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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즉문즉설: 게마트리아 (Gematria)란?

草人! 2023. 1. 20. 15:20
작성

© 草人 최광민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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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즉문즉설: 게마트리아 (Gematria)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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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즉문] 판플들
  2. [즉설] 최광민





# [즉문] 판플들

안녕하세요 최근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겨 질문 드립니다. 

찾아보니 성경 그중에서도 구약 성경에 게마트리아가 많이 이용됐다고 하는데 무엇인지 잘 몰라 질문을 드리고자 왔습니다 

  1. 게마트리아가 무엇인가 
  2.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가 
  3. 신약에서는 어떻게 쓰였는지 
  4. 게마트리아가 중요하게 쓰였는지 정도가 있겠네요




# [즉설] 최광민

히브리어에서 게마트리아 (gematria)란 건 문자와 숫자를 대응시켜 단어의 뜻을 숫자로 암호화 하는 기술이라고 보시면 제일 간단할 겁니다.


고대의 표음문자 체계 가운데서 숫자들에 대응하는 기호들이 지정되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믄데요, 가령 그리스어나 라틴어, 히브리어 등에는 숫자에 따로 지정된 기호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신 문자에 수를 대응해서 표시하게 되는데, 이걸 이용하면 문자로 표기된 단어를 수치로 재코딩할 수 있겠죠? 그 기술이 게마트리아 입니다. 가령, 히브리어 첫 자음인 알레프 =1, 두번째 자음인 베트 =2, 세번째 김멜 = 3 .... 이런 식으로 대응시키는 거죠.

구약성서에 게마트리아 기술이 "많이 사용되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고, 그런 식으로 어떤 단어를 후대의 랍비들이 해석했다 라고 보시는게 정확합니다.

신약성서에서 아마 제일 유명한 게마트리아는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짐승의 표"를 설명할 때 사용된 666일텐데요, {계시록}에서는 666을 "짐승의 숫자"로서 그 숫자가 어떤 "사람"을 뜻한다고 적었죠.

이를 두고 여러 해석들이 있지만, 아마도 기독교를 핍박한 "네로 황제"를 게마트리아로 코딩한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보편적으로 많이 받아들여지는 해석입니다.

가령, "네로 황제"를 그리스어로 하면 "네론 케사르"인데, 이때 그리스어 표기를 약간 수정해서 히브리어 알파벳에 대응하면 Nron Qsr 식이 되겠죠? 이걸 히브리어 게마트리아에 적용하면 50 + 200 + 6 + 50 + 100 + 60 + 200 해서 666 이 됩니다.

흥미롭게도, 어떤 그리스어 파피루스 사본에선 짐승의 수/이름이 666이 아니라 616이라고 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경우는 아마 그리스어가 아니라 라틴어의 "네로 카이사르 Nro Qsr" - 즉, 50에 해당하는 n 을 빼고 합산해서 666 - 50 = 616 이 된 듯 합니다. 아마 로마 당국에서 탄압받던 AD 1세기 후반 상황에서 로마 황제의 이름을 대놓고 표기할 수 없어 이렇게 암호화 한게 아닌가 추측하고들 있습니다. 그런데 확정된 건 아닙니다.

위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게마트리아는 의도하는 단어를 살짝 수정하는 방식으로 666을 원하는 사람에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가령, 네로 대신 이슬람교의 교조인 무함마드의 이름을 그리스어 식으로 살짝 바꿔 "마오메티스"란 식으로 표기한 후 후 그리스어 알파벳에 적용한 게마트리아를 사용해 666을 합으로 계산해 내는 그런 트릭인거죠.

네로가 아니라 "가이우스 칼리귤라" 황제를 그리스어로 써놓고 거기에 그리스어 게마트리아를 적용시키면 이 또한 616이 됩니다.

그러니까 뭔가 심오해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억지로 짜맞추기도 쉬운 트릭입니다. 숫자에 맞추려고 알파벳을 넣다 뺐다하는 트릭도 난무하고요 (특히 모음)

게마트리아 운운하면서 단어에 숨어있는 뭔가 신비적인 의미를 풀어내려는 주장들은 한번 의심해 가면서 보시길 권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초기 기독교 이단들인 영지주의 (그노시스)에서 이런 트릭을 사용해서 자신들의 신비주의 주장들을 펼쳤고 교부들도 그런 해석법을 비판했습니다. 그래서 정통 기독교 역사에선 게마트리아가 결코 주류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습니다.

草人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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