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민] 예수 vs. 크리슈나 #1: 자콜리오, 블라바트스키, 신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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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종교|철학

[© 최광민] 예수 vs. 크리슈나 #1: 자콜리오, 블라바트스키, 신지학

草人! 2021. 8. 4. 06:32
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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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 vs. 크리슈나 #1: 자콜리오, 블라바트스키, 신지학  (© 최광민)

순서
  1. 어떤 카피캣 이론
  2. "크리슈나=예수" 계열 카피캣 이론의 간추린 역사 
    1. 루이 자콜리오와 H.P. 블라바트스키와 신지학
    2. 신지학과 인도국민회의의 밀월관계 
    3. 브릴, 아틀란티스, 나찌
    4. 십자가형을 당한 16인의 신인들

§ 어떤 카피캣 이론

우선, {시대정신/Zeitgeist: the Movie} 1부에 삽입된 장면 하나를 인용한다.


주장은 이런 식이다.

  1. 크리슈나 이야기는 기원전 900년까지 소급된다.
  2. 크리슈나는 처녀에게서 태어났고
  3. 동방의 별이 그의 탄생을 알렸으며
  4. 기적을 행했고
  5. 부활했다.
  6. 따라서 예수는 크리슈나의 모방이다.

{시대정신 / Zeitgeist: the Movie}의 이 내용은 이 영상물의 감수를 맡은 카피캣 이론가 아차리아 S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물론 아차리아 S의 고유한 주장은 아니고, 그녀 역시 Louis Jacolliot로부터 유래된 이 계열 카피캣 이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검토해 보자.


§ "크리슈나=예수" 계열 카피캣 이론의 간추린 역사

§§ 루이 자콜리오와 H.P. 블라바트스키와 신지학

일부 카피캣 이론가들이 힌두교에서 비쉬누의 8번째 아바타로 간주하는 크리슈나가 예수의 원형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대개 헬레나 블라바트스키가 아리안계 신화를 조합해 만든 일종의 오컬트 신비주의인 "신지학 (Theosophy)" 쪽에서 흘러나온 자료를 인용한다.



산스크리트어 "옴", 아리안의 상징 "스와스티카", 유대교의 상징 "다윗의 별", 고대 이집트의 상징 "앵크", 및 그노시스의 상징 중 하나인 뱀 "우로보로스"를 조합한 신지학의 상징도안 (source: wikimedia commons)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서구를 강타했던 신지학은, 초고대 문명 아틀란티스/무/레무리아 등등의 판타지적 초-고대사를 서구에 제공했을 뿐 아니라, 나찌의 아리안우월주의와 몇몇 상징에도 영향을 미쳤다.

블라바트스키와 그녀의 신지학 추종자들은 서기 19세기 인도에서 프랑스 식민관리로 일했던 Louis Jacolliot (1837-1890, 이하, "자콜리오")가 정리했던 인도신화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일례로 블라바트스키의 노작이자 신지학의 경전과도 같은 책 {너울벗은 이시스, Isis Unveiled} 같은 책이 그러하다.


신지학의 창시자 Helena Petrovna Blavatsky (1831-1891), (source: wikimedia commons)

자콜리오는 많은 저작을 남겼고 몇몇은 신지학과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에 지대한 공헌을 남겼는데, 니체는 {우상의 황혼}과 {적그리스도}에서 자콜리오의 책 {Les législateurs religieux. Manou, Moïse, Mahomet (1876)}에 해석된 대로의 {마누법전}에 의거해 그의 "인종(개량)주의적" 철학 - 소위, "초인철학"을 진행했다 (이 철학은 니체가 의도한 것이든 오용된 것이든, 나찌의 인종주의로 발전한다.) 그러나 니체가 참조했던 자콜리오의 책은 힌두원전과 비교했을 때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을 뿐 아니라, 실제로 그의 다른 저작 속에 등장하는 대개의 내용들 역시 '학문적으로 부정확하고 출처를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당시 학계에서 무시되었을 뿐 아니라 현재 학계에서는 잊혀졌다.

