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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草人 최광민 2024-02-01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조르주 루오의 연작판화 {미제레레 Miserere} 와 다른 작품 갤러리
순서
© 草人 최광민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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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조르주 루오의 연작판화 {미제레레 Miserere} 와 다른 작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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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나 노비스 파쳄
- 미제레레
조르주 루오, 주요작품 모음
연작판화 {미제레레}
# 도나 노비스 파쳄
내가 9살 무렵이던 때, 사촌누나가 방 바닥에 던져 둔 음악책에서 이상한 노래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모르는 언어로 된 주문 같은 가사가 악보에 반복해서 한글로 적혀 있었고, 뭔가 주문 같아 신기한 생각에 외어 두었다.
"도오나 노오비스, 파아쳄 파쳄~~ 도오오나 노오비스 파아아아 아쳄 ~~~"
훗날 중학생이 되어 음악책에서 이 "주문"이 담긴 노래를 다시 접하게 되었는데, 작곡자 미상의 {도나 노비스 파쳄}이란 곡이었다. 놀랍게도 어머니도 이 노래를 중/고등학교 때 배웠다고 하셨다.
가사는 라틴어.
천주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당시 나는 헨델의 {메시아}와 바흐의 칸타타를 시작으로 서양 고전음악에 입문한 직후 왠지 고전음악의 뿌리부터 공부하자는 취지로 그레고리안 찬트를 열심히 듣던 참이라, 천주교 미사곡에 사용되는 기초적인 라틴어 단어는 이미 몇개 알고 있었다.
.
"도나 노비스 파쳄"이란 이 가사는 라틴미사에 사용되는 {Agnus Dei 아뉴스 데이 (신의 어린 양)}의 마지막 대목이며, 세례자 요한이 예수를 가리켜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다"라고 측근에게 말한 구절 뒤에 짧은 기도를 넣은 구조를 가진다.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세상 죄를 지고가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세상 죄를 지고가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세상 죄를 지고가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신에게 평화를 구하기 ("도나 노비스 파쳄") 앞서, 먼저 그의 자비를 구해야 ("미제레레 노비스")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렇게 또 "미제레레"란 라틴어 단어를 알게 되었다.
# 미제레레
젊은 시절 태평양 전쟁을 겪었던 일본시인 이바라키 노리코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란 시에서 자신의 암울했던 시절을 이렇게 적었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내가 제일 예뻤을 때
--- 茨木のり子
--- 이바라키 노리코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街々はがらがらと崩れていって
とんでもないところから
青空なんかが見えたりし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온 동네가 와르르 무너져 버리면
엉뚱한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まわりの人達が沢山死んだ
工場で 海で 名もない島で
わたしはおしゃれのきっかけを落としてしまっ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변 사람들이 엄청 죽어 나갔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 없는 섬에서
나는 멋 부릴 동기를 잃어 버렸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誰もやさしい贈り物を捧げてはくれなかった
男たちは挙手の礼しか知らなくて
きれいな眼差だけを残し皆(みな)発っていっ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다정하게 선물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수경례 밖에 모르는 남자들은
고운 눈빛만 남기고 모두 떠나갔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わたしの頭はからっぽで
わたしの心はかたくなで
手足ばかりが栗色に光っ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머리는 텅 비었고
내 마음은 딱딱해서
손발만 구리빛으로 번쩍였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わたしの国は戦争で負けた
そんな馬鹿なことってあるものか
ブラウスの腕をまくり卑屈な町をのし歩い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졌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이.
블라우스의 팔을 걷어붙이고 비굴한 거리를 누볐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ラジオからはジャズが溢れた
禁煙を破ったときのようにくらくらしながら
わたしは異国の甘い音楽をむさぼっ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쳐 흘렀다
금연을 했을 때처럼 어지러워하며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에 탐닉했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わたしはとてもふしあわせ
わたしはとてもとんちんかん
わたしはめっぽうさびしかっ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하고
나는 아주 혼란스러웠고
나는 너무나 외로웠다
だから決めた できれば長生きすることに
年とってから凄く美しい絵を描いた
フランスのルオー爺さんのように ね
그래서 결정했다. 가능한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서 몹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할아버지처럼.
