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민] 푸틴 vs. 라스푸틴: 추락하는 요리사는 날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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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푸틴 vs. 라스푸틴: 추락하는 요리사는 날개가 없다

草人! 2023. 9. 19. 14:23
작성

© 草人 최광민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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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최광민] 푸틴 vs 라스푸틴: 추락하는 요리사는 날개가 없다

요약

[© 최광민] 블로그 운영 및 후원

순서

  1. 라스푸틴의 요리사, 푸틴
  2. 푸틴의 요리사, 프리고진
  3. 라스푸틴 vs 푸틴

한때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며 총애받던 전직 요식사업가이자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23년 8월 24일 모스크바 인근 상공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누가 죽인 건지는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리고리 라스푸틴, Wikimedia Commons


# 라스푸틴의 요리사

제정 러시아에 태어나 짜르 니콜라이 2세, 레닌, 스탈린, 흐루쵸프를 거쳐 브레즈네프가 소비에트 연방 서기장이 되던 시절까지 살았던 스피리돈 이바노비치 푸틴 (1879 - 1965)이란 사람이 있다.

그는 15살 때 러시아 제국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비에트 시절에는 레닌그라드)로 상경해 아스토리아 호텔 주방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이 호텔은 사치 좀 안다는 제정 러시아 시절의 귀족, 관리, 인텔리겐챠들이 즐겨찾던 곳이기도 했다.

요리사 푸틴은 이 호텔에서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황실을 쥐락펴락하던 자칭 수도사이자 신비가인 그리고리 라스푸틴의 시중을 들기도 했는데, 푸틴의 시중과 요리에 만족한 라스푸틴이 1루블 금화를 주면서 자기 성 '라스푸틴'과 유사하다며 그를 주목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후 푸틴은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 후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페르로그라드 (구,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후 1918년 러시아아와 소비에트연방 (소련)의 새 수도가 된 모스크바로 이주했는데, 모스크바로 옮긴 후엔 블라디미르 레닌의 요리사로 채용되었고, 1924년 레닌 사후에는 스탈린의 요리사가 되었고, 스탈린 사후부터 1965년 86세로 죽기 직전까지도 공산당 유관기관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아마도 KGB 의 전신인 NKVD 소속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스피리돈 푸틴은 피비린내 나는 수차례의 권력숙청에서도  무사히 살아남은 처세의 달인이었던 것임에 분명하다. 그의 아들과 손자 모두 KGB에서 일했다.

그에겐 네 아들이 있었는데, 둘은 독소전쟁에서 전사했고, 한 아들은 무사히 귀환했고, 다른 한 아들은 전투 중 부상으로 불구가 되었다. 이 아들이 현재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아버지다.

소비에트 최고권력자들의 밥상을 평생 접대했던 할아버지로선, 러시아 최고권력자로 밥상을 수십 년째 받고 있는 손자가 더없이 자랑스러울지도.


블라디미르 푸틴, Wikimedia Commons




# 푸틴의 요리사

블라디미르 푸틴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창립한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절도상해죄로 젊은 시절 약 10년 간 복역을 마친 후 소비에트 연방 붕괴 후 길거리 핫도그 장사로 큰 돈을 모아 그걸 바탕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주요도시에 고급 레스토랑을 인수/운영하면서 요식업 재벌이 된다.

이후 프리고진은 그가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을 자주 찾은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정관계 인사들과 연줄을 만들어 크렘린의 연회음식 납품을 수주하면서 일약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기 시작했고, 러시아 재벌 올리가르히의 반열에 올랐다. 

음식재료에 들어갈 소/돼지 도축에 실증이 난 건지 아니면 그저 인간백정이 되고 싶었던 건지, 뜬금없이 프리고진은 러시아 군부를 뒷배로 한 용병그룹 "바그너 그룹"이란 용병기업을 창설한다. 

