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민] 랍비 카두리의 메시아,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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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종교|철학

[© 최광민] 랍비 카두리의 메시아, 예수

草人! 2021. 11. 20. 00:43
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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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랍비 카두리의 메시아, 예수

순서
  1. 랍비 이츠하크 카두리
  2. 카두리의 비밀노트
  3. 메시아? 적-그리스도? 해프닝?

# 랍비 이츠하크 카두리 

유럽계 아슈케나지 및 이베리아-북아프리카계 셰파르디 유대인 그룹과 함께 3번째 계파를 구성하는 중동계 미즈라히 유대인을 대표하는 랍비로는, 전 세계에 수 백만 추종자를 이끄는 바그다드 출신의 랍비 이츠하크 카두리 (Yitzhak Kaduri, 1889?-2006)가 손꼽힌다. 그는 카발라주의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Yitzhak Kaduri, 1889?-2006 (출처: wikimedia commons)

서방세계에 그를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2000년대 들어 뜬금없이 카발라에 경도된 후 캘리포니아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 데미 무어 (그리고 그의 꼬꼬마 신랑)을 카발라 컬트에 가입시키며 동네방네 카발라 신드롬을 일으키던 팝가수 마돈나가 2005년 겨울 유대인의 하누카 축제 즈음에 이스라엘에 공연을 가면서, 현지 카발라의 대가에게 카발라도 사사받고 축복도 받을 겸 랍비 카두리 측과 접촉했으나, 100살을 넘긴 노인이던 랍비 카두리가 보기좋게 일언지하에 접견을 거부한 일화일 듯 하다.

랍비 카두리 왈,

비-유대인에게는 카발라, 탈무드, 심지어 짤막한 토라/율법을 가르치는 것 조차 금지되어 있다

It is forbidden to teach a non-Jew Kabbalah, not even Talmud, not even simple Torah.

사실 랍비 카두리는 말을 많이 순화시켜서 한 것이다. 마돈나는 {바빌로니아 탈무드}에 어떻게 씌여져 있는지를 미리 알아두는 편이 좋을 뻔했다.

{바빌로니아 탈무드}의 {산헤드린 59a}에서 랍비 요나단은 말한다.

R. Johanan said: A heathen who studies the Torah deserves death, for it is written, Moses commanded us a law for an inheritance; it is our inheritance, not theirs. --- Sanhedrin. 59a, Exhibit 6

토라를 공부하는 이방인은 죽어 마땅하다. 경전에 쓰여진대로, 모세는 이 율법을 우리들에게 유산으로 남겼지 저들을 위해 남긴 것이 아니다.--- 번역: 최광민

결국 "Kabbalists do it better 카발라주의자는 더 잘할 수 있어!"라고 적힌 흰 셔츠를 즐겨입고 다니던 마돈나만 뻘쭘해졌다.


마돈나, "Kabbalists do it better"




# 카두리의 비밀노트

추종자들 사이에서 챠딕 (성자)로 추앙되던 랍비 이츠하크 카두리는 2006년 1월 28일 108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사망하기 몇 해 전부터 카두리는 유대인의 메시아가 곧 도래할 것이며, 2006년 1월 이후 식물인간 상태인 전 총리 아리엘 샤론은 이스라엘 공화국의 마지막 총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의 예시바(유대교 신학교)에서 공공연히 발언했다. 아울러 그는 예루살렘에서 바로 그 메시아를 이미 만났으며, 자신의 사후 1년이 지나면 그 이름을 공개하라고 유언했다.

2007년 4월, 드디어 그가 남긴 비밀노트가 공개되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메시아의 약명에 대해서:
Concerning the letter abbreviation of the Messiah’s name

그는 사람들을 고양시키며, 그의 말과 율법이 유효한 것임을 입증할 것이다.,
He will lift the people and prove that his word and law are valid.

자비의 달에 씀.
This I have signed in the month of mercy,

이츠하크 카두리
Yitzhak Kaduri

강조된 부분은 그가 암호화한 메시아의 이름에 해당한다. 히브리어 독음은 "야림 하암 베요키악 셰드바로 베토라토 옴딤 (Yarim Ha’Am Veyokhiakh Shedvaro Vetorato Omdim)인데, 이제 여기서 6개의 머릿글자 자음 따서 재조립하면 Y(e)h(o)shu(a)가 나온다. 히브리어의 "예호수아"는 아람어의 "예수아"이고, 이는 잘 알려진 바 대로 "예수"와 같다.

