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최광민 2005-10-26
제목
이글루스에서 구글 블로거로의 "부득이한" 이전과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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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6
콜린 맥컬로(Colleen McCullough)의 6부작 대하소설.
콜린 맥컬로는 로마카톨릭 신부의 사랑과 파계를 다룬 소설 {가시나무새}로 그동안 내게 알려져 있었고 (아, 이 미니시리즈의 주제가는 얼마나 아름다왔던지.), 아마도 그런 인상 때문에 이 {로마의 일인자} 역시 다소간 리버럴적인 관점을 반영하지 않을까 추측했었다. 그러나 맥컬로는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으로 기원전 1세기에서 약 3 세대의 이야기를 적어나간다.
로마의 역사에서 그락쿠스 형제로부터 옥타비아누스에 이르는 한 세기는 로마의 향후 약 400년 간의 정체를 결정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이 시기동안 원로원과 평민회의 조화와 견제를 바탕으로 한 라티움 평원의 소박한 공동체를 지향하던 도시국가 로마는, 그 전 세대 치른 카르타고의 한니발과의 두차례 대외전쟁을 통해 더이상 소박한 공화국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어쩌면 국가의 존립을 지킬 수도 없을 것이란 국가적 인식의 변화를 보이게 되었고, 이 강력한 국가로의 변신을 위해서 필수적인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지도자는 귀족민주주의의 상징인 원로원의 수평적 권력이 아니라, 법을 제정할 수 있는 평민회의 권력에 의해 지지되는 일종의 선동정치가를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위한 원로원에서 평민으로의 권력이동은 일단 그락쿠스 형제의 토지개혁으로 촉발되고, 이어서 평민의 절대적 지지로 집권하는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나중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차례로 '일인자'로 등장하고, 최종적으로는 악티움 해전으로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진정한 로마의 '제 1시민 (Princept)'이자 '종신독재관 (Imperator)'이자 '존엄자(Augustus)' - 즉 사실상의 '황제'로 등극하는 옥타비아누스에 이르기까지 중단없이 진행되어 나간다.
이 대하소설은 바로 이 역동적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락쿠스 형제를 척살하고,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발목을 잡고,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암살한 원로원은 사실상 왕들과 참주들과 에트루리아의 왕들을 몰아낸 로마공화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수호해야하는 그들의 전통을 어김없이 수행했을 뿐이다. (그래서 카이사르가 암살되었을때, 그를 마지막으로 찌른 브루투스가 자신과 로마원로원의 입장을 변호했을때, 대중들은 처음에 그의 주장에 동의했다.) 죽은 카이사르를 살린 사람은 안토니우스였고, 사실상 그가 카이사르를 옹호한 방식이 어쩌면 더 기만에 가까운 선동이었다. 그는 카이사르의 반역혐의 (로마공화국의 독재자가 되려는 혐의)를 언급하는 대신 카이사르와 브루투스의 관계, 그리고 카이사르와 평민과의 관계만을 이야기했을 뿐이니까. (동일한 대중들이 이번에는 또 죽은 카이사르에게 환호했다. 군중들은 늘 이런 식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출처: musée Arles antique, Wikimedia Commons)
이 점에서 본다면 그락쿠스 형제로부터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이르기까지의 독재적 성향의 정치가를 암살, 방해한 공화국 원로원의 입장은 '옳다'. 사실상 원로원은 그들이 신주단지처럼 모셔온 그들 공화국의 '이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랬어야 했다. 다만 세상이 바뀌고 있을 뿐이었다 로마가 라티움 평원의 자급자족적 로마로 머물 수만 있었다면 원로원의 이상은 타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고 있었고, 소박했던 로마의 시민들은 이제 소박한 공화국 대신 찬란한 제국을 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팽창이 먼저 그들의 이웃을, 그리고 결국을 그들의 조국 로마를 천천히 질식시킬 것이란 점을 그 순간에는 생각하지도, 생각할 필요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로마는 제국으로 변신해 간다.
그러나 이 소설의 다른 축은 이 유유히 흐르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 개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사랑했는지를 다룬다. 만약 로마인들이 이 소설 속의 묘사와 같았다면, 그들은 실제로 꽤 매력있는 사람들이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최소한 검소하고 강건했던 로마"공화국"의 시민들은.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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