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민] 마빈 해리스, {Our Kind, 작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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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마빈 해리스, {Our Kind, 작은 인간}

草人! 2022. 6. 2. 12:08
작성

© 草人 최광민 200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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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마빈 해리스, {Our Kind, 작은 인간} 


전공부담이 없던 (게다가 군대가기 전인) 학부 1-2학년 시절 내 전공과 다른 세 전공의 강의실에 기웃거렸었다. 그것은 각각 심리학, 인지과학, 그리고 과학사였고, 그때의 귀동냥을 통해 심리학에서는 융을, 인지과학에서는 더글라스 호프슈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를, 그리고 과학사에서는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란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인지과학과 과학사는 1990년 초반 무렵에 대학가를 강타한 일종의 유행이기도 했는데, 사실 대학원에서 인지과학이나 과학사를 전공하는 걸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복학한 후 내 관심은 이제 문화인류학에 쏠리게 되었는데, 마침 우리 학교에는 당시 한국의 문화인류학 열풍을 주도(?)하면서 주가를 높이고 있던 사회학과의 김찬호 선생이 있었고, 나는 높은 경쟁을 뚫고 이 과목을 수강할 수 있었다.

그때 교재로 사용한 책 가운데 한 권이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Our Kind: Who We Are, Where We Came From, Where Are We Going}였다. 이 책은 김찬호 선생이 번역한 {작은 인간}이라는 의외의 제목으로 민음사에서 나왔다. 번역자가 왜 이 책을 [작은 인간]이라고 했는지는 서문에 씌여져 있었던 듯 한데, 오래되어서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책 내용과는 다소 무관하게 번역자가 임의로 취한 제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보통 "마빈 해리스"란 이름은 그의 다른 유명한 책 {문화의 수수께끼}나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와 결부되어 연상된다.





물론 이 두 책은 문학인류학으로의 매우 훌륭한 입문서로 꼽힐 만 하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로는 {작은 인간}, 이 책이야 말로 문화인류학의 알파와 오메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저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인류사의 뒷배경에 숨겨져 있는 102가지 질문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가령, 가부장제, 식인풍습, 동성애, 음식에 대한 타부 등등에 관한 저자의 관점이 무척 평이하지만 자세한 사례를 통해 설명되어지고 있다.

마빈 해리스의 관점 가운데 무척 특이한 것은 소위 "문화적 유물론 (cultural materialrism)"이라 불리는 그의 이론이다. 특별히 그는 다양한 인류집단 속의 음식문화를 그의 키워드로 삼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단백질 확보투쟁"이란 관점에서 식인문화 및 많은 종교와 관련된 음식타부를 재해석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쇠고기 스테이크를 써는 손에서도 문득 문화적 의미를 볼 수 있을 듯.


P.S.

종강하던 날 김찬호 선생은 학생들을 학교 후문에 있던 갈비탕 집에 데리고 가서 저녁을 사주었다. 대부분이 복학생이었는데, 나를 포함해 갈비탕 얻어먹는 (구차한) 복학생들이야 횡재였지만, 그 갈비탕 값은 다 어찌 지불하셨는지? 내 생각엔 강사료 만큼 밥값이 나왔을 것 같은데.


草人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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