그의 유언이 공개된 직후, 이스라엘에서는 난리가 났다. 유대인들의 반응은 다양했는데, "당연히 위조문서다"부터 시작해서, "랍비 카두리는 알고보니 기독교도였단 말이냐?", "예수라는 이름이 꼭 기독교도의 예수를 뜻할 필요는 없다" 등등으로 분분하다.

80대 노인인 그의 큰 아들 랍비 다비드 카두리는 이 노트의 필적이 아버지의 필적과 다르다는 주장을 펼치고는 있으나, 대부분의 추종자들은 이 문서자체가 카두리 본인이 작성한 진품이라고 일단 인정하고 있다. 다만 해석을 두고는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이 사건을 심층취재한 현지 {이스라엘 하욤}지의 편집장 아비엘 슈나이더는 랍비 이츠하크 카두리가 남긴 다른 문서들, 특별히 예시바에서 랍비 후보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문서들을 열람하고나서 기이한 상징들이 문서 곳곳에 가득한 것을 발견하였는데, 그 상징이란 다름 아닌 십자(+)문양이었다. 잘 알려지다시피, 정통파 유대교도들은 십자기호를 종교적 상징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심지어 일부는 덧셈할 때 조차도 사용하지 않는다.

유니코드 U+002B는 기호 +에 해당하고, 유니코드 U+FB29는 기호 ㅗ에 해당한다. 동일하게 "합(合,plus)"을 뜻한다. "plus"라는 기호의 역사는 무척 긴데, 중세기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수학자들은 덧셈을 표시할때, 두 숫자 사이에 p를 적고 p자 꼭대기에 가로선을 그은 기호를 사용했다. 한편, "AND"를 뜻하는 라틴어 "et"도 덧셈기호로 사용되었는데, 빠른 표기를 위해서 t자 모양이 오늘날의 +자 형태로 변형되었다. 이 형태로서의 덧셈기호는 14세기 프랑스 수학자 Nicole d' Oresme (1323-1382)의 {Algorismus proportionum}의 필사본에 처음 등장한다. (하단부가 긴 라틴십자와 달리) 네 길이가 동일한 정방형 십자표지(+)는 그리스 정교회에서 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덧셈기호로서의 정방십자 기호는 위에 설명한 대로 기독교와는 전혀 무관한 기원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일부 유대인들은 19세기 경부터 덧셈기호로 +의 사용을 거부하고 라틴어 et 나 기호 ㅗ를 덧셈기호를 사용해 왔다.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도 이 기호는 타부로 여겨지고 있다. 이스라엘 교육당국은 1970년대부터 ㅗ기호의 사용을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교육현장에 도입해 교육해오고 있다. 정통파 유대교 관련의 종교서적에서는 +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일반적인 용도로는 +도 여전히 함께 사용되고 있다.

장남인 랍비 다비드 카두리는 이를 두고 "천사의 상징"이라고 처음에는 애둘러 해명했지만, 이어지는 기자의 질문에 쩔쩔매면서 사실은 무슨 의미인지 자기도 모르겠다고 인정해 버렸다.



# 메시아? 혹은 적-그리스도? 혹은 해프닝?

랍비 카두리는 사망 몇 달 전인 욤 키푸르 (대속죄일)때, 자신이 2003년 11월에 메시아를 개인적으로 만났으며, 아리엘 샤론 총리가 죽은 후에 메시아가 정체를 드러낼 것이란 메시지를 시나고그에서 발표한다. (참고로, 아리엘 샤론은 2006년 1월부터 심장마비 후 식물인간이 되었고, 아직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있다.)

처음에 이 "예수"라는 이름의 메시아가 거명되었을 때, 유대인들은 기독교도들이 기뻐 춤을 출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그것은 랍비 이츠하크 카두리가 지목한 '예수'라는 이름을 가진 이 메시아가 신약성서에 묘사된 재림예수와는 다른 캐릭터를 보이기 때문이다.

카두리가 남긴 어록들에서 인용한다.

