 "1500명 이상"을 증원시켜도 의사 수는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리 미스테리하진 않은) 윤석열 정부의 미스테리한 "2000명"은,  (1) 위 논문의 결정적인 가정과는 달리 실제로 2018년 기준으로도 의사수급이 부족한 상태였고 (2) 2021년부터 "최소" 1500명 씩 증원해도 부족한 판에 (2) 올해가 벌써 2024년이란 판단 하에 (3) 500명 더해 2000명을 만든게 아닌가 싶다. 

사실 꽤 "과학적"이다.




# 지역별 의사인력 수급 추계

이번에는 "총 의사 수"가 아닌 "지역별 의사인력"의 배분에 초점을 맞춰보자.

2018년 기준으로,

  • 서울의 의사 인력은 인구 1,000명 당 1.14 - 1.16명 초과한다.
    • 중진료권 보면 서울은 1.02명 초과
  • 충청/전라/경상/제주의 경우는 인구 1,000명 당 1명 미만으로 심각히 부족하다.
    • 중진료권만 보면, 부산 (0.16명), 광주 (0.18명), 부천 (0.21명)으로 미달
  • 2047년까지 이 상황은 극도로 심각하게 된다.

의대정원 증원이 없을 경우 2035년의 의사 수급 추계를 보면, 2018년 기준 가장 의사인력이 부족했던 홍성의 경우 2035년이 되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약 2.29명 부족하게 되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대신 서울 > 양산 > 부천 > 수원 > 천안 순으로 의사 수 초과가 일어난다. 서울의 경우, 2025년 초과되는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1.41명으로 추산했다. 2047년에 의사인력이 가장 부족해지는 지역은 수도권인 경기 지역을 제외 하고는 경북/충남/충북/전남, 제주 지역이다.

아래는 의사증원 시나리오 1과 2에 따라 연구시점인 2018년과 2047년의 지역별 의사 과/부족수를 정리한 논문 속의 표다.




단, 이 연구는 "의사 수" 충원 만이 한국의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지역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고 결론에서 한두 줄로 간략히 평했다. 즉,  (1) 한국은 OECD 국가 평균보다 임상의사 수가 적은 반면, (2)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연간 16.9회로 가장 많았다. 의사수급 만의 문제 가 아니라 의료이용행태및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한국 의사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일당백"이 가능하니 (즉, 환자를 효율적으로 많이 볼 수 있으니) 기계적으로 비교하지 말라는 뜻.  

물론 이 "효율성"이 뜻하는 것은 환자 당 평균 진료시간이 5분 내외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정리

과학적인가?
과학적이지 않은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통계예측 연구는 가정과 전제에 크게 의존한다. 앞선 연구의 가정과 전제를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보자.

일방적인 대립 보다는, 원 데이타 다 까고 통계예측 연구방법의 전제와 가정을 놓고 진지한 토론에 임하면 좋겠다. 대화의 시작은 바로 거기에 있어야 한다.

흥미롭게도, 이번 전공의 집단사직사태가 벌어지자, 이 논문을 작성한 홍윤철 교수는 21일 방송된 KBS 와의 통화인터뷰에서 자신은 (직접인용) 의사가 만 명 부족하다는 숫자를 제시한 적이 없으며, 대신

  • (직접인용) "다양한 시나리오를 했기 때문에 그 중에 어느 하나가 걸려 있을 수는 있"고
  • (직접인용) "만 명 부족은 내 보고서를 그대로 이용하지 않은 것 같고 (복지부가) 나름 숫자를 정리한 것 같"으며
  • (직접인용) "제 보고서에서 어느 부분을 따서 계산했을 수는 있지만, 보고서의 근본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한 후
  • (직접인용) "지역 간 불균형이 너무 심해 의료제도 개선을 지역 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결론이"며
  • "그런 맥락이 다 없어지고 보고서에서 말하고자 했던 취지는 빠졌다"

고 진술했다.


2024년 2월 20일 MBC 100분토론. 김윤 (좌), 정재훈 (우)


그런가 하면, 2월 20일 MBC "100분토론: 의대증원충돌 - 의료대란이 오나"에서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와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가 각각 의대증원 찬반을 놓고 논쟁할 때, 정재훈 교수는 홍윤철 교수의 연구를 평하며,

  • 정재훈: "서울대 연구는 시나리오를 하나만 제시하고 있고, 특정 시점을 고정한 채로 평가가 이뤄졌다. 그리고 의사 인력이 어느 정도 부족함이 있다고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마지막에 연구책임자는 의사 인력의 증원보다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고 말하고
  • 정재훈 "해당 연구 책임자의 최근 인터뷰를 보면 복지부가 자신의 연구를 인용해 결과를 발표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고 진술한다.

정말?

나는 여기서 홍윤철 교수의 논문이 학술적으로 얼마나 옳았는지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홍윤철 교수의 연구를 요약한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에서 저자가 2020년에 정확히 뭐라고 말했고 2024년 2월에는 또 뭐라고 말했는지, "직접인용"하고 비교하는 걸로 정리를 마쳐보겠다.

우선, 연구 당시 시점의 의사수급 상황에 대한 홍윤철 교수의 진술이다.

