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범지 (王梵志)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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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범지 (王梵志) 시 모음

草人! 2022. 1. 16. 17:27



[노트]

왕범지의 시는 왠지 좀 툴툴거리는 말투의 반말로 읽는게 제 맛인 듯 싶다. 그렇게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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梵志翻着袜,
人皆道是錯.
乍可刺你眼,
不可隱我脚.

'범지는 버선을 뒤짚어 신었어!'
모두들 내가 잘못했다 말하지.
당신들 눈엔 가시처럼 보여도
내 발이 아프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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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不樂生天
亦不愛福田
飢來一砵飯
困來展腳眠
愚人以為笑
智者謂之然
非愚亦非智
不是玄中玄

하늘에 태어나길 바라지도
복 많이 받기도 원하지 않아
그저 배고프면 밥 한사발 먹고
피곤하면 발 뻗고 잘 뿐.
바보는 비웃지만
현자는 맞다고 해
어리석은 것도 지혜로운 것도
그렇다고 심오한 뜻이 있는 것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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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富有錢時
婦兒看我好
我若脫衣裳
與吾疊袍袄
吾出經求去
送吾即上道
將錢入舍來
見吾滿面笑
繞吾白鴿旋
恰似鸚鵡鳥
邂逅暫時貧
看吾即貌哨
人有七貧時
七富還相報
圖財不顧人
且看來時道

내가 돈 좀 있을 땐
처자식들이 날 좋아했어
옷 벗어 놓으면
받아서 잘 개어놓고
돈 벌러 가면 길에
길에 나와 바래다 주고
돈 벌어 오면
큰 미소로 맞이해 줬지
비둘기 처럼 내 주위에 모여
앵무새 처럼 재잘거렸어
그런데 졸지에 망하고 나니
나만 보면 싫은 얼굴을 해
사람이 가난할 때도
부자일 때도 있는 법인데
돈만 사랑하고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구나
나중에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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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昔未生時
冥冥無所知
天公强生我
生我復何爲
無衣使我寒
無食使我飢
還爾天公我
還我未生時

내가 태어나지 않았을 적
아득해서 알 수 없어
하늘은 억지로 태어나게 해선
대체 무엇에 날 쓰려는 건지.
입지 못해 추위에 떨고
먹지 못해 굶주리니
하늘이여 제발 내 자리로 날 돌려보내줘요
태어나기 전으로 돌려보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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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有一方便
價値百匹練
相打長伏弱
至死不入縣
他人騎大馬
我獨跨驢子
回顧擔柴漢
心下較些子

내겐 세상 사는 요령이 하나 있어
별로 대단한 건 아니야
싸울 때는 약한 척하고
다 죽을 때라도 송사는 벌이지 않아
남들이 큰 말타고 뽐낼 땐
난 홀로 나귀 등에 얹혀가는거야
등짐 맨 사람 보면
그래도 내가 그보단 낫다고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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慧心近空心
非關髑髏孔
對面說不識
饒你母信董

지혜로운 마음이란 텅빈 마음에 가까와서
해골의 일곱구멍으로 얻는 것하곤 상관이 없어
얼굴 보고 말해봐야 알아듣진 못하고
네 어머니만 믿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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城外土饅頭
餡草在城裏
一人吃一個
莫嫌沒滋味
世無百年人
强作千年調
打鐵作門限
鬼見拍手笑

성 밖엔 흙만두 (무덤)이 있고
만두 속은 성안에 있어
한 명이 딱 한개 먹어야 하는데
맛 없다고 안 먹을 수도 없는거야
세상에 백년 사는 사람 없는데
천년을 바라며 사네
쇠를 쳐서 문을 만들어 보지만
그걸 보며 귀신이 손뼉치며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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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影元非有
觀身一是空
如採水底月
似捉樹頭風
攬之不可見
尋之不可窮
衆生隨業轉
恰似夢寐中

그림자란게 원래부터 있는게 아니고
본체를 본들 특별할 건 없어
물에 비친 달 그림자를 건지거나
나무 끝에 스치는 바람을 잡으려는 것 같지
더듬은들 볼 수가 없고
찾고 또 찾아도 그 끝을 알 수가 없어
한 짓 따라 나고 죽는 것이
그저 꿈 속을 헤매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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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王羨活鼠
寧及尋常人
得官何須喜
失職何須憂
不可將財覓
不可智力求
倘來可柜藏
任去不可留
任來還任去
運命何須愁

죽어가는 왕이야 살아있는 쥐를 부러워 하겠지만
보통 사람은 부러워할 거나 있을까
벼슬을 얻으면 왜 즐거워하고
자리에서 쫒겨나면 왜 걱정하지
돈을 써도 찾아지질 않고
머리를 굴려가며 애써도 구해지질 않으니
우연히 얻은게 한때 머물 순 있어도
떠나갈 때 잡아둘 방법은 없어
오고 가는게 제멋대로인데
운명을 걱정할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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他家笑吾貧
吾貧極快樂
無牛亦無馬
不愁賤抄掠
爾富戶役高
差科并用却
吾無呼喚處
飽吃長展脚
爾富披錦袍
尋常被纏縛
窮苦無煩惱
草衣隨體着

사람들이 내 가난을 비웃어도
난 가난한 살림이 좋아
논밭 갈 소도, 타고 다닐 말도 없으니
빼앗겨 버릴 것도 없거든
당신들 부자들은 부역도 있고
부역과 세금이 동시에 달려들지만
가난한 나는 어디서 오란데도 없어
그저 배불러 먹고 다리 뻗고 자면 되지
비단옷 입은 당신네 부자들은
하나 같이 관리들에 매여 살지만
가난한 나는 걱정없이
그냥 무명옷 입고 편히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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莫言己之是,
勿說他人非.
道是失基是,
道非得基非

내가 옳다고 말하지도
남이 틀렸다고 말하지도 마
옳다고 말할 때 그 옳음을 잃게되고
잘못을 지적할 때 그 잘못에 빠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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莫漫求眞佛 
眞佛不可見
妙性及靈台
何曾受薰煉 

心是無心事
面是娘生面 
劫石可移動
個中難改變 

함부로 부처를 찾지마라
진짜 부처는 눈으론 볼 수 없거든.
사람의 성품과 오묘한 지혜란건
향을 배게 하는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마음을 쓰지 않아야 진짜 마음이고
세상에 태어날 때 그 얼굴이 진짜 얼굴이지
아무리 큰 바위라도 옮길 수 있지만
원래 심성은 바꾸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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