자콜리오의 저작들에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출전들은 늘 (1) 어떤 힌두문서 + (2) 브라만의 전통 이란 식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막상 그가 제시하는 힌두문서를 찾아보면 원전에는 그의 주장과 다른 진술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 또 (2) 도대체 어떤 힌두교 교파 브라만의 해석을 따르는 전통인지 제대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자콜리오 당시의 힌두교 체계는 현재보다 훨씬 복잡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료의 누락은 그 주장의 신뢰성을 해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자콜리오가 이런 불분명한 저술방식을 고수한 이유가 단순히 그가 "부주의해서"인지, 혹은 어떤 "의도"를 가졌던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사실 자콜리오는 산스크리트어를 제대로 해석할 줄 몰랐다. 그의 많은 자료는 타밀어에 근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당대의 산스크리트어 및 인도학자들이 (가령, 옥스포드의 종교학자이자 동양학자 막스 뮐러) 자콜리오가 펼치는 주장들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여러번 공개적으로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콜리오는 자기 책 속에서 계속해서 자기 이전 주장을 반복했다.


§§ 신지학과 인도국민회의의 밀월

이렇게 학문적으로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던 자콜리오의 저작들은 신지학의 창시자 헬레나 블라바트스키의 절대적 신뢰를 받으며 신지학의 가르침 속에 완전히 침투해 들어갔다. 1873년 블라바트스키는 그 활동무대를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으로 옮기면서 Henry Steel Olcott 대령 (이하 "올콧")을 영입하고 추종자를 확대한 후, 1879년에는 활동의 거점을 인도의 봄베이 (현, 뭄바이)로 옮겼다. 1882년에는 힌두교의 성지 마드라스 근방의 아댜르/Adyar에 신지학의 총본부를 건립한다.

인도인에게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시킴으로써 힌두교 개혁을 통한 인도의 사상통합에 끼친 신지학의 막대한 영향은 블라바트스키 사후 미국의 분파와 갈등 끝에 분리된 후 아댜르에 잔류한 본부를 지도하게 된 제 2인자 미국인 올콧과 영국인 여성 애니 베잔트 (Annie Besant (1847 - 1933))가 인도 독립주의자들과 가진 관계를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20세기 초반의 힌두민족주의자들은 서방에 이미 많은 "엘리트" 추종자를 거느리게 된 신지학 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신지학이 제시한 "인도문명 세계원류론"을 인도민족주의의 한 구심점으로 삼게 되는데, 이들이 구성한 인도통합/독립운동 단체인 인도국민회의 (Indian National Congress)의 지도부에는 신지학에 관련된 서구인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Annie Besant

애니 베잔트는 1917년에 캘커타에서 열린 인도국민회의의 의장이기도 했으며, 인도의 정치가 뿐 아니라 힌두교 지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는데, 현대 힌두교의 성자로 손꼽히는 크리슈나무르티의 후견인이기도 했다. 마하트마 간디 역시 인도의 신지학 본부와 밀접한 교류를 나누었다.

신지학과 인도국민회의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는  UC 버클리 정치학과 Mark Bevir 교수의 논문 {Theosophy and the Origins of the Indian National Congress}의 일독을 권한다.

논문링크: http://www.escholarship.org/uc/item/73b4862g

신지학의 전방위적 지원을 통해 살아남은 자콜리오의 "인도는 세계문명의 원류"란 주장은 블라바트스키를 거쳐 발전된 후, 1878년 이후부터 당시 인도에서 힌두교 개혁운동을 이끌던 Arya Samaj 조직과 연계하여 힌두교 개혁운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로써 신지학의 주장은 인도의 정치적 통합구심점을 구성하게 되는데, (개혁된) 힌두교를 중심으로 하는 이 새로운 힌두민족주의는 바로 이런 기류 속에서 탄생한다.


§§ {브릴}, 아틀란티스, 나찌

19세기 말에 서유럽을 강타한 이 인도열풍은 어떤 계기를 통해 대중들 속에까지 퍼져간 것일까? 

이 "인도열풍"의 중심에 영국의 소설가, 정치가, "자칭" 장미십자회원인 Edward Bulwer-Lytton (이하, "리톤")의 소설 {Vril: The Power of the Coming Race} (원제 {The Coming Race}이 있다. 이 소설 {브릴}은 자콜리오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는 자신의 두 저술 ({Les Fils de Dieu (1873)} , {Les Traditions indo-européennes (1876)}) 속에서, 인도의 미소레와 구자라트 지역에 사는 자이나교도들 가운데 브릴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자콜리오가 리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도 있다),


Edward Bulwer-Lytton, {The Coming Race}, http://www.archive.org/stream/comingrace00lytt

헬레나 블라브트스키는 1877년 출판한 {Isis Unveiled}과 1888년 출판한 {The Secret Doctrine}을 통해, 위의 두 작가로부터 유래한 '브릴' 개념을 신지학에 받아들였고, 브릴의 힘을 획득한 자는 엘리트 '초인'으로 여겼다.


