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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그노시스와의 인연?: 데미안, 에리히 폰 데니켄, 윌리스 반스톤
草人!
2022. 8. 2. 13:12
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4-08-17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그노시스와의 인연?: 데미안, 에리히 폰 데니켄, 윌리스 반스톤
순서
© 최광민, Kwangmin Choi, 2004-08-17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그노시스와의 인연?: 데미안, 에리히 폰 데니켄, 윌리스 반스톤
순서
- 데미안
- 에리히 폰 데니켄과 {원초복음서}
- 윌리스 반스톤
아브락사스 (출처: Wikimedia Commons)
§ 데미안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겠지만, 내가 처음으로 '그노시스 gnosis' 혹은 '영지(주의)'에 대해 접하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무렵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통해서였다.
{데미안}은 일종의 성장소설이긴 하지만 그 모티프는 그노시스에 상당한 뿌리를 두고 있다. 가령, 카인/아벨에 관한 데미안의 이야기는 2-3세기의 카인파 그노시스의 주요 주장을 옮긴 것이다. 몇년 전에 공개된 논란많은 {유다복음서}는 바로 이들 그룹의 주요 텍스트였다. {데미안}에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모티프로는 바실리데스파 그노시스의 신 "아브락사스"를 들 수 있겠다.
그 책에서 막스 데미안 / Max Demian은 이렇게 말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이 세계를 뜻하지.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리고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The bird fights its way out of the egg. The egg is the world. Who would be born must destroy a world. The bird flies to God. That God's name is Abraxas.
소설 속의 고전 선생인 폴렌스/Follens 박사는 또 이렇게 말한다.
아브락사스는 보다 깊은 의미를 가진 것으로 드러난다. 우리는 이 이름을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어떤 신의 이름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거지.
It appears that Abraxas has much deeper significance. We may conceive of the name as that of the godhead whose symbolic task is the uniting of godly and devilish elements
싱클레어가 만난 음악가 피스토리우스/Pistorius는 말한다.
Sinclair, our god's name is Abraxas and he is God and Satan and he contains both the luminous and the dard world. Abraxas doesn't take exception to any of your thoughts or any of your dreams. Never forget that. But he will leave you once you become blameless and normal. Then he will leave you and look for a different vessel in which to brew his thoughts.
싱클레어, 우리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고, 그는 신이자 사탄이야. 빛과 어둠을 함께 가지고 있지. 아브락사스는 너의 어떤 생각이나 꿈에 예외를 두지 않아. 그런 건 잊어라. 그러나 아브락사스는 일단 네가 완전하고 정상이 되면 너를 떠날거야. 널 떠난 아브락사스는 자신의 생각을 키워낼 다른 그릇을 찾아 나서지.
어린 귀에 뭔가 심오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나중에 AD 2/3세기의 교부들인 이레네우스나 히폴리투스 등의 저작을 통해 그노시스에 관한 체계적인 독서를 시작한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사실 {데미안}에 등장하는 이 아브락사스는 AD 2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그노시스였던 바실리데스파의 그것과 차이가 있었다.
{데미안}의 아브락사스는 바실리데스의 원전에서 인용된 것이라기 보다는, 심층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1916년 작 {죽은 자를 향한 7가지 설교, Septem Sermones ad Mortuos, The Seven Sermons To The Dead}에서 그 원형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융은 그의 정신의학적 탐구를 "연금술"에 올인하기 이전까지만해도 "그노시스"에 서구인의 정신을 이해하고 치유할 해답이 있다고 여겼었다.
융의 이 책은 "동서가 만나는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바실리데스에 의해 씌여진 / , Written By Basilides in Alexandria, the City where the East Toucheth the West"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은 융의 순수 창작물이다. 헤르만 헤세는 융의 책에서 직접 인용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다시 변용해서 {데미안}에 삽입했다.
{데미안}의 아이디어는 이 책의 6번째 설교에 등장한다. (Translation by H. G. Baynes)
사실 나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로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훨씬 재미있었고, 아브락사스 이야기 빼고는 {데미안}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의 시들은 대체로 좋아했다.
