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민] 기억의 단편들

일상

[© 최광민] 기억의 단편들

草人! 2021. 12. 5. 15:22
2013-09-25

독감주사 맞으러 엄마와 병원 간 아들. 예쁜 금발머리 딸 셋을 데리고 온 다른 엄마에게 처가 예쁜 딸들 칭찬을 한다.

"Wow, you must be very proud of you daughters. I cannot tell which one is the most beautiful!"

아들이 문득 끼어든다.

"Well, I can."

대기실 손님들이 다 뒤집어졌다는.


2012년 12월 26일: 눈사람



@ 최광민, Kwangmin Choi

지난 10월 동부에 허리케인 몰아치던 때 잠깐 눈 내린 후로는 처음으로 눈 다운 눈이 내렸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안줬더니 아직 산타클로스가 오지 않은 것으로 믿고있는 아들을 데리고 나가 퇴근 후 저녁 7시부터 한 시간 가량 눈 내리는 앞마당에 나가서 함께 나, 아들, 처 세사람이 함께 눈사람을 만들었다. 머리는 눈밭에서 굴리고, 몸은 눈을 쌓아올렸다.

군대 있을때 연대장 싸모님의 부탁 (=명령)으로 눈사람 만들어 본 후론 처음 만들어 본다.



2012년 1212


처가 학회일로 6일 간 한국을 방문하는 동, 함께 있는 아들 녀석에게 "엄마 보고 싶어요"란 말을 들어보려고 압박을 가하자 아들이 한 말.

"Calm down, Daddy!! It's only six days. See?"

다 컷다.



2012년 10월 8일: 10배


아들은 나의 띠동갑이다. 지난 한 해는 나와 아들에겐 특별한 해였는데, 그것은 내 나이가 아들 나이의 10배가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띠동갑 부자에겐 평생 한번있는 그런 해인 것이다.

아들: How old are you, Daddy?
나: I'm 10 times older than you are.
아들: Wow! It's a lot~~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함께 경악했다.  


2009년 06월 26일


발바닥.

아버지 날을 맞이하여 아들이 다니는 페니 레인 데이케어에서 진수의 발도장과 시가 적힌 소박한 액자를 하나 제작해 보내주었다. 데이케어에 있는 동년배 친구들에 비해 훨씬 큰 진수의 큼직한 발바닥 도장도 흐믓했지만, 거기 적힌 시를 읽어보니 아비가 된 보람에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아이가 아직 말은 서툴지만, 같은 마음을 발바닥에 찍어 내게 보내주었다고 믿는다.

Walking with Daddy

- Unknown

Said a little child so small
I'm following in your footsteps,
And don't want to fall.

Sometimes your steps are very fast,
Sometimes they are hard to see;
So walk a little slower Daddy
For you are leading me;

Someday when I'm all grown up,
You're what I want to be;
Then I will have a little child
Who'll want to follow me.

And I want to lead just right,
And know I was true;
So walk a little slower Daddy
For I must follow you.


2008년 09월 18일


아들의 월반

보육원에서 그동안 1-12개월 아이들을 모아놓은 영아반에 있던 11개월된 아들녀석이, 오늘 자로 1살 반으로 옮겼다. 어짜피 3주 있으면 옮길 예정이긴 했지만, 보기에 따라서 3주나 빨리 월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영아반의 아이들은 주로 누워있거나, 바닥을 기거나, 혹은 보행기에 앉아있어서 아들이 그다지 재미를 못붙인 것 같지만, 1살반 애들이 모두 서서 걸어다니는 걸 본 아들이 상당한 자극을 받았는지 계속 서 있으려고 한다.

애를 맡기고 나오면서 흐믓해진 처가 묻는다

"학부형 된 것 같죠?"
"옙, 싸모님"

이렇게 벌써 1년이 휙 지나갔다.

草人



2008년 08월 04일


아들의 첫 사회생활.

9개월 4주에 접어든 진수. 집 근처 데이케어 센터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첫날은 오후 4시간 정도로 적응훈련을 시작하지만, 곧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맡길 계획.

그 동안 낮시간에 진수를 봐주시던 어머니께서 데이케어 센터를 다녀오시곤 "어디다 손자를 버리고 온 것 같다"며 안쓰러워하시더라는 말을 전하는 처의 말 속에 안절부절하는 처의 심정이 함께 녹아난다. 그 모습을 보며, 내색은 안하지만 나도 9개월짜리를 데이케어에 보내는 것이 내심 안쓰럽다. 함께 공부하는 부모를 만난 탓이려니 생각하고 아들이 이해해 주길.

그러나 첫날 잘 적응한 모습에 아비는 내심 아들이 대견스럽다. 9개월된 아들의 사회인으로서의 첫 출발을 축하하며.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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