  • 홍윤철 (2020년): "본 연구는 인구 구조를 비롯한 사회적 변화가 의료수요의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에 향후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데 있 어서 의사인력의 수가 적정한 지 확인하기 위해 수 행되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의사 인력이 과다한지 혹은 부족한지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2018년 기준의 의사 인력이 적정하다는 가정 하에 미래 의 의사인력에 대한 추계를 수행한 것이다" -- {미래준비사회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 홍윤철 (2024년): "만 명 부족은 내 보고서를 그대로 이용하지 않은 것 같고 (복지부가) 나름 숫자를 정리한 것 같다" --- KBS 인터뷰

최소한 저 논문에 관한 한, 홍윤철 교수의 위 진술은 틀리진 않다. 그는 논문 작성시점인 2018년의 의사 수가 부족한지 적정한지를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그저 2018년의 의사수급이 "적정하다"고 "가정"했을 뿐이다. 만약 2018년의 의사수급이 보건의료계에서 당시 주장하던 바대로 실제로 "부족"했다면, 홍윤철 교수의 모델 두가지는 더욱 심각한 예측을 했을 것이다.

홍윤철 교수의 "만 명 부족은 내 보고서를 그대로 이용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인터뷰 발언이 그가 "정확히 10,000명 부족하다라고 하진 않았다"는 의미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발언에 대해선 그가 지금 언급하고 있는 자신의 논문에 등장하는 그래프를 다시 한번 인용하겠다. 그의 두가지 의사수급 모델 중에서 "의대정원을 증원하지 않은 경우 2035년 경에 의사가 몇명이나 부족한지" 자신의 모델이 예측했는지 수를 읽어보자.



얼마나 부족한가? 대략 -10,000 --- 즉, 2035년에 만 명 정도 부족하다 !!! 정부가 나름대로 정리한게 아니라, 그냥 이 그래프에서 가져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의사수급 문제만 놓고 볼 때 홍윤철 교수가 제시한 의대증원 시점과 증원숫자는 이렇다. 물론 그가 정확히 "2000명"을 언급하진 않지만 논문에서 그가 사용한 "2021년"과 "1500명까지 증원시켜도 부족" 란 표현과 앞뒤 맥락을 잘 살펴보자. 그는 꽤 구체적인 증원시기와 규모를 "제시"한 셈이다. 

  • 홍윤철 (2020년): "2018년 기준으로 의사의 공급과 수요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했을 경우, 2021년부터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을 1,500명까지 증원시켜도 의사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일정 시기 이후부터는 의사 인력의 초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정원 증원 및 감축 을 시행하는 탄력적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래준비사회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 홍윤철 (2020년): "65세 이상 의사인력의 생산성을 50% 감소가 아니라 75%로 감소된다고 가정하였을 경우에도, 2021년부터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을 1,500명까지 증원시켜도 의사인력이 부족할 것 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정 시기 이 후부터는 의사 인력의 초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정원 증원 및 감축을 시행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래준비사회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홍윤철 교수와 정재훈 교수는 2020년 서울대 홍윤철 교수의 연구의 "근본취지"를 2024년 방송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 홍윤철 (2024년) "제 보고서에서 어느 부분을 따서 계산했을 수는 있지만, 보고서의 근본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  KBS 인터뷰
  • 홍윤철 (2024년): "지역 간 불균형이 너무 심해 의료제도 개선을 지역 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 정재훈 (2024년): "서울대 연구는 시나리오를 하나만 제시하고 있고, 특정 시점을 고정한 채로 평가가 이뤄졌다. 그리고 의사 인력이 어느 정도 부족함이 있다고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마지막에 연구책임자는 의사 인력의 증원보다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 MBC 100분토론
  • 정재훈 (2024년) "해당 연구 책임자의 최근 인터뷰를 보면 복지부가 자신의 연구를 인용해 결과를 발표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 MBC 100분토론

???

홍윤철 교수는 (의사수급이 아니라) "지역 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걸 그 논문의 결론으로 제시했던가? 

홍윤철 교수의 논문은 정재훈 교수 말처럼 의사 인력이 "어느 정도 부족"하다고 말하던가? 아니면 "많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 말하던가? 심지어 홍윤철 교수는 연구시점인 2018년의 의사수요가 "어느 정도 부족" 조차 아닌 심지어 "적정"하다고 "가정"하고 그 논문을 썼다. 만약 적정하지 않고 이미 2018년에도 부족했다면? 그가 예측한 부족분은 당연히 더 올라가게 되어있다.

그런데 의사단체 이외의 거의 모든 보건기관에서 보편적으로 주장되던 것처럼 2018년 의사수요가 적정한 것이 아니었다면? 홍윤철 교수의 분석방법으론 1500명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많은 의사의 증원이 필요한 것으로 결론을 냈을 것이다. 

나아가 정재훈 교수 말처럼, 그 논문 "마지막에" 연구책임자 (=홍윤철)는 "의사 인력의 증원보다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던가? 홍윤철 교수의 그 논문 "마지막에"서 저자가 뭐라고 말했는지 그대로 인용해 보겠다.

나가며 

의사 인력 적정성 연구에서 진행한 지역별 수급 추계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7년에 의사인력이 가장 부족해지는 지역은 수도권인 경기 지역을 제외 하고는 경상북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제주도 지역이다. 따라서, 향후 의사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 인력의 증원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2018년 OECD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은 OECD 국가 평균보다 임상 의 사수가 적은 반면,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연 간 16.9회로 가장 많았다. 이는 의사수급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이용행태와 더 나아가서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 시급함을 이야기한다

이 딱 한 단락이다. 

그런데 홍윤철 교수가 "이는 의사수급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이용행태와 더 나아가서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 시급함을 이야기한다"라고 쓴 문장이, 정재훈 교수에겐 왜 " 의사 인력의 증원보다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로 읽힌걸까?

지난 4년 간 본인의 생각이 바뀌었을 수는 있지만, 활자로 새겨진 자신의 문장을 이제와서 그렇게 쓴적 없다고 말하는 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아무튼, 

Tolle 집어서
Lege 읽어라 


판단은 각자의 몫.


草人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