§ 에리히 폰 데니켄과 {원초복음서}
다음 해인 중2 때, 방과 후 학교 도서관에서 사서보조로 일하던 반 친구를 도와 학교 서고에서 오후를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도서관들 처럼 우리 학교 도서관도 개가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책은 서고 속에 들어있었고, 그 서고를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도서담당 선생님과 방과 후에 책정리를 하던 내 친구(와 나) 뿐이었다.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괴력난신 (怪力亂神)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흥미에 부합할 만한 약 10권 짜리 시리즈물을 서고에서 발견했다. 그것은 {지구는 우주인의 동물원}이라는 해외의 유명한 전집이었다. 이 전집에는 {신들의 전차, Chariots of the Gods? (1968)}등 베스트셀러를 쓴 에리히 폰 데니켄 (Erich von Däniken) 의 저작이라든지, 기타 UFO/아틀란티스/괴물/심령과학 등 관련된 내용들이 총 망라되어 있었고, (별로 인생에 도움은 되지 않지만) 그 방면의 지식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도 폰 데니켄의 저작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폰 데니켄은 "고대인의 외계인 접촉 기록"으로 동서의 여러 문서들을 인용하면서, 기독교 위경 중 하나인 {야고보의 원초복음서 / Protoevangelium of James / infancy gospel of james}의 한 부분을 인용했는데, 이 문서에서 예수 탄생 시 "시간이 멈춘 것"으로 묘사된 장면을 "외계인 UFO에 의한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기록"으로 가정했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접한 기독교 위경/Psudodephigrapha의 "텍스트"였다.
문서 속에서 작성자가 예수의 형제 야고보라고 주장되고는 있지만, 이 위경 문서는 아마도 AD 150년 무렵에 기록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서는 초기 기독교 전설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참고가 되고 있는데, 가령 {야고보의 원초복음서} 속에는 4권의 정경 {복음서}에 등장하지 않는 마리아의 부모관계 (요아킴 + 안나)라든지, 마리아가 12살까지 성전에서 살았던 유년기 이야기라든지 (이 이야기는 4권의 정경 {복음서}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코란}에는 등장한다), 요셉은 전처 소생 사이에서 여러 자식을 둔 홀아비 늙은이라든지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신약성서에 언급된 예수의 형제/자매가 마리아의 다른 자식이 아니며 예수 만이 마리아의 아들이고 이후 마리아는 요셉 사이에서 다른 자식을 갖지 않았다는 현 로마카톨릭/정교회의 전통과 일치점을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설명은 네 권의 정경 {복음서}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이슬람교의 {코란}에는 확정적인 "사실"로 기록되어 있다.
참고로, 위경 {원초복음서}의 이야기는 마리아의 탄생과 성장과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성전에서 마리아는 천사로부터 양식을 받아먹으며 12살까지 성장한다. 12살이 되자 마리아의 부모는 마리아를 어찌해야 할지 대제사장 자카리아에게 묻는다. 자카리아는 지성소에 들어가서 신탁을 받아오는데, 신은 자카리아에게 말하길 유대아의 홀아비들에게 막대기를 하나씩 가지고 오면 신이 마리아의 배필을 지정해 주겠다고 명한다. 그래서 요셉을 홀아비들이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성전에 모인다. 막대기를 모두 모아다가 기도를 한 후 대제사장은 막대기를 나눠주는데 신의 징조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요셉이 막대기를 받았을때, 갑자기 비둘기가 막대기에서 나와 요셉의 머리로 날아갔다. 요셉은 자신이 "자식들도 있고 늙었기 때문에, 마리아처럼 어린 여인을 아내로 들일 수 없다"며 사양하지만, 신의 뜻을 두려워하라는 자카리아의 말을 받아들이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한다. 그의 역할은 성령으로 잉태한 마리아를 "지키는" 일이었다. 이 일화 역시 네 권의 정경 {복음서}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코란}에는 아주 유사한 나레이션으로 등장한다.
