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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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확, {오류는 나의 스승}

Wikimedia Commons오류는 나의 스승- 임동확우린 죽음에 이르기까지결코 그 궁극을 가늠하지 못한다어둠이 가을강처럼 아늑해진 후에야겨우 불빛이 그 근원의 반경을 드러내듯어찌하여 나를 버리느냐고비탄의 피울림을 울던 극치에서야그가 한 인간이었음을 증거하듯이곳에서 완전을 꿈꾸는 자사랑의 완성을 노래하는자내가 보기엔 가짜다그리하여 늘 분명한 태도를 강요하는 자도이미 체제의 편이다자본이 몰염치를 화폐처럼 찍어내고이념이 절망의 광기를 부도내듯흠결 없는 자아란,그래서 참회가 허용되지 않는 내부란,얼마나 지루하고 끔찍한 학대인가그렇다. 막장에서 돌아서는 것도우리에겐 하나의 출구였듯이제 오류는 나의 스승그토록 깊은 나락의 미궁조차내겐 공포라기보다 차라리 거대한 통로그 거대한 종말론의 대지를 상속받고자 한다오, ..

2024.09.30

천상병, {미소}

微笑- 천상병1 입가 흐뭇스레 진 엷은 웃음은. 삶과 죽음 가에 살짝 걸린 실오라기 외나무다리. 새는 그 다리 위를 날아간다. 우정과 결심, 그리고 용기 그런 양 나래 저으며.풀잎 슬몃 건드리는 바람이기보다 그 뿌리에 와 닿아주는 바람 이 가슴팍에서 빛나는 햇발.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풀밭 길에서 입가 언덕에 맑은 웃음 몇번인가는.2 햇빛 반짝이는 언덕으로 오라 나의 친구여. 언덕에서 언덕으로 가기에는 수많은 바다를 건너야 한다지만 햇빛 반짝이는 언덕으로 오라 나의 친구여.

2024.09.24

원재훈,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 원재훈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그대를 기다린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들 저것 좀 봐, 꼭 시간이 떨어지는 것 같아 기다린다 저 빗방울이 흐르고 흘러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고 저 우주의 끝까지 흘러가 다시 은행나무 아래의 빗방울로 돌아올 때까지 그 풍경에 나도 한 방울의 물방울이 될 때까지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그대를 기다리다 보면 내 삶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 내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그대그대 안의 더 작은 그대빗방울처럼 뚝뚝 떨어져 내 어깨에 기대는 따뜻한 습기 내 가슴을 적시는 그대 은행 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자꾸자꾸 작아지는 은행나무 잎을 따라 나도 작아져 저 나뭇가..

2024.09.23

최영미, {사랑의 힘}

사랑의 힘 -- 최영미 커피를 끓어넘치게 하고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촛불을 춤추게 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밤도 밤이 아니다 술잔은 향기를 모으지 못하고 종소리는 퍼지지 않는다 그림자는 언제나 그림자 나무는 나무 바람은 영원한 바람 강물은 흐르지 않는다 사랑이 아니라면 겨울은 뿌리째 겨울 꽃은 시들 새도 없이 말라죽고 아이들은 옷을 벗지 못한다 머리칼이 자라나고 초생달이 부풀게 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처녀는 창가에 앉지 않고 태양은 솜이불을 말리지 못한다 석양이 문턱에 서성이고 베갯머리 노래를 못 잊게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 미인은 늙지 않으리 여름은 감탄도 없이 시들고 아카시아는 독을 뿜는다 한밤중에 기대앉아 바보도 시를 쓰고 멀쩡한 사람도 미치게 하는 정녕 사랑이 아니라면 아무도 기꺼이 속아주지..

2022.07.31

안도현, {기다리는 이에게}

Wikimedia Commons 기다리는 이에게 - 안도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불 꺼진 간이역에 서 있지 말라 기다림이 아름다운 세월은 갔다 길고 찬 밤을 건너가려면 그대 가슴에 먼저 불을 지피고 오지 않는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비로소 싸움이 아름다운 때가 왔다 구비구비 험산 산이 가로막아 선다면 비껴 돌아가는 길을 살피지 말라 산이 무너지게 소리라도 질러야 한다 함성이 기적으로 울 때까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 그대가 바로 기관차임을 느낄 때까지

2022.07.29

안도현, {양철 지붕에 대하여}

Wikimedia Commons 양철 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2022.07.29

이수익, {우울한 샹송}

Wikimedia Commons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 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

2022.07.29

오규원, {개봉동 ...}

작성 © 草人 최광민 2022-07-02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개봉동, 오규원, 시 순서 개봉동과 장미 개봉동의 비 개봉동과 장미 -- 오규원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1978) 개봉동 입구의 길은 한 송이 장미 때문에 왼쪽으로 굽고, 굽은 길 어디에선가 빠져나와 장미는 길을 제 혼자 가게 하고 아직 흔들리는 가지 그대로 길 밖에 선다. 보라 가끔 몸을 흔들며 잎들이 제 마음대로 시간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장미는 이곳 주민이 아니어서 시간 밖의 서울의 일부이고, 그대와 나는 사촌(四寸)들 얘기 속의 한 토막으로 비 오는 지상의 어느 발자..

