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최광민 2012-11-01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세계정복 3단계 전략 ?
순서
© 최광민 2012-11-01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세계정복 3단계 전략 ?
순서
- 로타리 클럽, 장미십자회,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 도요다
- 호박
- 음모
§ 로타리 클럽, 장미십자회,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IMF 구제금융사태가 한국을 강타하던 어느날, 오랫동안 연락이 뜸하던 옛 친구로부터 신촌 "로타리"에서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어떤 (기독교?) 단체에 속해 있다는 그 친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프리메이슨의 정체} 류의 소책자 몇 권을 펼쳐 보여주며 함께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의 세계정복 음모를 한국에 알리는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진지하게 제안했다. 아마도 내가 괴력난신(怪力亂神)에 어려서부터 관심이 많았기에 그런 뜬금없는 소리를 했던 것 같다.
U.S.one dollar bill image (source: Wikimedia Commons)
사실 음모론이란 색안경을 벗고보면, 프리메이슨은 라이온스 클럽이나 로타리 클럽 같은 그저 친목조직일 뿐이며, 17-19세기 유럽의 사교클럽들이 종종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마치 그들이 고대로부터 존재해 왔고, 고대로부터 전수되어 온 어떤 비의적인 가르침을 따르는 듯 광고해온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들의 소위 '의식'을 보면 어른들을 위한 우스꽝스런 애들 '장난'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러나 음모론의 색안경을 쓰는 순간 세상은 전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가령 이렇게.
- 로타리 (R) 클럽 (C)!
- R.C. = 로마 (R) 카톨릭 (C)
- R.C. = Rosi-Crucian -로지크루션/장미십자회!
- 아하! 일루미나티!!!
사실 그 무엇이든 서너 단계만 건너면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 뿐 아니라 다른 그 무엇과도 어 떻게든 연결지을 수 있다. 물론 각 단계의 도약이 그야말로 엄청나야 하긴 하지만.
나는 그 친구에게 차라리 음모론 중독의 비극을 다룬 움베르코 에코의 {푸코의 추}를 읽어보라고 권해주고는 자리를 떴다.
§ 도요다
우리 연구팀의 연구비 중 일부는 프리메이슨(Freemason)에서 온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팀과 공동연구하는 미네소타의 연구팀의 연구주제를 지원하는 돈줄이 프리메이슨 자선기관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겠다. 그리고 그 팀이 소속된 암연구소가 바로 프리메이슨의 엄청난 기부를 받아 지어졌고, 그 연구소에는 떡 하니 "메이슨"이란 이름이 박혀 있다.
얼마 전 정기연찬례가 있었고, 점심시간 직전에 턱시도 입은 프리메이슨 쪽 인사가 짧은 연설을 했다. 연설 마지막에 이 프리메이슨이 정색한 얼굴로 자신의 연설을 두 줄로 요약한다.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것이 프리메이슨의 세계정복 마니페스토인지, 조크인지 혹은, 조크로 가장한 마니페스토인지는 내 알 바 아니나, 내 귀엔 첫번째 (세계정복)나 두번째 (암정복) 정복과제 역시 그저 조크로 들릴 뿐. 아무튼 다들 호쾌하게 웃으며 각자 정복에 나서기로 다짐한다.
연설한 양반은 세계정복과는 극히 무관해 보이는 일본차 딜러.
요새 프리메이슨은 일제차로 세계를 정복하나보다.
喝/갈 !!
정확히 말하면 우리 팀과 공동연구하는 미네소타의 연구팀의 연구주제를 지원하는 돈줄이 프리메이슨 자선기관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겠다. 그리고 그 팀이 소속된 암연구소가 바로 프리메이슨의 엄청난 기부를 받아 지어졌고, 그 연구소에는 떡 하니 "메이슨"이란 이름이 박혀 있다.
얼마 전 정기연찬례가 있었고, 점심시간 직전에 턱시도 입은 프리메이슨 쪽 인사가 짧은 연설을 했다. 연설 마지막에 이 프리메이슨이 정색한 얼굴로 자신의 연설을 두 줄로 요약한다.
세계는 우리가 정복할 테니 | WE-, conquer the World
암은 여러분들이 정복해 주세요. | YOU-, conquer cancer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것이 프리메이슨의 세계정복 마니페스토인지, 조크인지 혹은, 조크로 가장한 마니페스토인지는 내 알 바 아니나, 내 귀엔 첫번째 (세계정복)나 두번째 (암정복) 정복과제 역시 그저 조크로 들릴 뿐. 아무튼 다들 호쾌하게 웃으며 각자 정복에 나서기로 다짐한다.
연설한 양반은 세계정복과는 극히 무관해 보이는 일본차 딜러.
요새 프리메이슨은 일제차로 세계를 정복하나보다.
일본! > 태양! > 호루스! >>>> 일루미나티!!!!!