산달을 맞이한 마리아를 이끌고 베들레헴에 간 요셉은, 출산이 임박한 마리아과 그의 "두 아들"을 동굴에서 기다리게 하고 산파를 찾아나선다. 산파를 찾아나섰을 때, 요셉은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이 멈춘 것을 발견한다. 별은 운행을 멈추고 모든 생명체는 움직임을 멈췄다. 마침내 산파를 찾은 요셉이 산파와 함께 동굴로 돌아오는데, 동굴 위에 빛나는 구름이 머물고 있었다. 이때 동굴 안에서 엄청난 빛이 발산된 후 빛이 잦아들자 마리아는 갓 태어난 예수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부분을 인용한다. (tr. Roberts-Donaldson)
흠, 이 위경 {야고보의 원초복음서}는 폰 데니켄의 주장처럼 과연 UFO 접촉기록인 것일까?
각설하고, 이 {원초복음서}야말로 내가 최초로 접한 "그노시스" 텍스트였다. 단 {야고보의 원초복음서}가 그노시스측 문헌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들이 있다.
§ 윌리스 반스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해서는 중앙도서관 서고 2층의 인문학 서고 귀퉁이에서 공부하기를 즐겼다. 나는 이공계지만 왠지 인문학 서고에 앉아있으면 "고상"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즐겨앉던 자리의 바로 앞 책장에서 발견한 책 가운데 하나가 그런 위경들을 집결하고 분석해 놓은 고전학자/시인 윌리스 반스톤(Willis Barnstone)의 책이었다. 아브락사스, 피스티스 소피아, 에녹서, 도마복음서, 사해사본... 얼마나 흥미롭게 읽었던지! 그 옆에 있던 그노시스/위경문서 관련 책은 지금은 제목을 기억할 수 없는 한국어 책이었는데, 첫 페이지에 "자신의 신앙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주의하시오"란 식의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다시 8년이 흘렀다.
작년 이맘때의 블루밍턴.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한달 간 어떤 집에 묵게 되었는데, 그 집은 인디애나 대학의 한 교수가 (아마도 여행 중이라서) 한동안 세를 내주고 있는 집이라고 했다. 나는 서브리스를 하는 것이라서 집 주인을 직접 만날 일은 없었다. 그 집에는 큰 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는 온갖 고서들이 가득했다. 주인의 서고를 구경하던 중, 나는 그 집이 바로 그 "윌리스 반스톤"의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http://en.wikipedia.org/wiki/Willis_Barnstone
윌리스 반스톤은 퓰리쳐상을 받은 시인이자, 그리스어, 히브리어 학자이며, 성서비평학 전문가이다. 동시에 그의 3대가 모두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그노시스 문헌들과 위경들을 모아 편집한 {The Other Bible}과 {The Gnostic Bible}는 그노시스에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피해가기 힘든 책들이다.
나는 그를 알지만, 그는 나를 모른다.
하지만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해야겠지?
草人
융의 이 책은 "동서가 만나는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바실리데스에 의해 씌여진 / , Written By Basilides in Alexandria, the City where the East Toucheth the West"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은 융의 순수 창작물이다. 헤르만 헤세는 융의 책에서 직접 인용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다시 변용해서 {데미안}에 삽입했다.
{데미안}의 아이디어는 이 책의 6번째 설교에 등장한다. (Translation by H. G. Baynes)
Sermo VI
The daemon of spirituality descendeth into our soul as the white bird. It is half human and appeareth as desire-thought.
