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9-10-01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Zeitgeist/시대정신} the Movie 1부에 대한 단상
© 최광민 (Kwangmin Choi). 200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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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Zeitgeist/시대정신} the Movie 1부에 대한 단상
사실 이 음모론 다큐멘터리 연작은 꽤 재미있다. 아마도 감독이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만 않았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이 연작의 1부는 종교를 다루는데, 그 중에서 특별히 이집트 계열의 카피캣 이론에 근거해서 예수의 역사성을 공략한다. 물론 이 영상물에 담긴 내용은 이 다큐멘터리의 인터넷 상에서의 "명성"과는 별도로 대체적으로 정크 수준이다. 일련의 글들에서 개별적으로 더 자세히 비평하겠지만, 여기서는 그 이유를 하나만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감독은 이 영상물의 근거자료로서 다음의 저자와 도서 리스트를 제공한다.
Thomas Doane, {Bible Myths and Their Parallels in Other Religions} (orig 1882), https://archive.org/details/biblemythstheirp00doan
Kersey Graves, {The World's Sixteen Crucified Saviors} (orig 1875),
https://archive.org/details/worldssixteencr00gravgoog
http://www.archive.org/stream/thegoldenbough03623gut/bough11.txt
James Frazer, {The Golden Bough} (1st ed 1890; 2nd ed 1900; 3rd ed in 12 volumes, 1906-1915)
Gerald Massey, {The Historical Jesus and Mythical Christ}, {Ancient Egypt: The Light of the World} (orig 1907), https://archive.org/details/historicaljesusm00massuoft
Acharya S / DM Murdock, {Suns of God}
Acharya S / DM Murdock, {The Christ Conspiracy}
Acharya S / DM Murdock, {Christ in Egypt}
T. Freke and P. Gandy, {The Jesus Mysteries}
Tom Harpur, {The Pagan Christ}
여기 언급된 책의 저자들 중에 오직 제임스 프레이저만 정규 학자로 간주될 수 있다. 나머지는 아마추어 비교종교 저술가라고 볼 수 있는데, 그나마 태반은 100년 전 사람들로서 이집트/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한 충분한 고고학적 자료가 존재하기 전에 자신들의 이론을 세운 사람들이다.
현대에 속하는 작가로는 아차리아 S, 프리크와 갠디, 톰 하퍼가 있는데, 이들은 대표적인 카피캣 이론가에 속한다. 비록 이 세 명의 저작이 비교적 현대에 속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저작이 바로 100년 전 카피캣 이론가들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했다는데 있다.
이 중에서 아차리아 S는 대체로 출전을 제대로 명기하지 않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으며, 프리크와 갠디의 경우 출전은 많이 명기하지만 원전을 읽지않고 2차자료에서 인용하거나 컨텍스트를 오독하는 것으로 종종 비판받는다. 아차리아 S은 {Zeitgesit: the Movie}의 자문을 맡았고, 사실상 이 1부는 그녀의 여러 저작을 그대로 가져다가 쓴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차리아 S의 여러 저작은 그 저작의 학문적 엄밀함과는 무관하게 미국에서는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가지고 있다. 카피캣 이론을 지지하는 층에겐 일종의 경전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엔 이 1부의 성공으로 가장 덕을 볼 사람은 바로 아차리아 S다. 이미 그녀는 {시대정신} 컴페이니언북 까지 준비해서 출판했다.
물론 아마추어가 정규교육을 받은 학자보다 훨씬 참신하고 새로운 직관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직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료"의 인용 문제이다.
이 영상물의 내용이 얼마나 구식인지는, 이 영상물이 끈질기게 "이집트"만 파고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00년 전, 수메르는 아직 제대로 알려져있지 않은 반면, 이집트는 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상대적으로 자료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열풍이 끝난 후에는 한동안 모두가 수메르, 수메르만 외쳤고, 최근에 그 열풍은 지중해 일대 그노시스로 번진 듯하다. 아무튼 이 영상물의 근거자료가 이렇게 오래된 것인 탓에, 사실 이 영상물에 담긴 내용 또한 전혀 새로울 것 없으며 오히려 틀린 부분이 넘쳐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저작물들이 서로 교차인용한다는데 있다. 이것은 사실상 '자기인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 영상물을 통해, 어떤 음모에 의해 그동안 숨겨져 왔던 새로운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들의 저작물 속의 도약이 심한 논리구조를 무심코 따라가는걸 잠시 접어두고, 대신 원전으로 돌아가 기초자료부터 스스로 다시 생각해 보기를 충고하고 싶다.
이런 류의 출판/영상물들은 팩션류의 소설보다 해롭다. 적어도 팩션을 읽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가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는다. 그러나 이런 류의 저작물들의 작가들은 마치 객관적이고 학문적 엄정성에 기반을 둔 듯한 확신을 보이면서 행동하고 말하고 저술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들의 '주장'을 '사실'로 오인해서 받아들일 확률도 더 크고, 그래서 일단 한번 각인된 후에는 차후에 잘 교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상물 중에서 가장 불쾌한 나레이션은 아래 인용한 부분인데, 내가 느끼는 불쾌감은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 학문적인 불쾌감이다. {시대정신}의 나레이션은 아래와 같이 이어진다.
We don't want to be unkind,but we want to be factual.We don't want to cause hurt feelings,but we want to be academically correct, in what we understand and know to be true.
불쾌감을 주려하는게 아닙니다.사실에 근거하려는 겁니다.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그러나 우리가 사실이라고 알고 이해하는 것들에 대해서학문적으로 정확하길 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상물이 (특별히 원전인용과 해석이) 학문적으로 정확하지 않다는데 있다. 적반하장이라고나 할까?
아무도 (심지어는 {시대정신}의 제작자조차도) 원전을 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자신감에 찬 주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Zeitgeist 1부의 자문을 맡았던 아차리아 S는 나에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The Companion Guide to Zeitgeist Part I}이란 자기 책을 한 권 더 사보라고 권할테지?
{시대정신} 동영상을 제작한 감독이자 '활동가'인 Peter Joseph이 Jacque Fresco가 창시하고 이끄는 '시대정신 운동/The Zeitgeist Movement' 및 '비너스 프로젝트/The Venus Project'와 얼마나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Peter Joseph이 이 단체의 활동가로 참여하고 있고, 또 시대정신운동/비너스프로젝트의 홈페이지가 Peter Joseph의 동영상 시리즈를 홈페이지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면, 시대정신 운동/비너스 프로젝트의 집행부에서 이 영화(들)을 프로파겐다 활동의 공식수단으로 추인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 듯 싶다. (후기: Venus Project의 홈페이지는 현재 이 동영상을 전면에서 삭제했다.)
개별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교종교/신화 항목에서 다루겠다.(링크)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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