유대인 혈통인 프리고진이, 유대인을 혐오했던 (그래서 히틀러와 나찌가 극진히 사랑했던) 독일 음악가 바그너의 이름을 딴 "바그너"를 자신의 기업명으로 삼다니 이런 아이러니! 게다가 한때의 자기 주군 블라디미르 푸틴의 아버지를 불구로 만든게 히틀러와 나찌가 아닌가. 애초에 '바그너'란 이름을 고른 것은 네오나치 성향의 바그너 애호가인 공동창업자 드미트리 웃킨이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Wikimedia Commons


# 추락하는 요리사는 날개가 없다

러시아 제국의 붕괴와 소비에트 공산정권의 철권지배 하에 험란한 세월을 보냈지만, 권력이 바뀌어도 그저 요리사로만 85세까지 자리를 보존했던 라스푸틴의 요리사 스피리돈 푸틴과, 자신의 근본(!)을 모르고 수틀린다고 모스크바까지 탱크를 몰고 21세기 짜르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시위를 벌였다가 결국 예상된 바처럼 공중에서 비명횡사한 푸틴의 요리사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운명은 아마도 한때 동화/삽화작가를 꿈꾸기도 했던 그 자신이 출판한 동화책 내용에 이미 예언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프리고진이 쓰고 친히 삽화를 그렸던 동화책 {인드라구직 Indraguzik}은 큰 극장의 상들리 속에 살던 소인가족 남매 이야기를 다룬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인드라구직 Indraguzik}


책 뒷부분의 에피소드에서 이 소인가족은 자신들이 살던 상들리에가 소인들은 일반인 크기로 만들 수 있는 마법의 능력을 가진 걸 알게 된다. 자신들의 출신지를 알아내 인드라구직과 친구들은 인드로구지아란 땅을 찾아가 그곳의 왕을 만나는데, 이때 인드라구직은 왕의 통치를 돕기 위해 자신의 상들리에를 이용해 이 왕의 몸을 커지게 하려다가 잘못해서 그만 거인을 만들어 버렸다. 큰 덩치를 가지곤 인드리구지아 사람들을 다스리기는 커녕 실수로 백성들을 다 죽일 수도 있다고 판단한 왕은 소인들인 인드라구직 사람들을 다스리려면 자신도 역시 작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다시 작게 만들어 달라고 인드라구직에게 요청한다는 이야기.

요리사 프리고진도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커진 탓에 날개가 부러져 추락해 버린 셈. 자기가 쓴 책을 좀 가까이 두고 계속 읽었으면 좋을 뻔 했다.

2023년 9월 1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차르 김정은 북조선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공화국의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요리사 프리고진이 욕심만 부리지 않았으면, 아마 그날도 "푸틴의 요리사"로서 푸틴과 김정은 시중을 들며 막후실세 임을 뽐냈을지도 모른다.




# 라스푸틴 vs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이 고향 국립 레닌그라드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을 졸업하고 KGB 경력을 갓 시작했을 무렵, 보니엠은 디스코의 명곡 {라스푸틴}을 발표했다.





Rasputin 

-- Boney M.
-- 번역: 최광민

There lived a certain man in russia long ago
He was big and strong, in his eyes a flaming glow
Most people looked at him with terror and with fear
But to moscow chicks he was such a lovely dear

옛날 러시아에 어떤 사람이 살았어
눈이 이글거리는 크고 힘쎈 사람이었지
대개들 그를 보곤 공포에 질렸다지만
모스크바 여자들 한텐 다정한 자기였다지

He could preach the Bible like a preacher
Full of ecstacy and fire
But he also was the kind of teacher
Women would desire

강렬하고 열정적인 설교자처럼
성경을 설교했는데, 동시에 
여자들이 원하는 그런 걸 
가르쳐주는 자이기도 했어

Ra ra rasputin
Lover of the russian queen
There was a cat that really was gone

라. 라. 라스푸틴
러시아 황후가 총애한 자
정말 막 나간 놈이었지

Ra ra rasputin
Russias greatest love machine
It was a shame how he carried on

라. 라. 라스푸틴
희대의 러시아 색골
한 짓이 참 가관이었어

He ruled the russian land and never mind the czar
But the kasachok he danced really wunderbar
In all affairs of state he was the man to please
But he was real great when he had a girl to squeeze

러시아를 휘두르면서 차르는 안중에도 없었는데
그래도 카자흐춤 하나는 끝내줬어
국정이 그의 비위를 맞춰 돌아갔는데
제일 소질을 보인건 여자 안는 거였어.

