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민] 허블 vs 험블: 허블망원경과 내 "험블" 망원경으로 본 목성과 토성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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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허블 vs 험블: 허블망원경과 내 "험블" 망원경으로 본 목성과 토성 비교

草人! 2024. 4. 1. 11:53
작성

© 草人 최광민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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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허블 Hubble vs 험블 Humble: 허블망원경과 내 망원경으로 본 목성과 토성 비교



허블우주망원경 Hubble Space Telescope --  Wikimedia Commons


구경 6.5 미터짜리 조합형 미러를 자랑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 (JWST)에게 최근 밀려나긴 했지만, 구경 2.4 미터 미러를 가진 허블우주망원경 (HST)은 여전히 괴물이고, 어떠한 지상 망원경과도 비교를 "불허 Bble-Hu" 한다.

천체망원경에 첫 입문하는 사람들은 그저 "배율"에 꽂힌 경우가 많아서, 백화점 같은데서 파는 싸구려 망원경 포장지에 인쇄된 큼직한 달, 토성, 목성 등에 반해 충동구매했다가 돈만 날리고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배율은 고배율 아이피스 등으로 이론상 원하는대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해상도 resolution' 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해상도 낮고 배율만 높인 망원경으로 보는 행성은 그냥 뿌연 원반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

망원경의 해상도를 결정하는 것은 '구경'이다. 굴절망원경이라면 '대물렌즈'의 직경이, 반사망원경이나 복합계 카세그레인 망원경이라면 반사경의 직경이 해상도를 결정한다.

그런데 행성관측에서는 구경이 아주 크다고 또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관측지가 지구의 표면인 이상, 망원경 안으로 들어오는 빛은 그 빛이 통과하는 대기의 상태의 영향을 받게 된다. 대기가 불안정한 경우 국지적 밀도가 달라져서 밀도가 다른 공기의 버블들이 마치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 경우 이런 불안정한 빛다발을 대구경 망원경으로 받게 되면 상이 일그러져 보인다. 그래서 대기가 불안정할 때는 오히려 소구경 망원경이 더 선명한 상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천문대급의 고가의 대구경 망원경은 대기가 최고로 안정된 위치, 가령 구름층 위의 산 꼭대기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기껏 고가의 망원경을 제작해 놓고 불안정한 대기 탓에 낮은 해상도의 상을 보게 된다면 그보다 더 심한 돈낭비가 없다.

제임스웹이나 허블 같은 우주망원경들은 아예 대기 밖에 있으니 이런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신 온도문제나 큰 반사경의 휨 같은 물리적 문제와 싸워야 한다. 두 망원경 모두 왜곡된 상을 알고리즘적으로 보정해서 최종 이미지를 완성한다.

내 주력 망원경인 스카이워처 (Skywatcher) 12인치 돕소니안 ("초인경") 의 구경은 30.5 cm 다. 허블의 240 cm에 비교하면 구경과 해상도 면에선 그야말로 '험블 humble' 하다. 


게다가 내 초인경은 불안정한 대기와도 싸워야 한다. 그래서 행성 이미징에선 '럭키 이미징 lucky imaging'이란 기법을 사용하는데, 낮은 노출값으로 비디오를 찍은 후 비디오의 각 프레임 중에서 잘 나온 것들만 모아 스태킹 하는 기법이다.

좌측은 허블망원경 이미지를 보정해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고 우측은 내 12인치 초인경을 사용해 비디오로 촬영한 라이브 영상이다.



허블 vs 험블: 목성

허블 vs 험블: 토성


물론 12인치 급 망원경으로 아무리 호들갑을 떨어도 결코 허블에 맞설 수는 없다. 그런데 (1) 정말로 안정된 대기 아래서 (2) 정말로 촛점이 잘 맞은 망원경으로 (3) 또 픽셀궁합이 잘 맞는 카메라로 (4) 럭키이미징을 한 후 (5) 충분한 수의 프레임을 최적화해서 제대로 스태킹 하면, 심지어 지상에서도 꽤 해상도 높은 행성 이미지를 합성해 낼 수 있다.





아래는 Cloudy Nights 싸이트에 올라온 스태킹 결과물.

죽으란 법은 없는 법.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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