이바라키와는 이유가 좀 다르긴 하지만, 조르주 루오는 그 특징적인 거칠고 굵은 선과 강렬한 색감 때문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판화가 중 하나다.
루오는 1920년대 부터 30여 년에 걸쳐 일련의 동판화를 제작해 {미제레레 Miserere}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미제레레} 연작은 1912년 아버지의 별세를 계기로 구상되고 1914-1918년에 있었던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구체화되었다. 원작은 {Miserere et Guerre} 즉 {애상과 전쟁} 으로 2부로 기획되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과 그의 후원자 앙브루아스 볼라드와의 복잡한 관계 때문에 무려 30년이 걸린 제작과정에서, 그의 주제는 좀더 보편적인 슬픔과 인간조건에 대한 사색으로 이어지는데, 그 결과 이 연작의 제목을 라틴어 기도문의 일부인 "Misere nobis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로 바꾸었다. 이 작품은 도판 1-33까지는 애상을 다루고 도판 34-58는 전쟁의 참화를 다룬다. 58점의 판화 각각의 제목은 루오 자신이 붙였다.
루오의 서문을 옮긴다. (영어에서 중역 | 번역: 최광민)
Preface by Georges Rouault, 1948
1948년 조르주 루오의 서문
“I dedicate this work to my master, Gustave Moreau, and to my valiant and beloved mother who with unstinting patience watched over and aided my early efforts when I wandered at the crossroads, an ill-equipped young pilgrim of art. Let me add that both, in their own way, were endowed with the same smiling and encouraging nature, seldom found in these times of bitterness and offense in which we seem to live today.
나는 이 작품을 스승 귀스타프 모로와, 예술의 젊은 길손으로 갈림길을 빈손으로 헤매던 나의 첫 노력을 돕느라 밤을 새우시던 담대하고 사랑스런 어머니께 바친다. 두 분은 서로 달랐으나 이제는 우리 삶의 몫을 이루는 씁쓸하고 거친 이 시대에서 보기 힘든 한결같은 미소 띤 격려로 용기를 주었다.
Most of the subjects date from 1914-1918. They were first executed in the form of drawings in India ink, and later transformed into paintings in at the request of Ambroise Vollard. He then had all the subjects transferred on to copper. It was desirable, apparently, that the copper should first receive the impression of my drawing. From that point on, I painstakingly tried to preserve the initial rhythm and draughtsmanship.
대부분의 주제는 1914-19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는 먹으로 그린 소묘 형태로 그린 것을 나중에 앙브루아스 볼라르의 요청에 따라 회화로 발전시켰다. 그는 모든 주제를 동판에 옮기게 했는데, 동판이 내 소묘가 가진 인상을 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이후로 원래의 율동과 그림을 살리기 위해 고통스럽게 노력했다.
On each plate, more or less felicitously, without ceasing or pausing, I worked with different tools; there is no secret about my methods. Never satisfied, I resumed each subject endlessly, sometimes in as many as twelve or fifteen successive states; I should have liked them all to be of equal quality. I readily admit that I became attached to them, and that I was not insensitive to the desire of an American ambassador who wished to have some of the copper plates plated with gold and set in the wall at the embassy.
다소 다행스럽게 동판 별로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해 끊임없이 작업을 거듭했다. 여기엔 아무런 비결도 없다. 만족스럽지 않으면 같은 주제를 무제한 다루면서 열두 번 내지 열다섯 번까지도 다시 해보곤 하였다. 모두 같은 수준이 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 일에 내가 애착했던 것은 사실이다. 어느 미국 대사가 동판 중 몇을 금판에 옮겨 대사관 벽에 붙였으면 하는 요구에 무심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The impressions, which I carefully supervised, were completed in 1927, and later Ambroise Vollard had the plates cancelled.