For the queen he was no wheeler dealer
Though shed heard the things hed done
She believed he was a holy healer
Who would heal her son

그에 관한 소문이 들려와도
황후에게 만큼은 사기꾼이 아니었는데
자기 아들을 고친
영험한 치유자라고 믿었거든

Ra ra rasputin
Lover of the russian queen
There was a cat that really was gone

라. 라. 라스푸틴
러시아 황후가 총애한 자
정말 막 나간 놈이었지

Ra ra rasputin
Russias greatest love machine
It was a shame how he carried on

라. 라. 라스푸틴
희대의 러시아 색골
한 짓이 참 가관이었어

But when his drinking and lusting and his hunger
For power became known to more and more people,
The demands to do something about this outrageous
Man became louder and louder.

그의 주색과 권력욕이
항간에 점점 알려지자
이 황당한 놈을 처리해야 한다는 원성이
더 커지기 시작했어

This mans just got to go! declared his enemies
But the ladies begged dont you try to do it, please
No doubt this rasputin had lots of hidden charms
Though he was a brute they just fell into his arms

정적들은 그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여자들은 그러지 말라고 애원했지
라스푸틴 한텐 숨겨진 매력이 많았던 거야
잔인한 놈이었는데, 여자들은 그 품에 안겨버렸거든.

Then one night some men of higher standing
Set a trap, theyre not to blame
Come to visit us they kept demanding
And he really came

어느날 밤, 지체높은 남자들이 덫을 놨는데
그들을 욕할 건 없지.
한번 보자고 계속 찔러댔더니
어느날 그가 정말로 온거야.

Ra ra rasputin
Lover of the russian queen
They put some poison into his wine

라. 라. 라스푸틴
러시아 황후가 총애한 자
그들은 포도주에 독을 탔어.

Ra ra rasputin
Russias greatest love machine
He drank it all and he said I feel fine

라. 라. 라스푸틴
희대의 러시아 색골
한 잔 들이키더니 술맛 좋다고 했다지

Ra ra rasputin
Lover of the russian queen
They didnt quit, they wanted his head

라. 라. 라스푸틴
러시아 황후가 총애한 자
사내들은 끝장을 보려고 했고

Ra ra rasputin
Russias greatest love machine
And so they shot him till he was dead

라. 라. 라스푸틴
희대의 러시아 색골
죽을 때까지 그에게 총질을 했어

Oh those Russians

아... 러시아 놈들이란 ....


각설하고,

이 노래가사는 결정적 오류가 있는데, 디스코는 포에버 (Disco Forever) 인 탓에 이 노래 가사 속 "오류" 하나도 디스코의 영원한 선율 함께 또한 영원하게 박제될 듯하다.

라스푸틴이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곳은,

모스크바가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 였기 때문.

모스크바 젊은 처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라스푸틴이 아니라, 라스푸틴 암살로부터 94년 후 러시아를 지배하던 라스푸틴의 요리사 스피리돈의 손자,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이었다.

2010년 러시아 2대 대통령에 이어 총리로 재임하던 푸틴에게, 싱싱한 모스크바의 - 그것도 러시아 최고명문 국립 모스크바 대학의 여대생들은 헐벗은 자태로 달력사진을 찍어10월 7일 58세 생일을 맞는 푸틴에게 생일축하를 날린다.

Владимир Владимирович, мы вас любим. Happy Birthday, Mr. Putin!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우린 당신을 사랑해요. 생일축하해요, 푸틴씨!


2010년 발행 달력, Happy Birthday, Mr. Putin!


푸틴 (Путин)의 어원은  путный [putniy] - 대체로 "바른 길, 정도", 그에 반해 라스푸틴 (Распутин)의 어원은 распутный [rasputniy] - 즉 "벗어난 길, 사도". 사실 두 이름은 정확히 다른 뜻인데, 그래도 두 사람은 한가지 면에서 정확히 같았다.

Most people looked at him with terror and with fear
But to moscow chicks he was such a lovely dear

대개 그를 보면 두려움과 공포에 질렸지만
(모스크바) 여자들 한텐 다정한 자기였다지

No doubt this rasputin had lots of hidden charms
Though he was a brute they just fell into his arms

(라스)푸틴 한텐 숨겨진 매력이 많았던 거야
잔인한 놈이었는데, 여자들은 그 품에 안겨버렸거든.


나. 나. 난 푸틴 ...

OH, THOSE RUSSIANS ...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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