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민] 항아유감 (姮娥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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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항아유감 (姮娥有感)

草人! 2022. 5. 13. 11:44
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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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유감 (姮娥有感)

현대 중국 민간신앙에서 매우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여신으로 추앙받는 항아(姮娥)는, 자신이 총애하는 사람들에게 시와 음악의 재능을 부여하며 또 불멸도 부여한다고 여겨진다. 항아는 상아(嫦娥)라고도 불리는데, 이것은 한나라 문제(漢文帝)의 이름이 항(恒)인 탓에 사람들이 기휘하여 항(恒)을 상(嫦)으로 바꾸어 쓴데서 유래한다.

융 학파의 심층심리학자인 M.L. 폰 프란츠는 칼 구스타프 융과의 공저 {사람과 상징/Man and his symbol}의 제 3장 {개체화 과정}에서 항아를 중국불교의 관음, 기독교의 성모, 힌두교의 샥티, 등과 함께 '긍정적 아니마'의 한 형태로 보았다. 

음... 내가 보기엔 오버다.

항아 -- 위키미디아 커먼스

민간신앙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신인 항아와 중국고전 {회남자/淮南子}에 등장하는 항아는 꽤 다르게 묘사되고 있다.

{회남자}에 따르면, 항아는 본래 아름다운 천상의 여신으로 활의 명수인 천신 후예의 아내였다. 그런데 요제(요임금) 때, 제준(帝俊)과 희화(羲和)의 아들인 열개의 태양이 장난삼아 동시에 하늘로 올라가는 일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세상이 불바다가 되고 목초와 강물이 말라버리는 천재지변이 발생하자, 요임금은 제준에게 이를 호소하게 되는데 이때 제준은 천상에서의 활의 명수인 후예를 파견해 사태를 수습할 것을 명령했고 후예는 10개의 태양에게 활을 겨누어 이 중 9개의 태양을 떨어뜨렸다. (그 이후로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태양 만이 남게 되었다.) 후예의 활약으로 인간세상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지만, 제준의 아들인 9태양을 죽여버리는 거친 수습방법으로 인해 제준의 분노를 산 후예는 그의 아내 항아와 함께 지상으로 추방된다. 이것이 {후예사일 後예射日}고사 이다.

한편, 예전에 금실좋던 천상의 신에서 인간으로 강등된 후예와 항아 사이에는 인간세상에서의 적응문제, 특히 죽음의 공포에 늘상 시달리게 되어 둘 사이에 잦은 다툼이 있게되었고, 결국 후예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항아를 위해 천신만고 끝에 곤륜산의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불사약을 구하게 되었는데, 이 불사약을 좋은 날을 받아 함께 복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약을 먹으면 불사 뿐 아니라 승천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항아는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몰래 불사약을 혼자서 모두 삼켜버렸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혼자 승천하게 된 항아는 남편을 배신한 여자라는 비난이 두려워져서 천계로 가는 대신 월궁(月宮/廣寒宮)으로 가서 숨어 지낸다. 항아가 달에 가기 전에는 당시 월궁 안에 흰 토끼와 계수나무 한 그루밖에 없었다. 그러나 항아가 월궁에 도착하자마자, 항아의 몸은 흉한 두꺼비로 변해버렸다. 그 때문에 중국인들은 달표면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항아가 변한 두꺼비를 본다. 이 고사를 {항아분월 嫦娥奔月}이라고 부른다.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은 그의 한시 {상아/嫦娥}를 통해 달에 추방되어 사는 항아에 대해 이렇게 썼다.

雲母屛風燭影深 운모병풍 앞 촛불 그림자 깊어가고
長河漸落曉星沈 은하수 너머 새벽별 기울 때
嫦娥應悔偸靈藥 영약 훔친 일, 항아는 후회하고 있으리
碧海靑天夜夜心 푸른하늘 밤마다 홀로 지새는 마음으로.

남편을 배신한 항아가 오늘날 중국인이 가장 추앙하는 여신이라니, 과연 여자는 그저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만고불변의 사실일까?

아, 항아여!

배신자여, 배신자여.
사랑의 배신자여.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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