나 자신이 정성껏 감독한 인쇄가 1927년에 드디어 끝나자 앙브루아스 볼라르는 원판을 파기하도록 하였다.
After waiting twenty long years for their publication, which was delayed for various circumstances, I was fortunate enough to recover the engravings in 1947, and entrusted their publication to the Etoile Filante in Paris. It was planned that Andre Suares should write an accompanying text, unfortunately he was unable to do so.
여러 사정으로 20년을 끈 작품의 발표를 고대하던 중, 1947년에 다행이도 판화들을 되찾아 에투알 필랑트 사에 출판을 위탁할 수 있었다. 본래는 앙드레 쒸아레스가 그림에 글을 쓰기로 되어 있었는데 못하게 된 점이 아쉽다.
The death of Ambroise Vollard, the war, the occupation and its consequences, and finally my lawsuit were all the causes of indefinite delay. Though ever hopeful, there have been dark times when I despaired that these engravings, to which I have always attached a great significance, would ever be published. I rejoice that this has come to pass before I vanish from this planet.
앙브루아스 볼라르의 죽음과 전쟁과 (나찌)점령과 그 결과 및 나 자신의 법적송사 등이 기한없는 지연의 원인이 되었다. 내가 낙관적 성격이진 않지만, 어두운 시간들을 겪으면서 때론 벌써 어느 시점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나 자신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던 이 작품의 출판을 못볼 것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서 나마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목표를 이룬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
If injustice has been shown toward Ambroise Vollard, let us agree that he had taste and a passion for making beautiful books, regardless of time; but it would have taken three centuries to complete the various works and paintings with which, in utter disregard of earthly limitations, he wished to burden the pilgrim.
앙브루아스 볼라르에 대해 내가 공정치 못한 점이 있다면, 제작시간 문제만 뺀다면 아름다운 책들을 만드는 취미도 있고 열정도 있던 사람이었다는 점을 우리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역시 이 세상의 한계를 고려치 않고 그가 우리네 길손에게 맡기려던 허다한 작품과 그림 작업을 모두 마치려면 삼백 년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Form, color, harmony
Oasis or mirage
For the eyes, the heart, and the spirit
형상, 색채, 조화 -
눈, 마음, 정신에게는
오아시스 아니면 신기루
Toward the moving ocean of pictorial appeal
“Tomorrow will be beautiful,” said the shipwrecked man
Before he disappeared beneath the sullen horizon
어둑한 수평선에 사라지기 전
그림 처럼 멋진 울렁이는 바다를 보고
'내일은 날이 좋겠지' 하고 난파자는 되뇌었다
Peace seems never to reign
Over this anguished world
Of shams and shadows
허위과 그림자로
고통받는 이 세상에
결코 평화가 온 것은 아니리.
Jesus on the cross will tell you better than I
Jeanne in her brief and sublime replies at her trial
As well as other saints and martyrs
Obscure or consecrated
십자가의 예수께서 나보다 더 잘 말해주리라.
축성되거나 아닌 모든 성인들과 순교자들 처럼
재판에서 잔느(=잔다르크)의 간결하고 고귀한 답변처럼.
Paris 1948
Georges Rouault”
1948년 파리에서
조르주 루오
연작판화 {미제레레}
도판 제목:
- MISERERE (plate 1): “Miserere mei…Deus, secundum magnam misericordiam tuam”
- MISERERE (plate 2): “Jésus honni…”
- MISERERE (plate 3): “Tojours flagellé…”
- MISERERE (plate 4): “Se réfugie en ton coeur, va-nu-pieds de malheur”
- MISERERE (plate 5): “Solitaire, en cette vie d’embûches et de malices”
- MISERERE (plate 6): “Ne sommes-nous pas forçats?”
- MISERERE (plate 7): “Nous croyant rois”
- MISERERE (plate 8): “Qui ne se grime pas?”