The serpent is an earthy soul, half daemonic, a spirit, and akin to the spirits of the dead. Thus too, like these, she swarmeth around in the things of earth, making us either to fear them or pricking us with intemperate desires. The serpent hath a nature like unto woman. She seeketh ever the company of the dead who are held by the spell of the earth, they who found not the way beyond that leadeth to singleness. The serpent is a whore. She wantoneth with the devil and with evil spirits; a mischievous tyrant and tormentor, ever seducing to evilest company. The white bird is a half-celestial soul of man. He bideth with the Mother, from time to time descending. The bird hath a nature like unto man, and is effective thought. He is chaste and solitary, a messenger of the Mother. He flieth high above earth. He commandeth singleness. He bringeth knowledge from the distant ones who went before and are perfected. He beareth our word above to the Mother. She intercedeth, she warneth, but against the gods she hath no power. She is a vessel of the sun. The serpent goeth below and with her cunning she lameth the phallic daemon, or else goadeth him on. She yieldeth up the too crafty thoughts of the earthy one, those thoughts which creep through every hole and cleave to all things with desirousness. The serpent, doubtless, willeth it not, yet she must be of use to us. She fleeth our grasp, thus showing us the way, which with our human wits we could not find.
With disdainful glance the dead spake: Cease this talk of gods and daemons and souls. At bottom this hath long been known to us.
사실 나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로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훨씬 재미있었고, 아브락사스 이야기 빼고는 {데미안}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의 시들은 대체로 좋아했다.
§ 에리히 폰 데니켄과 {원초복음서}
다음 해인 중2 때, 방과 후 학교 도서관에서 사서보조로 일하던 반 친구를 도와 학교 서고에서 오후를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도서관들 처럼 우리 학교 도서관도 개가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책은 서고 속에 들어있었고, 그 서고를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도서담당 선생님과 방과 후에 책정리를 하던 내 친구(와 나) 뿐이었다.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괴력난신 (怪力亂神)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흥미에 부합할 만한 약 10권 짜리 시리즈물을 서고에서 발견했다. 그것은 {지구는 우주인의 동물원}이라는 해외의 유명한 전집이었다. 이 전집에는 {신들의 전차, Chariots of the Gods? (1968)}등 베스트셀러를 쓴 에리히 폰 데니켄 (Erich von Däniken) 의 저작이라든지, 기타 UFO/아틀란티스/괴물/심령과학 등 관련된 내용들이 총 망라되어 있었고, (별로 인생에 도움은 되지 않지만) 그 방면의 지식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도 폰 데니켄의 저작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폰 데니켄은 "고대인의 외계인 접촉 기록"으로 동서의 여러 문서들을 인용하면서, 기독교 위경 중 하나인 {야고보의 원초복음서 / Protoevangelium of James / infancy gospel of james}의 한 부분을 인용했는데, 이 문서에서 예수 탄생 시 "시간이 멈춘 것"으로 묘사된 장면을 "외계인 UFO에 의한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기록"으로 가정했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접한 기독교 위경/Psudodephigrapha의 "텍스트"였다.
문서 속에서 작성자가 예수의 형제 야고보라고 주장되고는 있지만, 이 위경 문서는 아마도 AD 150년 무렵에 기록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서는 초기 기독교 전설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참고가 되고 있는데, 가령 {야고보의 원초복음서} 속에는 4권의 정경 {복음서}에 등장하지 않는 마리아의 부모관계 (요아킴 + 안나)라든지, 마리아가 12살까지 성전에서 살았던 유년기 이야기라든지 (이 이야기는 4권의 정경 {복음서}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코란}에는 등장한다), 요셉은 전처 소생 사이에서 여러 자식을 둔 홀아비 늙은이라든지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신약성서에 언급된 예수의 형제/자매가 마리아의 다른 자식이 아니며 예수 만이 마리아의 아들이고 이후 마리아는 요셉 사이에서 다른 자식을 갖지 않았다는 현 로마카톨릭/정교회의 전통과 일치점을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설명은 네 권의 정경 {복음서}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이슬람교의 {코란}에는 확정적인 "사실"로 기록되어 있다.