그런가 하면 내 직장 옆에는 프리메이슨 계열 "Ancient Arabic Order of the Nobles of the Mystic Shrine (AAONMS) -- 신비한 성소를 지키는 귀인들의 고대 아랍 종단" 혹은 그냥 "슈라이너즈 Shriners"라 불리는 박애주의 단체가 세운 병원도 하나 있다.
Shriners Hospitals for Children
저 가운데 로고가 국제 슈라이너즈의 공식 앰블럼이다. 아랍식 월도, 이집트 파라오, 아랍/이슬람의 달과 별 문양이 특징적이고, 오스만 투르크 시절에 지중해 일대에서 유행한 장식술 달린 펠트 모자인 '페즈'를 쓴 모습으로 슈라이너즈 회원들이 종종 묘사된다.
국제 슈라이너즈 앰블럼
그런데 왜 "아랍"?
솔로몬의 예루살렘 성전에서 아랍세계를 통해 전수된 어떤 비의를 섬기는, 즉 '아라비아에 있던 고대 비밀종단'일까?
물론 아니다.
19세기 말 일군의 뉴욕 프리메이슨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점심 먹다가 "재미"와 "친교"에 강조점을 둔 새 조직을 만들자고 해서 1870년 대에 급조된 단체다. "슈라이너즈"를 조직했던 미국 배우 윌리엄 플로렌스가 프랑스 여행 중 한 아랍 외교관이 연 파티에 참석했는데 그냥 그 파티의 분위기에서 아랍의 컨셉을 따온 것 뿐. 플로렌스는 미국으로 돌아와 중동풍 의식과 복장을 고안해 친구인 월터 밀레드 플레밍과 함께 "입문"했고, 1872년 에서 "메카 템플"이란 이름으로 첫 "메이슨 템플"을 열었다.
뭔가 으시시한 음모 따위는 없다.
§ 호박
아래는 우리 동네 단골 미용실 앞에 있는 프리메이슨의 소위 "비밀회합장소"인 메이슨 롯지 (Masonic Lodge).
Source: © Kwangmin Choi
지난 토요일 오전에 머리 깍으러 미용실 가는 길에, 건물 앞에서 자원봉사 가지치기하던 한 프리메이슨 영감님이 공짜 호박파이 먹고가라고 해서 두 쪽 얻어가지고 왔다.
영감님과 프리메이슨의 최근 세계정복 전략에 대해 잠깐 대화를 나누며 한 쪽 베어무니, 과연 천하제일의 맛이었다.
과연 프리메이슨은 호박파이로도 세계를 정복하나 보다.
호박! > 핼로윈! > 흑마법! >>>> 일루미나티!!!!
喝 !!
혹시 "33도 메이슨" (33rd degree mason)들은 이 영감님 보다는 무시무시할까?
§ 음모
움베르토 에코는 나의 학부시절 아이콘이었다. 대학 1학년 1학기에 {장미의 이름}를 읽을 때의 충격은, 이어지는 여름방학에 그의 {푸코의 추}에서도 이어졌다. 대학 1학년 써클여름엠티 행 시외버스를 기다리며 종석이형이 들고왔던 책을 빌려 본 때가 아마도 이 책과 만난 계기일 것이다. 상봉터미널에서 이 책을 읽던 중 다가온 몰몬교 선교사 세 명과 삼위일체와 삼위삼체를 토론하는 기괴한 경험도 했다. 여름엠티 내내 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책은 {장미의 이름}과 유사하면서도 크게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푸코의 추}를 더 좋아하는데, 그것은 {장미의 이름}의 경우 역사적 플롯을 따라가며 미스테리를 푸는데 촛점이 맞춰져서 실제로 등장인물의 내면은 아드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감춰져 있는 반면, {푸코의 추}에서는 벨보-디오탈레비-까조봉 3총사의 내면세계가 상당히 많이 묘사되고 있다. 특히 평생 무엇을 한번도 믿어본 적 없는 회의론자인 피에몬트 출신의 벨보가, 왜 그 인생 최초이자 마지막인 열정을 발휘해 자기가 세운 공상의 세계에 대한 믿음으로 (알면서도) 빠져들어갔는가를 그의 유년기를 오버랩시키면서 서술하는 부분은, 움베르토 에코의 다른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멋진 서술이다. 내가 {푸코의 추}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바로 야코포 벨보란 인물의 매력 때문이다. 이 책의 주제는 "성배를 찾는" 인디애나 존스 적 모험에 있는게 아니라, 동어반복으로 강화된 공상적 믿음이 초래하는 위험에 대해, 혹은 진실을 결여한 열정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데 있다.
Chapter 11:
Rule 1 : Concepts are connected by analogy. There is no way to decide at once whether an analogy is good or bad, because to some degree everything is connected to everything else. For example, potato is crosses with apple, because both are vegetable and round in shape. From apple to snake, by Biblical association. From snake to doughnut, by formal likeness. From doughnut to life preserver, and from life preserver to bathing paper, toilet to cologne, cologne to alcohol, alcohol to drugs, drugs to syringe, syringe to hole, hole to ground, ground to potato.
