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민] 제너럴 최

일상

[© 최광민] 제너럴 최

草人! 2022. 5. 13. 12:09
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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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최

어느 수업시간. 옆에 않은 Anne이란 여학생이 노트에 적힌 내 이름을 보더니 갑자기 물어왔다.

"광민, 너 '제너럴 최'와 친척이냐?"

놀랍게도 내 성을 "초이"가 아닌 "최"라고 정확하게 발음했다. 근데 "제너럴 최 (최장군)"은 누굴까? 머리에 우선 떠오른 인물은 "최영 장군"이지만, 이 미국 여학생이 최영을 알 리가 없지 않은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앤이 (모를 리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제너럴 최'는 무도의 달인으로 태권도를 창건하셨고...."

그때 떠오른 또 다른 최씨는 인물은 {넘버3}에서 송강호 말을 더듬으면서까지 칭송하던 {바람의 파이터}의 주인공 최영의 (최배달) 선생이었지만, 최영의가 태권도를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그래도 모른다고 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 또 내 성을 유일하게 정확하게 발음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닌듯 하여 미지의 '제네럴 최'를 좀 아는 척했더니, 얼굴이 상기되면서 제너럴 최를 칭송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태권도 클럽 회원인데 제너럴 최가 얼마 전 2002년 6월 15일 84살로 작고해서, 매일 연습 전에는 회원들이 늘 묵념을 한다는것이다.

아, 이 '최 장군' ....



이 '제너럴 최'는 남한의 태권도가 속한 세계태권도연맹(WTF)과는 앙숙관계인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총재인 '최홍희 장군"이다. 다소 논란은 있지만, 최홍희는 오늘날 형태의 태권도를 창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18년 함경북도 길주 태생으로 일본유학 때 일본 주오대학에서 처음 가라데를 익혔고, 국군 창설멤버로 3군관구 사령관, 제2훈련소장, 6군단장을 거쳐 승승장구하다가, 5.16쿠테타 주도세력에 밀려 1962년 예편했다.

"제네럴 최"는 일제 때는 평양학병의거 사건으로 체포되어 사형집행일을 기다리다가 해방이 되는 바람에 살아났는가 하면, 6.3 한일협정 반대와 3선 개헌반대 주장을 시작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 유신과 동시에 캐나다로 망명할 수 밖에 없었던 한국 현대사의 비운을 품은 사내였다. 그는 평양에서 사망했다.

좋아, 나는 그럼 '제네럴 최'라 치고, 난 앤을 뭐라 불러야 할까. 앤은 자기 아버지가 대령 출신이니 "Colonel Stephenson"이 좋겠다고 한다. '최 장군'과 '스티븐슨 대령'이라. 계습상 내가 상관이군. 육군 상병 최상병에게는 더없는 영광이다.

다음 수업에 갔더니 누군가 "제너럴 최"를 부르면 반갑게 맞이한다. '스티븐슨 대령'이다. 앤은 오른쪽 주먹과 두 팔뚝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는 걸 보여주면서, 오늘 아침에는 벽돌과 각목 격파를 했단다. 그러면서 시간 나면 다음 주에 태권도 클럽에서 함께 대련하자는 것 아닌가.

2단이 아니라 국민학교 때 딴 2품이라고 솔직히 고백할 걸.

다음 주 난 살아남을 수 있을까?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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