참고로, 위경 {원초복음서}의 이야기는 마리아의 탄생과 성장과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성전에서 마리아는 천사로부터 양식을 받아먹으며 12살까지 성장한다. 12살이 되자 마리아의 부모는 마리아를 어찌해야 할지 대제사장 자카리아에게 묻는다. 자카리아는 지성소에 들어가서 신탁을 받아오는데, 신은 자카리아에게 말하길 유대아의 홀아비들에게 막대기를 하나씩 가지고 오면 신이 마리아의 배필을 지정해 주겠다고 명한다. 그래서 요셉을 홀아비들이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성전에 모인다. 막대기를 모두 모아다가 기도를 한 후 대제사장은 막대기를 나눠주는데 신의 징조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요셉이 막대기를 받았을때, 갑자기 비둘기가 막대기에서 나와 요셉의 머리로 날아갔다. 요셉은 자신이 "자식들도 있고 늙었기 때문에, 마리아처럼 어린 여인을 아내로 들일 수 없다"며 사양하지만, 신의 뜻을 두려워하라는 자카리아의 말을 받아들이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한다. 그의 역할은 성령으로 잉태한 마리아를 "지키는" 일이었다. 이 일화 역시 네 권의 정경 {복음서}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코란}에는 아주 유사한 나레이션으로 등장한다.
산달을 맞이한 마리아를 이끌고 베들레헴에 간 요셉은, 출산이 임박한 마리아과 그의 "두 아들"을 동굴에서 기다리게 하고 산파를 찾아나선다. 산파를 찾아나섰을 때, 요셉은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이 멈춘 것을 발견한다. 별은 운행을 멈추고 모든 생명체는 움직임을 멈췄다. 마침내 산파를 찾은 요셉이 산파와 함께 동굴로 돌아오는데, 동굴 위에 빛나는 구름이 머물고 있었다. 이때 동굴 안에서 엄청난 빛이 발산된 후 빛이 잦아들자 마리아는 갓 태어난 예수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부분을 인용한다. (tr. Roberts-Donaldson)
8. And her parents went down marvelling, and praising the Lord God, because the child had not turned back. And Mary was in the temple of the Lord as if she were a dove that dwelt there, and she received food from the hand of an angel. And when she was twelve years old there was held a council of the priests, saying: Behold, Mary has reached the age of twelve years in the temple of the Lord. What then shall we do with her, test perchance she defile the sanctuary of the Lord? And they said to the high priest: Thou standest by the altar of the Lord; go in, and pray concerning her; and whatever the Lord shall manifest unto thee, that also will we do. And the high priest went in, taking the robe with the twelve bells into the holy of holies; and he prayed concerning her. And behold an angel of the Lord stood by him, saying unto him: Zacharias, Zacharias, go out and assemble the widowers of the people, and let them bring each his rod; and to whomsoever the Lord shall show a sign, his wife shall she be. And the heralds went out through all the circuit of Judaea, and the trumpet of the Lord sounded, and all ran. 9. And Joseph, throwing away his axe, went out to meet them; and when they had assembled, they went away to the high priest, taking with them their rods. And he, taking the rods of all of them, entered into the temple, and prayed; and having ended his prayer, he took the rods and came out, and gave them to them: but there was no sign in them, and Joseph took his rod last; and, behold, a dove came out of the rod, and flew upon Joseph's head. And the priest said to Joseph, Thou hast been chosen by lot to take into thy keeping the virgin of the Lord. But Joseph refused, saying: I have children, and I am an old man, and she is a young girl. I am afraid lest I become a laughing-stock to the sons of Israel. And the priest said to Joseph: Fear the Lord thy God, and remember what the Lord did to Dathan, and Abiram, and Korah; how the earth opened, and they were swallowed up on account of their contradiction. And now fear, O Joseph, lest the same things happen in thy house. And Joseph was afraid, and took her into his keeping. And Joseph said to Mary: Behold, I have received thee from the temple of the Lord; and now I leave thee in my house, and go away to build my buildings, and I shall come to thee. The Lord will protect thee.