우선 이츠하크 카두리는 2005년 자신의 예시바에서, 메시아의 도래에 맞물리는 임박한 세계적 대재앙을 예고하고, 전 세계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돌아와 예루살렘의 성전을 재건할 것을 촉구한다. (기독교에서 "재림 예수"는 성전을 재건하지 않는다. 더이상 성전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In the future, the Holy One, Blessed be He, will bring about great disasters in the countries of the world to sweeten the judgments of the land of Israel,"

카두리에 따르면, 그 메시아는 현재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으며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도 모르고 있다. 그래서 이 메시아는 두 단계를 거쳐서 유대인들 사이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것인데, 첫 단계에서 이 메시아는 자신이 메시아인지에 대한 자각없이 유대인들을 이끌 것이며, 이후 자신의 메시아로서의 정체성을 유대일들에게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즉, 그가 메시아를 공개적으로 선포할 무렵에는 이미 유대인들 사이에서 그는 꽤 알려진 저명인사가 되어 있을 것이란 뜻.

"The Messiah is already in Israel. Whatever people are sure will not happen is liable to happen, and whatever we are certain will happen may disappoint us. But in the end, there will be peace throughout the world."

“The revelation of the Messiah will be fulfilled in two stages: First,he will actively confirm his position as Messiah without knowing himself that he is the Messiah. Then he will reveal himself to some Jews, not necessarily to wise Torah scholars. It can be even simple people. Only then he will reveal himself to the whole nation. The people will wonder and say: ‘What, that’s the Messiah?’ Many have known his name but have not believed that he is the Messiah.” 

처음에는 정통파 유대인들 보다는 비신자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가 높을 것이며 그들이 그를 먼저 메시아로 추앙하게 될 것이다. 그 메시아는 스스로 메시아의 권한도 주장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서 메시아의 표징을 발견한 유대인들이 그를 추앙해 메시아로 전면에 세울 것이다.

“Will all believe in the Messiah right away? No, in the beginning some of us will believe in him and some not. It will be easier for non-religious people to follow the Messiah than for Orthodox people."

 "He is not saying, 'I am the Messiah, give me the leadership.'Rather the nation is pushing him to lead them, after they find [in my words] signs showing that he has the status of Messiah."

이 메시아는 메시아로 추앙된 후에도 어떤 공직을 취하거나 정치적 노선을 표방하지 않을 것이며, 미디어를 통해서 대중과 소통할 것이다.

“It is hard for many good people in society to understand the person of the Messiah. The leadership and order of a Messiah of flesh and blood is hard to accept for many in the nation. As leader, the Messiah will not hold any office, but will be among the people and use the media to communicate. His reign will be pure and without personal or political desire. During his dominion, only righteousness and truth will reign."

벌써 여기까지만 해도 기독교도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판인데, 카두리는 여기에 결정적인 진술을 하나 더 추가한다. 그 메시아는 예루살렘을 이방종교들 (기독교, 이슬람교)로부터 탈환할 것이며, 기독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은 서로 싸우다 자멸할 것이란 예고가 그것이다. 그가 "이방종교"를 언급할 때 "복수"를 사용한 것을 기억하자. 예루살렘을 "지배"해 온 "이방"종교는 로마 정복 이후 2세기 가량의 이교 시절과 AD 7세기 초 약 20년 간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하던 사산조 페르시아의 시리아/예루살렘 점령기간을 빼면 기독교와 이슬람교 뿐이다.

“When he comes, the Messiah will rescue Jerusalem from foreign religions that want to rule the city,They will not succeed for they will fight against one another.”

메시아가 도래하면, 그는 예루살렘을 지배해 온 이방종교들 (=이슬람교, 기독교)로부터 이 도시를 구출할 것이다. 그들은 (=무슬림, 기독교도) 서로 싸울 것이기 때문에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 연유로, 처음 카두리의 비밀노트가 공개되었을 때 만해도 살짝 상기되었던 보수기독교 측에서는 이제 카두리가 만난 그 "예수"는 아마도 신약성서가 예고한 "적-그리스도, anti-christ"일 것이라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러나 이런 전체 맥락을 잘 모르고 아직까지 살짝 상기되어있는 기독교도들이 여전히 꽤 있는 듯 하다.

카두리가 만난 (지금 이스라엘 땅을 활보하고 있을) 그 예수는 정녕 유대인의 메시아가 될 것인가? 아니면 메시아를 가장한 적-그리스도가 될 것인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AD 2세기 초에 바르 코크바를 메시아로 옹립했다가 피를 봤던 랍비 아키바의 오판처럼 그저 해프닝으로 그칠 것인가?

죽은 이는 말이 없다.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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