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13
The Pillars of the Earth - Kenneth Follet
Kenneth Follet은 통속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지만, 이 역사소설은 중세를 배경으로 한 일반 통속소설과는 달리, 서사구도와 역사사료에 충실히 흥미진진한 내용을 엮어가고 있다.
중세문화사가 호이징하의 말을 빌자면, 유럽의 12세기는 기적의 세기다. 농산물의 급증과 잉여생산물의 거래및 축적, 화폐경제 본격화, 노르만 침공의 둔화, 신기술 개발, 고딕양식의 발화, 아르스 노바(신예술) 도래, 신학이론의 발달, 봉건제 안착 등등... 이 소설의 두번째 배경은 바로 이 시기 영국-프랑스-스페인의 경제와 기술이다.
이 두툼한 소설은 두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진다. 11세기 노르만 침공(Norman Conquest) 한두 세대 후인 12세기 영국의 한 촌락 킹스브릿지가 어떻게 대성당을 소유한 도시로 발달해 가는가에 대한 테마가 하나의 축, 그리고 쌍무계약위반으로 백작에서 반역자가 된 바르톨로메우의 딸 아리애나-윌리엄-음류시인의 아들 잭슨으로 연결되는 중세 봉건 구조, 그리고 수도원장 필립과 주교 월란 비곳및 백작인 윌리엄으로 대표되는 성-속의 대립이 또 다른 축이다. 이 두개의 축은 영국과 플랑드르의 양모 상업, 고딕 양식의 발전과정, 중세유럽 교류사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사랑 이야기가 가미되면서 유기적으로 얽혀들어간다.
리처드 버튼의 영화 {베케트}에는 캔터베리 대주교 베케트를 살해한 배후로 지목된 영국왕 헨리 2세가 성당의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실제로 왕이 맞은 것은 아니지만) 주교들이 돌아가면서 채찍으로 내리치는 (실제 채찍이 아니라 흉내만) 장면이 나오는데, 이 소설은 그 장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책은 군대 내무반에서 뒹굴던 한국어 번역으로 처음 접했다. 번역본 제목이 아마도 {사나운 새벽}(?)이었던 것 같은데, 내부반에서 불쏘시개로 쓰이고 있던 그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이미 앞의 반은 사라지고 없었다. 뒷부분의 번역이 그리 맘에 차지 않았기 때문에 퇴근 후 교보문고에 가서 수입 페이퍼백을 사서 읽었다. 이 책은 지금도 내 책장에 간직하고 있다.
草人
P.S. 이 소설은 2010년에 TV 미니시리즈로 극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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