(중략)
18. And he found a cave there, and led her into it; and leaving his two sons beside her, he went out to seek a widwife in the district of Bethlehem. And I Joseph was walking, and was not walking; and I looked up into the sky, and saw the sky astonished; and I looked up to the pole of the heavens, and saw it standing, and the birds of the air keeping still. And I looked down upon the earth, and saw a trough lying, and work-people reclining: and their hands were in the trough. And those that were eating did not eat, and those that were rising did not carry it up, and those that were conveying anything to their mouths did not convey it; but the faces of all were looking upwards. And I saw the sheep walking, and the sheep stood still; and the shepherd raised his hand to strike them, and his hand remained up. And I looked upon the current of the river, and I saw the mouths of the kids resting on the water and not drinking, and all things in a moment were driven from their course.19. And I saw a woman coming down from the hill-country, and she said to me: O man, whither art thou going? And I said: I am seeking an Hebrew midwife. And she answered and said unto me: Art thou of Israel? And I said to her: Yes. And she said: And who is it that is bringing forth in the cave? And I said: A woman betrothed to me. And she said to me: Is she not thy wife? And I said to her: It is Mary that was reared in the temple of the Lord, and I obtained her by lot as my wife. And yet she is not my wife, but has conceived of the Holy Spirit. And the widwife said to him: Is this true? And Joseph said to her: Come and see. And the midwife went away with him. And they stood in the place of the cave, and behold a luminous cloud overshadowed the cave. And the midwife said: My soul has been magnified this day, because mine eyes have seen strange things -- because salvation has been brought forth to Israel. And immediately the cloud disappeared out of the cave, and a great light shone in the cave, so that the eyes could not bear it. And in a little that light gradually decreased, until the infant appeared, and went and took the breast from His mother Mary. And the midwife cried out, and said: This is a great day to me, because I have seen this strange sight. And the midwife went forth out of the cave, and Salome met her. And she said to her: Salome, Salome, I have a strange sight to relate to thee: a virgin has brought forth -- a thing which her nature admits not of. Then said Salome: As the Lord my God liveth, unless I thrust in my finger, and search the parts, I will not believe that a virgin has brought forth.
흠, 이 위경 {야고보의 원초복음서}는 폰 데니켄의 주장처럼 과연 UFO 접촉기록인 것일까?
각설하고, 이 {원초복음서}야말로 내가 최초로 접한 "그노시스" 텍스트였다. 단 {야고보의 원초복음서}가 그노시스측 문헌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들이 있다.
§ 윌리스 반스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해서는 중앙도서관 서고 2층의 인문학 서고 귀퉁이에서 공부하기를 즐겼다. 나는 이공계지만 왠지 인문학 서고에 앉아있으면 "고상"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즐겨앉던 자리의 바로 앞 책장에서 발견한 책 가운데 하나가 그런 위경들을 집결하고 분석해 놓은 고전학자/시인 윌리스 반스톤(Willis Barnstone)의 책이었다. 아브락사스, 피스티스 소피아, 에녹서, 도마복음서, 사해사본... 얼마나 흥미롭게 읽었던지! 그 옆에 있던 그노시스/위경문서 관련 책은 지금은 제목을 기억할 수 없는 한국어 책이었는데, 첫 페이지에 "자신의 신앙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주의하시오"란 식의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다시 8년이 흘렀다.
작년 이맘때의 블루밍턴.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한달 간 어떤 집에 묵게 되었는데, 그 집은 인디애나 대학의 한 교수가 (아마도 여행 중이라서) 한동안 세를 내주고 있는 집이라고 했다. 나는 서브리스를 하는 것이라서 집 주인을 직접 만날 일은 없었다. 그 집에는 큰 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는 온갖 고서들이 가득했다. 주인의 서고를 구경하던 중, 나는 그 집이 바로 그 "윌리스 반스톤"의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http://en.wikipedia.org/wiki/Willis_Barnstone
윌리스 반스톤은 퓰리쳐상을 받은 시인이자, 그리스어, 히브리어 학자이며, 성서비평학 전문가이다. 동시에 그의 3대가 모두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그노시스 문헌들과 위경들을 모아 편집한 {The Other Bible}과 {The Gnostic Bible}는 그노시스에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피해가기 힘든 책들이다.
나는 그를 알지만, 그는 나를 모른다.
하지만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해야겠지?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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