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민] 설중매와 엘도라도

일상

[© 최광민] 설중매와 엘도라도

草人! 2022. 5. 13. 11:50
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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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설중매와 엘도라도

2004년의 가을.

법학석사 (LL.M.) 과정에서 공부하는 태국 출신 변호사 "똔" (원래 이름은 '파니딴 뿌삼루아트'라는데 "money'를 좋아한다며 한국어 '돈'을 별명을 삼았다)과 내 룸메이트 모하메드의 친구 아함메드가 우리 집에 놀러왔다. 

아랍식으로 끓인 홍차가 돌아가고 모하메드의 비장의 소장품 '물담배병'에서 사과향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손님들은 한국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여과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모하메드는 이미 김치, 떡국, 김, 만두 등 한국음식에 동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반 정도는 한국인이라 칠 수 있다. 이 자가 한동안 일본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한국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적이 몇 건 있었는데, 나는 김치를 몰수하는 것으로 아랍의 반역을 응징했다.)

우선 모하메드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유일하게 허용된다는 무술인 '태권도'와 "쌈쑹"의 전자제품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실제로 파란띠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똔은 한국이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모든 동남아 국가들의 존경을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차 소나타에게 바쳐지는 그의 찬사는 한국인인 내가 듣기에 민망할 정도. 마침내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은행을 다니다가 유학 온 경제학도 아함메드가 결정타를 날린다.

"한국에는 거지가 없다며?"

아아, 그들에게 코리아는 정녕 
황금의 땅 엘도라도였다.

그들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던 나는 조용히 밖으로 나와 한국의 "부"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한국가게로 질주했다.

그 증거란, 이름하여 

"설중매 골드".


눈 앞의 생생한 증거 앞에 더 이상의 증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99.9% 순금가루(flake)가 둥둥 떠있는 이 환상적인 매실주 앞에서, 두 아랍인과 한 명의 샴인은 말을 잃고 그저 두 눈을 껌뻑이며 금가루를 술에 타 마셔대는 동방의 한국에 경외의 눈길을 보낼 뿐이었다. 

엘도라도.

꿈꿀 수는 있지만,
존재하지는 않는 황금의 나라.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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