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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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유, {인정 人情}

Walking on Path in Spring by Ma Yuan (马远 c.1190 - 1279年)), a Chinese painter of the Song Dynasty. 인정(人情) - 왕유 酌酒與君君自寬 人情飜覆沙波瀾 白首相知儒按劍 朱門先達笑彈冠 草色全經細雨濕 花枝欲動春風寒 世事浮雲何足問 不如高臥且加餐 친구여, 술이나 들자꾸나. 사람의 정리란 물결같이 뒤집히는 것. 백발된 오랜 친구도 칼을 겨누고, 선배도 후배의 앞길을 막나니, 보라, 비에 젖어 잡풀은 우거져도, 봄바람 차가워 꽃은 못 핀다. 뜬구름 같은 세상일 말해 무엇하랴, 누워 배나 쓸며 지냄이 좋으리.

2021.11.16

기형도, {가수는 입을 다무네}

Wikimedia Commons 가수는 입을 다무네 - 기형도 걸어가면서도 나는 기억할 수 있네 그때 나의 노래 죄다 비극이었으나 단순한 여자들은 나를 둘러쌌네 행복한 난투극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어리석었던 청춘을, 나는 욕하지 않으리 흰 김이 피어오르는 골목에 떠밀려 그는 갑자기 가랑비와 인파 속에 뒤섞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모든 세월이 떠돌이를 법으로 몰아냈으니 너무 많은 거리가 내 마음을 운반했구나 그는 천천히 얇고 검은 입술을 다문다 가랑비는 조금씩 그의 머리카락을 적신다 한마디로 입구 없는 삶이었지만 모든 것을 취소하고 싶었던 시절도 아득했다 나를 괴롭힐 장면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모퉁이에서 그는 외투 깃을 만지작거린다 누군가 나의 고백을 들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가..

2021.11.16

원재훈, {우체통에 넣을 편지가 없다}

Wikimedia Commons 우체통에 넣을 편지가 없다. - 원재훈 한때 나는 편지에 모든 생을 담았다. 새가 날개를 가지듯 꽃이 향기를 품고 살아가듯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 별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에 내 생의 비밀을 적었다. 아이의 미소를, 여인의 채취를, 여행에 깨우침을, 우체통은 간이역이였다. 삶의 열차가 열정으로 출발한다. 나의 편지를 싣고 가는 작은 역이였다. 그래 그런 날들이 분명 있었다. 낙엽에 놀라 하늘을 본 어느 날이였다. 찬바람 몰려왔다 갑자기 거친 바람에 창문이 열리듯, 낙엽은 하늘을 듬성듬성 비어 놓았다. 그것은 상처였다. 언제부턴가 내 삶의 간이역에는 기차가 오지 않아 종착역이 되었다. 모두들 바삐 서둘러 떠나고 있다. 나의 우체통에는 낙엽만..

2021.11.16

박인환, {세월이 가면}

Wikimedia Commons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이 시에 대하여 강계순은 평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아! 박인환}, 문학예술사, 1983. pp. 168-171) "...1956 년 이른 봄 저녁 경상도집에 모여 앉은 박인환, 이진섭, 송지영, 영화배우 나애심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이 몇 차례 돌아가자..

2021.11.16

[© 최광민] 오디세오스 엘리티스, {To Axion Esti}

2005-04-29 오디세오스 엘리티스 (Odysseus Elytis)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던 시집. 그리스어로 "악시온 에스티 / 마땅하도다"는 그리스 정교회의 성모 마리아(의 이콘)을 뜻한다. "Axion Esti os Alethos Makarizin Se Tin Theotokon" 즉, "영원히 복되시며 지극히 깨끗하신 테오토코스이신 당신을 공경함은 마땅하도다" 라는 말의 첫 두 단어이기도 하다. 한국어로 번역한 안정효씨는 이 제목을 [고귀하도다]라로 바꾸었는데, 안정효씨가 번역한 이 시집을 처음 읽었을때 무척 뭉클한 감동을 받았었다. 이 시집은 왠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자유냐 죽음이냐}를 닮았다.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하의 크레타인의 투쟁 이야기를 담은 것이 [자유냐 죽음이냐]라면, {토..

2021.11.14

칼릴 지브란, {美에 대하여}

美에 대하여 (On Beauty) - 칼릴 지브란 (Kahril Gibran), {예언자}에서. And a poet said, "Speak to us of Beauty." 한 시인이 물었다. "美에 대해 말해 주소서." Where shall you seek beauty, and how shall you find her unless she herself be your way and your guide? And how shall you speak of her except she be the weaver of your speech? 美를 어디서 찾으려는가? 美 스스로 길이 되고 인도자가 되지 않는다면? 美를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美 스스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The aggrieved and the injur..

2021.11.14

이바라키 노리코, {자신의 감수성 쯤은}

自分の感受性くらい 자신의 감수성 쯤은 - 茨木のり子 - 이바라키 노리코 詩 ぱさぱさに乾いてゆく心を 바싹바싹 말라가는 마음을 ひとのせいにはするな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みずから水やりを怠っておいて 스스로가 물주기를 게을리했으니 気難しくなってきたのを 드센 성정에 물들어가는 것을 友人のせいにするな 지인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しなやかさを失ったのはどちらなのか 부드러움을 잃은 것은 어느 쪽인가? 苛立(いらだ)つのを 초조해지는 것을 近親のせいにするな 친척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なにもかも下手だったのはわたくし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것은 나 자신. 初心消えかかるのを 초심이 사라져 가는 것을 暮らしのせいにするな 생계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そもそもが ひよわな志にすぎなかった 원래부터 허약한 의지에 지나지 않았다. 駄目..

