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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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oyd Stone, {This is my song, 나의 노래}

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7-09-14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핀란디아}, 그리고 {This is my song} § 핀란드, 타피올라 어린이 합창단 아직 '노키아'와 '리눅스'가 내 삶 속에 등장하기 훨씬 전, 핀란드는 다만 순록과 타피올라 합창단 두 아이콘으로 내게 알려져 있었다. 순록과 눈이 핀란드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를 구성했다면, 타피올라는 청각적 이미지를 구성했다고나 할까? 타피올라 합창단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것은 "국민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 여름방학 탐구생활 문제를 풀기 위해 듣던 "104.5 메가헤르쯔" 교육방송의 음악감상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때 들었던 곡은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 마지막 "amen" 합..

2021.11.26

알프레드 테니슨, {율리시즈}

ULYSSES - Alfred Lord Tennyson - 번역: 최광민 It little profits that an idle king, By this still hearth, among these barren crags, Matched with an aged wife, I mete and dole Unequal laws unto a savage race, That hoard, and sleep, and feed, and know not me. 쓸모 없구나. 할 일 없는 왕으로 척박한 바위절벽 사이 늙은 아내와 적막한 화로 앞에 앉아 먹고, 자고, 탐욕스럽고, 나를 이해 못하는 야만인들을 벌하고 자비를 베푼다는 것은 I cannot rest from travel; I will drink life to ..

2021.11.25

장석주,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Wikimedia Commons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 장석주 세상에서 내가 본 것은 아픈 사람들과 아프지 않은 사람들. 살아있는 것들의 끝없는 괴로움과 죽은 것들의 단단한 침묵들. 새벽 하늘에 떠가는 회색의 찢긴 구름 몇 장. 공복과 쓰린 위. 어느날 찾아오는 죽음뿐이다. 말하라 붕붕거리는 추억이여. 왜 어떤 여자는 웃고, 어떤 여자는 울고 있는가. 왜 햇빛은 그렇게도 쏫아져내리고 흰 길 위의 검은 개는 어슬렁거리고 있는가. 구두 뒷굽은 왜 빨리 닳는가. 아무 말도 않고 끊는 전화는 왜 자주 걸려오는가. 왜 늙은 사람들은 배드민턴을 치고 공원의 비둘기떼들은 한꺼번에 공중으로 날아오르는가.

2021.11.16

신경림, {비에 대하여}

Wikimedia Commons 비에 대하여 - 신경림 땅속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너는 나무에 잎을 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때로는 땅갗을 뚫고 솟거나 산기슭을 굽돌아 샘이나 개울이 되어 사람을 모아 마을을 만들고 먼 데 사람까지를 불러 저자를 이루기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심술이 나면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땅속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너는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으로 물고 할켜 나무들 줄줄 피 흘리고 상처나게 만들고 더러는 아예 뿌리째 뽑아 들판에 메다꽂는다 마을과 저자를 성난 발길질로 허물고 두려워 떠는 사람들을 거친 언덕에 내평개친다 하룻밤새 마음이 가라앉아 다시 나무들 열매 맺고 사람들 새로 마을을 만들게 하는 너를 보고 사람들은 하지만 네가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너를 좇아 만들..

2021.11.16

송기원, {눈 내린 며칠}

Wikimedia Commons 눈 내린 며칠 1 外 - 송기원 왜 나는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몰랐을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죽음이라고만 여겼을까. 깊어진 한겨울을 연사흘 눈이 내려 쑥부쟁이, 엉겅퀴, 개망초, 강아지풀 시든 덤풀까지 쌓인 눈 속에 온전히 모습을 감추었을 때 죽은 고양이 한 마리, 끈이 떨어진 슬리퍼 한 켤레, 컵라면 그릇, 깨진 플라스틱 대야마저 쌓인 눈 속에 온전히 모습을 감추었을 때 아직도 나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여. 천홍공단을 끼고도는 시궁창 옆에서 비로소 안으로 열린 길을 더듬어들며, 나 또한 쌓인 눈 속에 온전히 모습을 감추네. 눈 내린 며칠 2 무너진 둑을 수리하느라, 물을 빼버려 펄을 드러낸 천홍 저수지에도 밑바닥 가득히 눈이 쌓였다. 겨울내내 저수지를 지날 때마다 내 ..

2021.11.16

백석, {흰 바람 벽이 있어}

Wikimedia Commons 흰 바람 벽이 있어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쓰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 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또 이것은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 것도 ..

2021.11.16

왕유, {인정 人情}

Walking on Path in Spring by Ma Yuan (马远 c.1190 - 1279年)), a Chinese painter of the Song Dynasty. 인정(人情) - 왕유 酌酒與君君自寬 人情飜覆沙波瀾 白首相知儒按劍 朱門先達笑彈冠 草色全經細雨濕 花枝欲動春風寒 世事浮雲何足問 不如高臥且加餐 친구여, 술이나 들자꾸나. 사람의 정리란 물결같이 뒤집히는 것. 백발된 오랜 친구도 칼을 겨누고, 선배도 후배의 앞길을 막나니, 보라, 비에 젖어 잡풀은 우거져도, 봄바람 차가워 꽃은 못 핀다. 뜬구름 같은 세상일 말해 무엇하랴, 누워 배나 쓸며 지냄이 좋으리.

2021.11.16

기형도, {가수는 입을 다무네}

Wikimedia Commons 가수는 입을 다무네 - 기형도 걸어가면서도 나는 기억할 수 있네 그때 나의 노래 죄다 비극이었으나 단순한 여자들은 나를 둘러쌌네 행복한 난투극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어리석었던 청춘을, 나는 욕하지 않으리 흰 김이 피어오르는 골목에 떠밀려 그는 갑자기 가랑비와 인파 속에 뒤섞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모든 세월이 떠돌이를 법으로 몰아냈으니 너무 많은 거리가 내 마음을 운반했구나 그는 천천히 얇고 검은 입술을 다문다 가랑비는 조금씩 그의 머리카락을 적신다 한마디로 입구 없는 삶이었지만 모든 것을 취소하고 싶었던 시절도 아득했다 나를 괴롭힐 장면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모퉁이에서 그는 외투 깃을 만지작거린다 누군가 나의 고백을 들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가..

2021.11.16

원재훈, {우체통에 넣을 편지가 없다}

Wikimedia Commons 우체통에 넣을 편지가 없다. - 원재훈 한때 나는 편지에 모든 생을 담았다. 새가 날개를 가지듯 꽃이 향기를 품고 살아가듯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 별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에 내 생의 비밀을 적었다. 아이의 미소를, 여인의 채취를, 여행에 깨우침을, 우체통은 간이역이였다. 삶의 열차가 열정으로 출발한다. 나의 편지를 싣고 가는 작은 역이였다. 그래 그런 날들이 분명 있었다. 낙엽에 놀라 하늘을 본 어느 날이였다. 찬바람 몰려왔다 갑자기 거친 바람에 창문이 열리듯, 낙엽은 하늘을 듬성듬성 비어 놓았다. 그것은 상처였다. 언제부턴가 내 삶의 간이역에는 기차가 오지 않아 종착역이 되었다. 모두들 바삐 서둘러 떠나고 있다. 나의 우체통에는 낙엽만..

2021.11.16

박인환, {세월이 가면}

Wikimedia Commons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이 시에 대하여 강계순은 평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아! 박인환}, 문학예술사, 1983. pp. 168-171) "...1956 년 이른 봄 저녁 경상도집에 모여 앉은 박인환, 이진섭, 송지영, 영화배우 나애심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이 몇 차례 돌아가자..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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