2022.07.03

황지우, {늙어가는 아내에게}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아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

2022.01.27

장경린, {그게 언제였더라}

그게 언제였더라 - 장경린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나를 스쳐 지나가는 단골 약국의 친근한 약병들 검은 열차들 작은 집과 다리와 먼 산 나를 스쳐 지나가는 젊은풍속과 늙은 불안감들 욕망들 시와 담배 연기로 지워버린 가랑비 웅덩이에 고인 빗물 그게 언제였더라 갈매기들이 해안 초소에서 튀어나오던 저녁 해물탕 꽃게 다리를 빨아먹던 저녁 작은 하늘에서 큰눈이 쏟아지던 날 자신의 일기에 밑줄을 그으며 낯설고 기뻐서 술병을 따던 저녁

2022.01.27

왕범지 (王梵志) 시 모음

[노트] 왕범지의 시는 왠지 좀 툴툴거리는 말투의 반말로 읽는게 제 맛인 듯 싶다. 그렇게 옮겨본다. ---- 梵志翻着袜, 人皆道是錯. 乍可刺你眼, 不可隱我脚. '범지는 버선을 뒤짚어 신었어!' 모두들 내가 잘못했다 말하지. 당신들 눈엔 가시처럼 보여도 내 발이 아프진 않아 ----- 我不樂生天 亦不愛福田 飢來一砵飯 困來展腳眠 愚人以為笑 智者謂之然 非愚亦非智 不是玄中玄 하늘에 태어나길 바라지도 복 많이 받기도 원하지 않아 그저 배고프면 밥 한사발 먹고 피곤하면 발 뻗고 잘 뿐. 바보는 비웃지만 현자는 맞다고 해 어리석은 것도 지혜로운 것도 그렇다고 심오한 뜻이 있는 것도 아냐 ------ 吾富有錢時 婦兒看我好 我若脫衣裳 與吾疊袍袄 吾出經求去 送吾即上道 將錢入舍來 見吾滿面笑 繞吾白鴿旋 恰似鸚鵡鳥 邂逅暫時貧..

2022.01.16

이바라키 노리코, {기대지 않고} + {내가 제일 예뻤을 때}

일본 (여류)시인 이바라키 노리코는 73세 때 이 시를 썼다. 倚(よ)りかからず --- 茨木のり子 もはや できあいの思想には倚りかかりたくない もはや できあいの宗教には倚りかかりたくない もはや できあいの学問には倚りかかりたくない もはや いかなる権威にも倚りかかりたくはない ながく生きて 心底学んだのはそれぐらい じぶんの耳目じぶんの二本足のみで立っていて なに不都合のことやある 倚りかかるとすれば それは椅子の背もたれだけ 기대지 않고 -- 이바라키 노리코 더이상 기성사상에 기대기 싫다 더 이상 기성종교에 기대기 싫다 더 이상 기성학문에 기대기 싫다 이제 그 어떠한 권위에도 기대기 싫다 오랫동안 살면서 진정 배운 건 그 정도 내 두 다리로 서 있은들 무엇이 불편하단 말인가. 기댄다면 그건 의자 등받이일 뿐 중년의 이바라키 노리코는..

2021.12.30

Lloyd Stone, {This is my song, 나의 노래}

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7-09-14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핀란디아}, 그리고 {This is my song} § 핀란드, 타피올라 어린이 합창단 아직 '노키아'와 '리눅스'가 내 삶 속에 등장하기 훨씬 전, 핀란드는 다만 순록과 타피올라 합창단 두 아이콘으로 내게 알려져 있었다. 순록과 눈이 핀란드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를 구성했다면, 타피올라는 청각적 이미지를 구성했다고나 할까? 타피올라 합창단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것은 "국민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 여름방학 탐구생활 문제를 풀기 위해 듣던 "104.5 메가헤르쯔" 교육방송의 음악감상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때 들었던 곡은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 마지막 "amen" 합..

