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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Kwangmin Choi). 2005-10-01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나의 꿈, 코펙스 망원경
© 최광민 (Kwangmin Choi). 200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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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코펙스 망원경
7살 무렵?
대한민국 백만 소년들의 애독잡지 {소년중앙}이 그 달의 별책부록으로 납작한 철제 원형세계지도를 끼워준 적이 있었다.
그 세계지도가 내게 준 충격은 정말 얼마나 대단했던지! 요새처럼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이라, 그 지도를 들여다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가 "달"이나 "화성" 쯤 있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같은 행성의 바다 건너 저 쪽에 있다는 것 아닌가?
그 무렵 나는 {소년중앙}속 광고물 가운데 유독 천체망원경 광고에 넋이 나가 있었고, 지금도 기억하는 그 광고들 가운데는 당시의 나의 꿈 "코펙스" 망원경로 찍었다는 조악한 달 사진이 함께 갱지 위에 인쇄되어 있었다. 그러나 천체망원경은 내게는 달 만큼이나 먼 꿈이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도 별은 나의 도피처였다. 공부에 지칠 때면 펴 들곤하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고3 동안 열번도 더 완독했고, 아서 C. 클라크의 {2001 오디세이}는 스무 번도 더 열독했고, 알퐁스 도데의 스테파네트를 사랑했고, 과학선택과목으로는 별이 나온다는 이유로 물리와 지구과학을 선택했고, 학교도서관에서 {천체망원경제작법}이란 오래된 책을 대출받아 읽으며 장차 대학만 가면 언젠가 스스로 반사경을 갈아 나의 망원경을 제작하리라 꿈을 꾸었다.
대학에 들어와 학내 천문써클 YAAA를 잠시 기웃거린 적은 있었지만 나는 그때도 내 망원경을 가질 수는 없었다. 망원경은 그때도 내게는 너무 비쌌고, 직접 제작하기엔 너무 게을렀다. 써클선배 승원이형과 반사경을 갈아보자고 거창한 계획은 세워본 적 있었지만, 입대와 함께 결국은 공염불에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복학 후에는 대신 {SKY & TELESCOPE} 혹은 {Astronomy} 같은 아마추어 천문잡지 속에 소개되는 천체사진들을 도서관 서가에서 열람하는 것으로 그 열망을 식히곤 했다. 그 무렵, 꿈의 천체망원경은 나의 어린시절의 꿈이었던 조악한 "코펙스"에서 세련된 미제 "Meade"로 옮겨가 있었다.
은하수 (source: Wikimedia Commons)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칠흑 같은 텍사스의 평원에서 올려다 보는 은하수는 내 인생 처음으로 본 장관이었다. 이전의 어떤 하늘도 텍사스의 밤하늘처럼 눈부시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망원경을 살 수 없었는데, 점 찍어 둔 것 가운데 꽤 쓸만한 것으론 1500달러나 하는 망원경은 유학생에겐 너무 비쌌고, 무엇보다도 망원경을 싣고 나를 블루보넷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텍사스 평원으로 데려다 줄 차가 없었다.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도, 손대면 쏟아져내릴 것 같은 이곳 하늘의 저 별들 만큼이나 천체망원경은 여전히 나의 머나 먼 꿈. 이제는 물론 사려고만 한다면 살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도 인터넷으로 카탈로그만 뒤지며 이제 그만 꿈을 이뤄야 할 것인지 혹은 계속 꿈을 꿔야할 것인가를 두고 망설이며 끊임없이 묻고만 있다.
때로 어떤 꿈들은,
꿈 속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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