개념들은 유추로 연결된다. 유추의 옳고 그름을 직접적으로 결정할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사실 어느 정도까지는 만물은 서로 연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감자는 사과는 채소이며 둥글다는 이유로 연관된다. 사과와 뱀은 성경 상의 이유로 연관된다. 뱀과 도넛은 형태적으로 같다는 이유로, 도넛과 구명튜브, 구명튜브와 화장지, 화장지와 향수, 향수와 알콜, 알콜과 약물, 약물과 주사기, 주사기와 구멍, 구멍과 땅, 그리고 땅과 감자는 모두 연관되어 있다./ 번역: 최광민
Rule 2 : Rule 2 says that if tout se tient in the end, the connection works from potato to potato, tout se tient. So it's right.
모든 것을 거쳐 감자에서 다시 감자로 돌아오게 된다면 이 유추는 옳다. 이것이 두번째 법칙이다. / 번역: 최광민
Rule 3 : The connection must not be original. They must have been made before and the more often the better, by others. Only then the crossings seem true, because they are obvious.
유추에 의한 연결은 절대 독창적이어서는 안된다. 연결은 예전에 다른 사람에 의해 창안되었어야하며,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이런 경우에는 모든 것이 명료하므로 이제 연관은 명백한 사실인 듯하다. / 번역: 최광민
이것은 동어반복과는 논리구조적으론 약간 다른 형태의 순환논법이다.
회귀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옛 "속요" (요새도 이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이 있는지는 모르지만)도 비슷한 논리전개를 보여준다. 이 경우 원숭이가 백두산 및 민족정기와 연결되지만, 애석하게도 백두산에 원숭이가 서식하지 않아서 회귀될 수가 없었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
무궁한 이 강산에 역사 반만년
대대로 이에 사는 우리 삼천만
복되도다 그 이름 대한이라네.
전형적인 동어반복 (가령,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논리적으로 닫힌구조이므로 논리적으로는 늘 참이다. 많은 성인들의 언명이 동어반복적 진술이라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왜 그런 말들이 그렇게 '진리'로 들리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늘 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어반복의 문제는 아주 단순하다. 그것은 논리적으로만 참이고, 아무런 내용을 담고 있지않다.
문제는 유사관계 (correlation) 로부터 인과관계 (causation) 를 검증과 실험없이 직접 유추하는 사고가 지닌 위험성에 있다. 쉽게 말해, 인과성을 가진 두 사건은 당연히 모종의 연관된 패턴을 보이겠지만, 반대로 패턴 상의 유사관계가 보이는 두 사건이 늘 인과관계를 가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유사한 대상들을 묶고, 범주로 나누고, 일반화시키는 사고에 익숙한데, 사실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근거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유사성으로 모델을 구축하고, 그 위에 또 다른 모델을 쌓아나가는것은 대단히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가끔식 들추어보는 문화인류학 서적 뿐 아니라 대단히 많은 분야에서 이런 위험들이 보인다.
유사성은 그저 유사하다는 것만 말해준다. 유사하다는 것과 같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그래서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유사하다는 것은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또 유사도는 관찰자의 관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늘 유사성은 반론 가능성을 신중히 고려해야만 한다. 유사성에 바탕을 두고 모델을 구축하는 것의 위험은 이런 모델이 구축되어나가면서 (왜곡된) 정보들이 축적되어간다는데 있다. 전형적인 동어반복이라면 내용을 담고있지 않지만, 위와 같이 감자에서 다시 감자로 회귀하는 각 단계는 생물학적인 정보에서부터 종교를 거쳐 다시 지질학적 정보까지 전방향으로 확대되어 나간다.
지식인들은 실체가 없는 오직 유사성으로 얼기설기 엮어진 가상의 공간을 구축해 놓고서는 그것이 실체라고 믿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가진 지식 덕에 실체도 없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어버리는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는 꼴이다.
16세기의 신비주의자 Kircher 신부의 라틴어 경구 중에 이런 것이 있다. Omnia nodia arcanis connexa quiescunt. 만물은 신비롭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생각보다 이 세상은 훨씬 더 단순한 곳인지도 모른다. 과연 세상의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Omnia nodis arcanis connexa quiescunt), 끈이란 다만 실체를 연결하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온갖 분야의 각종 음모론들은 종종 관찰대상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도약적인 연결과정에서 탄생한다. 모든 것은 거의 모든 다른 것들과 어떻게든 엮일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엮여짐의 그럴 듯함"이 어떤 주장이 사실임을 늘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음의 경구를 기억하자.
if it looks too good to be true it probably is (too good to be true).
너무 사실 같으면, 어쩌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말로 마무리 한다.
Never ascribe to malice that which is adequately explained by incompetence
무능력의 결과로 설명될 수 있는 일을, 악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Message Passing Server Internals} (2003) by Bill Blunden, p. 15, ISBN 0071416382 에서 인용.
Never ascribe to malice that which is adequately explained by stupidity.
멍청함의 결과로 설명될 수 있는 일을, 악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 Robert Hanlon's Law, {Murphy's Law Book Two, More Reasons Why Things Go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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