- MISERERE (plate 9): “Il arrive parfois que la route soit belle…”
- MISERERE (plate 10): “Au vieux fauborg des Longues Peines”
- MISERERE (plate 11): “Demain sera beau, disait le naufragé”
- MISERERE (plate 12): “Le dur métier de vivre…”
- MISERERE (plate 13): “Il serait si dous d’aimer!”
- MISERERE (plate 14): “Fille dite de joie”
- MISERERE (plate 15): “En bouche qui fut fraîche, goût de fiel”
- MISERERE (plate 16): “Dame du Haut-Quartier croit prendre pour le place réservée”
- MISERERE (plate 17): “Femme affranchie, Ã quatorze heures, chante midi”
- MISERERE (plate 18): “Le condamné s’en est allé…”
- MISERERE (plate 19): “Son advocat, en phrases creuses, clame sa totale inconscience…”
- MISERERE (plate 20): “Sous un Jésus en croix oublié là ”
- MISERERE (plate 21): “Il a été maltraité et opprimé et Il n’a pas ouvert la bouche”
- MISERERE (plate 22): “En tant d’ordres divers, le beau métier d’ensemencer une terre hostile”
- MISERERE (plate 23): “Rue des Solitaires”
- MISERERE (plate 24): “Hiver lèpre de la terre”
- MISERERE (plate 25): “Jean-François jamais ne chante alleluia…”
- MISERERE (plate 26): “Au pays de la soif et de la peur”
- MISERERE (plate 27): “Sunt lacrymae rerum…”
- MISERERE (plate 28): “Celui qui croit en moi, fût-il mort, vivra”
- MISERERE (plate 29): “Chantez Matines; le jour renaît”
- MISERERE (plate 30): “Nous…c’est en Sa mort que nous avons été baptisés”
- MISERERE (plate 31): “Aimez-vous les uns les autres”
- MISERERE (plate 32): “Seigneur, c’est Vous, je Vous reconnais”
- MISERERE (plate 33): “Et Véronique au tendre lin passe encore sur le chemin”
- MISERERE (plate 34): “Les ruines elles-mêmes ont péri”
- MISERERE (plate 35): “Jésus sera en agonie jusq’Ã la fin du monde”
- MISERERE (plate 36): “Ce sera la dernière petit père?”
- MISERERE (plate 37): “Homo homini lupus”
- MISERERE (plate 38): “Le Chinois inventa, dit-on, la poudre à canon, nous en fit don”
- MISERERE (plate 39): “Nous sommes fous”
- MISERERE (plate 40): “Face à face”
- MISERERE (plate 41): “Augures”
- MISERERE (plate 42): “Bella matribus detestata”
- MISERERE (plate 43): “Nous devons mourir, nous et tout ce qui est nôtre”
- MISERERE (plate 44): “Mon doux pays où êtes-vous?”
- MISERERE (plate 45): “La mort l’a pris comme il sortait du let d’orties”
- MISERERE (plate 46): “Le juste, comme le bois de santal, parfume la hache qui le frappe”
- MISERERE (plate 47): “De profundis…”
- MISERERE (plate 48): “Au pressoir le raisin fut foulé”
- MISERERE (plate 49): “Plus le coeur est noble moins le col est roide”
- MISERERE (plate 50): “Des ongles et du bec”
- MISERERE (plate 51): “Loin du sourire de Reims”
- MISERERE (plate 52): “Dura lex sed lex”
- MISERERE (plate 53): “Vierge aux sept glaives”
- MISERERE (plate 54): “Debout les morts!”
- MISERERE (plate 55): “L’auveugle parfois a consolé le voyant”
- MISERERE (plate 56): “En ces temps noirs de jactance et d’incroyance, Notre-Dame de la Fin des Terres vigilante”
- MISERERE (plate 57): “Obéissant jusqu'à la mort et à la mort de la croix”
- MISERERE (plate 58): “C’est pas Ses meurtrissures que nous sommes guéris”
草人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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