2021.11.26

알프레드 테니슨, {율리시즈}

ULYSSES - Alfred Lord Tennyson - 번역: 최광민 It little profits that an idle king, By this still hearth, among these barren crags, Matched with an aged wife, I mete and dole Unequal laws unto a savage race, That hoard, and sleep, and feed, and know not me. 쓸모 없구나. 할 일 없는 왕으로 척박한 바위절벽 사이 늙은 아내와 적막한 화로 앞에 앉아 먹고, 자고, 탐욕스럽고, 나를 이해 못하는 야만인들을 벌하고 자비를 베푼다는 것은 I cannot rest from travel; I will drink life to ..

2021.11.25

장석주,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Wikimedia Commons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 장석주 세상에서 내가 본 것은 아픈 사람들과 아프지 않은 사람들. 살아있는 것들의 끝없는 괴로움과 죽은 것들의 단단한 침묵들. 새벽 하늘에 떠가는 회색의 찢긴 구름 몇 장. 공복과 쓰린 위. 어느날 찾아오는 죽음뿐이다. 말하라 붕붕거리는 추억이여. 왜 어떤 여자는 웃고, 어떤 여자는 울고 있는가. 왜 햇빛은 그렇게도 쏫아져내리고 흰 길 위의 검은 개는 어슬렁거리고 있는가. 구두 뒷굽은 왜 빨리 닳는가. 아무 말도 않고 끊는 전화는 왜 자주 걸려오는가. 왜 늙은 사람들은 배드민턴을 치고 공원의 비둘기떼들은 한꺼번에 공중으로 날아오르는가.

2021.11.16

신경림, {비에 대하여}

Wikimedia Commons 비에 대하여 - 신경림 땅속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너는 나무에 잎을 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때로는 땅갗을 뚫고 솟거나 산기슭을 굽돌아 샘이나 개울이 되어 사람을 모아 마을을 만들고 먼 데 사람까지를 불러 저자를 이루기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심술이 나면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땅속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너는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으로 물고 할켜 나무들 줄줄 피 흘리고 상처나게 만들고 더러는 아예 뿌리째 뽑아 들판에 메다꽂는다 마을과 저자를 성난 발길질로 허물고 두려워 떠는 사람들을 거친 언덕에 내평개친다 하룻밤새 마음이 가라앉아 다시 나무들 열매 맺고 사람들 새로 마을을 만들게 하는 너를 보고 사람들은 하지만 네가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너를 좇아 만들..

2021.11.16

송기원, {눈 내린 며칠}

Wikimedia Commons 눈 내린 며칠 1 外 - 송기원 왜 나는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몰랐을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죽음이라고만 여겼을까. 깊어진 한겨울을 연사흘 눈이 내려 쑥부쟁이, 엉겅퀴, 개망초, 강아지풀 시든 덤풀까지 쌓인 눈 속에 온전히 모습을 감추었을 때 죽은 고양이 한 마리, 끈이 떨어진 슬리퍼 한 켤레, 컵라면 그릇, 깨진 플라스틱 대야마저 쌓인 눈 속에 온전히 모습을 감추었을 때 아직도 나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여. 천홍공단을 끼고도는 시궁창 옆에서 비로소 안으로 열린 길을 더듬어들며, 나 또한 쌓인 눈 속에 온전히 모습을 감추네. 눈 내린 며칠 2 무너진 둑을 수리하느라, 물을 빼버려 펄을 드러낸 천홍 저수지에도 밑바닥 가득히 눈이 쌓였다. 겨울내내 저수지를 지날 때마다 내 ..

2021.11.16

백석, {흰 바람 벽이 있어}

Wikimedia Commons 흰 바람 벽이 있어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쓰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 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또 이것은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 것도 ..

2021.11.16

왕유, {인정 人情}

Walking on Path in Spring by Ma Yuan (马远 c.1190 - 1279年)), a Chinese painter of the Song Dynasty. 인정(人情) - 왕유 酌酒與君君自寬 人情飜覆沙波瀾 白首相知儒按劍 朱門先達笑彈冠 草色全經細雨濕 花枝欲動春風寒 世事浮雲何足問 不如高臥且加餐 친구여, 술이나 들자꾸나. 사람의 정리란 물결같이 뒤집히는 것. 백발된 오랜 친구도 칼을 겨누고, 선배도 후배의 앞길을 막나니, 보라, 비에 젖어 잡풀은 우거져도, 봄바람 차가워 꽃은 못 핀다. 뜬구름 같은 세상일 말해 무엇하랴, 누워 배나 쓸며 지냄이 좋으리.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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