2021.11.14

안도현, {바닷가 우체국}

Wikimedia Commons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우체국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적이..

2021.11.14

양전형, {11월}

Wikimedia Commons 십일월 - 양전형 행인들이 이따금 어깨를 움츠린다 언뜻, 가야 할 때임을 알아챈 은행잎들 말없이 욕망의 손 내리더니 무리 지어 허정허정 먼 길 나섰다 아아 해마다 이맘때 도지는 지병 내 안에서 세상을 앓던 수많은 단풍잎들 줄줄이 떨어지는 병 뼈끝까지 시려 온다 또다시 가야겠다 그렁그렁한 눈물 탈탈 털어내며 사람아 사람아 가슴이 벌겋게 아린 사람아 내 안에 들어와 함께 별을 헤아리던 사람아 어차피 세상살이는 눈물로 시작되는 것 들찬 어깨에 동동 매달리며 한사코 가지 않겠다던 가랑잎의 허튼 맹세는 들먹이지 말자 꽃잎이 늘 바람을 용서하여 왔듯 우리도 한때는 향기 그윽한 어느 꽃들이었듯 쓸쓸한 세상 마냥 품고 뒹굴며 뒹굴며 먼 길 가자

2021.11.14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소망}

Wikimedia Commons 소망/Wish - 페데리꼬 가르시아 로르까- Federico Garcia Lorca 너의 뜨거운 마음을, 오직 그것만을. 꾀꼬리도, 음악도 없지만, 은밀한 강과 작은 샘물이 있는 나의 낙원, 들녘. 잎새 위로 바람도 일지 않고, 꽃잎이고 싶은 별도 없는, 환한 빛, 가로막힌 시선 가운데 빛나는 또 다른 광채. 고요한 휴식,그곳 우리들의 입맞춤, 메아리로 되울리는 그 소리가 멀리 퍼져 나가는. 너의 뜨거운 마음을, 오직 그것 만을. Just your hot heart, nothing more. My Paradise, a field, no nightingales, no strings, a river, discrete, and a little fountain. Without t..

2021.11.13

Matthew Arnold, {The Buried Life}

© 최광민 The Buried Life - Matthew Arnold (1822-1888) Light flows our war of mocking words, and yet, Behold, with tears mine eyes are wet! I feel a nameless sadness o'er me roll. Yes, yes, we know that we can jest, We know, we know that we can smile! But there's a something in this breast, To which thy light words bring no rest, And thy gay smiles no anodyne. 지금 우리 사이 오가는 가벼운 농담들. 그러나 보라, 내 눈이 눈물로 ..

2021.11.13

양전형, {사랑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 양전형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내 안에 있던 철없는 바람이 그만 너를 사랑한다고 나지막이 말해 버렸다 먹구름 가득하고 파도 드센 날이었다 너는 그냥 무심코 나를 보고만 있었으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러나 혹시 너를 사랑한다는 그말이 너에게 당도하여 이미 가슴에 넣었거나 던져버리지 않았다면 그 말이 닿는 순간 곧바로 돌려다오 참으로 세상이 맑고 잔잔한 날 헛된 내 바람의 소리가 아닌 진심어린 눈으로 크게 말하리니 너를 사랑한다는 말 너를 사랑한다는 말

2021.11.13

백거이, 시 모음

장한가(長恨歌) - 백거이(白居易)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원컨데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원하네 천장지구라도 다할 날이 있겠으나 이 정한은 끊일 날이 없으리 ------------------------------------- 花非花 花非花 霧非霧 夜半來 天明去 來如春夢幾多時 去似朝雲無覓處 꽃이나 꽃이 아니요, 안개지만 안개가 아니구나 한밤에 왔다가 동트면 떠나니 봄날의 꿈처럼 잠깐 와 머물다 아침 구름처럼 떠나니 찾을 곳 없어라 ------------------------------------- 對酒 巧拙賢愚相是非 何如一醉盡忘機 君知天地中寬窄 雕악鸞皇各自飛 잘하니 못하니, 잘났니 못났니, 서로 시비 걸지만 흠뻑 취해 세상만사 다 잊은들 어떠리 당신..

2021.11.13

만전춘별사 (滿殿春別詞)와 술악부사 (述樂府辭): 후끈하다, 후끈해

Kano Motonobu (1476-1559) 촌평: 이토록 후끈한데, 설마 얼어죽기야 하겠는가! --- 滿殿春別詞 (만전춘별사) - 고려가요 어름 우희 댓닙자리 보와 님과 나와 어러 주글만뎡 어름 우희 댓닙자리 보와 남과 나와 어러 주글만뎡 情(졍) 둔 오 밤 더듸 새오시라 더 뒤 새오시라 述樂府辭 (술악부사) - 金守溫(1409~1481) 十月層氷上 (시월층빙상) 寒凝竹葉棲 (한응죽엽서) 與君寧凍死 (여군녕동사) 遮莫五更鷄 (차막오경) 겨울밤 얼음같이 차가운 바닥 위에 댓잎 깔고 누운 자리 온몸이 시리다 님과 함께 얼어 죽어도 좋으니 새벽닭아 제발 울지 말아라 --- 후끈하다. 후끈해!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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