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민] 나, 너, 우리, 마리아 스콜로도프스카, 그리고 포니아토프스키




일상

[© 최광민] 나, 너, 우리, 마리아 스콜로도프스카, 그리고 포니아토프스키

草人! 2021. 11. 20. 05:33
작성

© 草人 최광민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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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최광민] 나, 너, 우리, 마리아 스콜로도프스카, 그리고 포니아토프스키

순서
  1. 나 너 우리 우리나라 대한민국 기영이 순이
  2. 마리아 스콜로도프스카와 스타니슬라스 오거스투스 포니아토프스키


아들이 보는 교과서 비슷한 책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나의 12년 초/중등 의무교육 동안 스쳐간 수많은 교과서들이 떠오른다.

책 마다 수록되어 있었던 국민교육헌장은 다 까먹었지만,  책 속의 문장들 가운데 지금까지도 이유는 알 수 없이 평소에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것이 두개 있다.

제 멋대로 시처럼 적어보니, 아닌게 아니라 시 같이 묘한 운율이 있다. 토씨가 약간 다를지는 몰라도 아마 거의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듯.




[1]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지금 초등학생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만해도 당시 아동들은 1학년 1학기엔 연습장에 줄긋기나 도형패턴 그리기 같은 것만 하고, 한글은 2학기 들어가 처음 배웠다. 물론 한글을 못 읽던 애들이 있었던 것은 당연지사. 

따라서 부정입학했다가 적발되어 1학년 1학기를 다시 다니던 애들에겐 그 학기가 지옥이었다.  

아래 문장은 한글을 배우던 1학년 2학기 국어책 첫 단원인 "우리". 이 구절을 기억 못하는 내 또래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출처: http://dongkwan.com/

출처: http://dongkwan.com/


출처: http://dongkwan.com/




우리

우리
나라

대한
민국

기영아
가자
순이야
가자

순이야 
안녕
기영아 
안녕

기영아
놀자
순이야 
놀자


1945년 해방 후 미군정에서 발간한 {한글 첫걸음} 교과서의 첫 문장은 새로운 국가가치를 담은 듯한 "가자, 다 가자, 나가자, 다 나가자"였고, 1963년에 나온 교과서에서는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이리 오너라, 바둑아 바둑아 이리 오너라..."로 가족 중심이었다. 

그러다가 1973년 박정희의 유신체제 이후에 사용된 첫 구절이 바로 내가 "국민학교" 1학년이던 1978년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나 너 우리, 우리나라 대한민국"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확실히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강조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2] 중학교 2학년
 
퀴리 부인의 딸이 쓴 퀴리 부인 이야기가 실린 단원의 첫 문장들이다. 이유는 알 수 없는데, 난 이 단락을 지금도 줄줄 외우고 있다.

역시 마치 시 처럼 풀어서 써봤다.


마리아 
스콜로도프스카



스타니
슬라스
오거스투스
포니아토프스키에 
대하여
말해 보아라

스타니
슬라스
오거스투스
포니아토프스키는
1764년
폴란드 임금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는 영리하고 
교양이 높아
예술가와 문인을 
보호하였습니다.
[한 줄 기억안남]

그러나
불행히도
용기가 없는
분이셨습니다.


아시아 끝에 살던 중딩의 뇌수에 꽃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용기가 없던" 폴란드 국왕 스타니슬라스 오거스투스 포니아토프스키 (=스타니스와프 아우구스트 포니아토프스키) 의 인생은 그리 헛되진 않았었나 보다.


스타니스와프 아우구스트 포니아토프스키(Stanisław August Poniatowski)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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