Helena P. Blavatsky, {The Secret Doctrin}, https://archive.org/stream/cu31924029173016

더 나아가 신지학 추종자인 William Scott-Elliot는, 1896년 출판된 {The Story of Atlantis; The Lost Lemuria} 속에서 아틀란티스와 아리안 종족을 연결시킨 주장을 펼쳤고, 이 책은 당시 서유럽에, 특별히 영국과 독일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William Scott-Elliot, {The Story of Atlantis; The Lost Lemuria}, http://www.archive.org/stream/storyofatlantisg00scot

나찌의 아리안인종 우월주의의 발전에 미친 이 책의 파급력은 엄청났는데, 헬레나 블라바트스키의 신지학에 경도된 독일의 아리안우월주의자이자 오컬트주의자인 Guido Karl Anton (von) List 와 그의 제자 Jörg Lanz von Liebenfels이 히틀러의 나찌-아리안우월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들에 의해 윤색된 플라톤의 아틀란티스가 20세기 대중문화, 특히 인도에 경도된 히피문화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는 아래 히트곡을 통해 엿볼 수 있다.



ATLANTIS

- Donovan

The continent of Atlantis was an island
which lay before the great flood
in the area we now call the Atlantic Ocean.
So great an area of land, that from her western shores
those beautiful sailors journeyed
to the South and the North Americas with ease,
in their ships with painted sails.

To the East Africa was a neighbour, across a short strait of sea miles.
The great Egyptian age is but a remnant of The Atlantian culture.
The antediluvian kings colonised the world
All the Gods who play in the mythological dramas
In all legends from all lands were from fair Atlantis.

Knowing her fate, Atlantis sent out ships to all corners of the Earth.
On board were the Twelve:
The poet, the physician, the farmer, the scientist,
The magician and the other so-called Gods of our legends.
Though Gods they were -
And as the elders of our time choose to remain blind
Let us rejoice and let us sing and dance and ring in the new

Hail Atlantis!

Way down below the ocean where I wanna be she may be,
Way down below the ocean where I wanna be she may be,
Way down below the ocean where I wanna be she may be.
Way down below the ocean where I wanna be she may be,
Way down below the ocean where I wanna be she may be.

My antediluvian baby, oh yeah yeah, yeah yeah yeah,
I wanna see you some day
My antediluvian baby, oh yeah yeah, yeah yeah yeah,
My antediluvian baby,
My antediluvian baby, I love you, girl,
Girl, I wanna see you some day.
My antediluvian baby, oh yeah
I wanna see you some day, oh
My antediluvian baby.
My antediluvian baby, I wanna see you
My antediluvian baby, gotta tell me where she gone
I wanna see you some day
Wake up, wake up, wake up, wake up, oh yeah
Oh glub glub, down down, yeah
My antediluvian baby, oh yeah yeah yeah yea


§§ 십자가형을 당한 16인의 신인들

미국에서는 또 다른 저작물이 이 이론의 대중적 파급에 공헌을 했다. 크리슈나를 예수의 원류로 해석하는 또 다른 "주요" 소스는, 19세기의 미국 작가인 Kersey Graves (1813–1883)다. 예수는 다른 16개 종교에서 빌려온 "십자가형을 당한" 신인들의 모방이란 주장을 펼친 그레이브스의 저작들은 출간 당시부터 자료의 인용문제와 방법론 문제를 두고 학계에서 비판을 받았고, 현재는 주로 카피캣 이론을 주장하는 (학자가 아닌) 작가들 사이에서나 주요소스로 간주되고 있을 뿐이다. 이 책 역시 {시대정신}의 감수를 맡은 아차리아 S의 주요 소스다.


Kersey Graves, {The World's Sixteen Crucified Saviors, Or, Christianity Before Chris}
http://www.archive.org/stream/worldssixteencr00gravgoog

19/20세기는 과학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오컬트의 시대이기도 했던 것이다.

{시대정신}류의 주장을 하나씩 검토해보겠다.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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