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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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오디세오스 엘리티스, {To Axion Esti}

2005-04-29 오디세오스 엘리티스 (Odysseus Elytis)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던 시집. 그리스어로 "악시온 에스티 / 마땅하도다"는 그리스 정교회의 성모 마리아(의 이콘)을 뜻한다. "Axion Esti os Alethos Makarizin Se Tin Theotokon" 즉, "영원히 복되시며 지극히 깨끗하신 테오토코스이신 당신을 공경함은 마땅하도다" 라는 말의 첫 두 단어이기도 하다. 한국어로 번역한 안정효씨는 이 제목을 [고귀하도다]라로 바꾸었는데, 안정효씨가 번역한 이 시집을 처음 읽었을때 무척 뭉클한 감동을 받았었다. 이 시집은 왠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자유냐 죽음이냐}를 닮았다.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하의 크레타인의 투쟁 이야기를 담은 것이 [자유냐 죽음이냐]라면, {토..

2021.11.14

칼릴 지브란, {美에 대하여}

美에 대하여 (On Beauty) - 칼릴 지브란 (Kahril Gibran), {예언자}에서. And a poet said, "Speak to us of Beauty." 한 시인이 물었다. "美에 대해 말해 주소서." Where shall you seek beauty, and how shall you find her unless she herself be your way and your guide? And how shall you speak of her except she be the weaver of your speech? 美를 어디서 찾으려는가? 美 스스로 길이 되고 인도자가 되지 않는다면? 美를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美 스스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The aggrieved and the injur..

2021.11.14

이바라키 노리코, {자신의 감수성 쯤은}

自分の感受性くらい 자신의 감수성 쯤은 - 茨木のり子 - 이바라키 노리코 詩 ぱさぱさに乾いてゆく心を 바싹바싹 말라가는 마음을 ひとのせいにはするな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みずから水やりを怠っておいて 스스로가 물주기를 게을리했으니 気難しくなってきたのを 드센 성정에 물들어가는 것을 友人のせいにするな 지인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しなやかさを失ったのはどちらなのか 부드러움을 잃은 것은 어느 쪽인가? 苛立(いらだ)つのを 초조해지는 것을 近親のせいにするな 친척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なにもかも下手だったのはわたくし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것은 나 자신. 初心消えかかるのを 초심이 사라져 가는 것을 暮らしのせいにするな 생계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そもそもが ひよわな志にすぎなかった 원래부터 허약한 의지에 지나지 않았다. 駄目..

2021.11.14

김광규, {생각의 사이}

생각의 사이 - 김광규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고 근로자는 오로지 노동만을 생각하고 법관은 오로지 법만을 생각하고 군인은 오로지 전쟁만을 생각하고 기사는 오로지 공장만을 생각하고 농민은 오로지 농사만을 생각하고 관리는 오로지 관청만을 생각하고 학자는 오로지 학문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 경제와 노동의 사이 노동과 법의 사이 법과 전쟁의 사이 전쟁과 공장의 사이 공장과 농사의 사이 농사와 관청의 사이 관청과 학문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권력과 돈과 착취와 형무소와 폐허와 공해와 농약과 억압과 통계가 남을 뿐이다.

2021.11.14

임동확, {오류는 나의 스승}

Wikimedia Commons 오류는 나의 스승 - 임동확 우린 죽음에 이르기까지 결코 그 궁극을 가늠하지 못한다 어둠이 가을강처럼 아늑해진 후에야 겨우 불빛이 그 근원의 반경을 드러내듯 어찌하여 나를 버리느냐고 비탄의 피울림을 울던 극치에서야 그가 한 인간이었음을 증거하듯 이곳에서 완전을 꿈꾸는 자 사랑의 완성을 노래하는자 내가 보기엔 가짜다 그리하여 늘 분명한 태도를 강요하는 자도 이미 체제의 편이다 자본이 몰염치를 화폐처럼 찍어내고 이념이 절망의 광기를 부도내듯 흠결 없는 자아란, 그래서 참회가 허용되지 않는 내부란, 얼마나 지루하고 끔찍한 학대인가 그렇다. 막장에서 돌아서는 것도 우리에겐 하나의 출구였듯 이제 오류는 나의 스승 그토록 깊은 나락의 미궁조차 내겐 공포라기보다 차라리 거대한 통로 그..

2021.11.14

안도현, {바닷가 우체국}

Wikimedia Commons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우체국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적이..

2021.11.14

양전형, {11월}

Wikimedia Commons 십일월 - 양전형 행인들이 이따금 어깨를 움츠린다 언뜻, 가야 할 때임을 알아챈 은행잎들 말없이 욕망의 손 내리더니 무리 지어 허정허정 먼 길 나섰다 아아 해마다 이맘때 도지는 지병 내 안에서 세상을 앓던 수많은 단풍잎들 줄줄이 떨어지는 병 뼈끝까지 시려 온다 또다시 가야겠다 그렁그렁한 눈물 탈탈 털어내며 사람아 사람아 가슴이 벌겋게 아린 사람아 내 안에 들어와 함께 별을 헤아리던 사람아 어차피 세상살이는 눈물로 시작되는 것 들찬 어깨에 동동 매달리며 한사코 가지 않겠다던 가랑잎의 허튼 맹세는 들먹이지 말자 꽃잎이 늘 바람을 용서하여 왔듯 우리도 한때는 향기 그윽한 어느 꽃들이었듯 쓸쓸한 세상 마냥 품고 뒹굴며 뒹굴며 먼 길 가자

2021.11.14

천상병, {미소}

微笑 - 천상병 1 입가 흐뭇스레 진 엷은 웃음은. 삶과 죽음 가에 살짝 걸린 실오라기 외나무다리. 새는 그 다리 위를 날아간다. 우정과 결심, 그리고 용기 그런 양 나래 저으며. 풀잎 슬몃 건드리는 바람이기보다 그 뿌리에 와 닿아주는 바람 이 가슴팍에서 빛나는 햇발.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풀밭 길에서 입가 언덕에 맑은 웃음 몇번인가는. 2 햇빛 반짝이는 언덕으로 오라 나의 친구여. 언덕에서 언덕으로 가기에는 수많은 바다를 건너야 한다지만 햇빛 반짝이는 언덕으로 오라 나의 친구여.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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