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규원, {개봉동 ...}
草人!
2022. 7. 3. 23:49
작성
© 草人 최광민 2022-07-02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개봉동, 오규원, 시
순서
© 草人 최광민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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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개봉동, 오규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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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동과 장미
- 개봉동의 비
-- 오규원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1978)
개봉동 입구의 길은
한 송이 장미 때문에 왼쪽으로 굽고,
굽은 길 어디에선가 빠져나와
장미는
길을 제 혼자 가게 하고
아직 흔들리는 가지 그대로 길 밖에 선다.
보라 가끔 몸을 흔들며
잎들이 제 마음대로 시간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장미는 이곳 주민이 아니어서
시간 밖의 서울의 일부이고,
그대와 나는
사촌(四寸)들 얘기 속의 한 토막으로
비 오는 지상의 어느 발자국에나 고인다.
말해 보라
무엇으로 장미와 닿을 수 있는가를.
저 불편한 의문, 저 불편한 비밀의 꽃
장미와 닿을 수 없을 때,
두드려 보라 개봉동 집들의 문은
어느 곳이나 열리지 않는다.
개봉동의 비
-- 오규원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1978)
천우사 약방 앞길
여자 배추장수 돈 주머니로 찾아드는 비
땅콩장수 여자 젖가슴으로 찾아드는 비
사과장수 남자 가랑이로 찾아드는 비
그러나 슬라브 지붕 밑의 시간은 못 적시고
슬라브 지붕 페인트만 적시는 비
서울특별시 개봉동으로 편입되지 못한
경기도 시흥군 서면 광명리의 실룩거리는
입술언저리에 붙어있는
잡풀의 몸 몇 개만 버려놓는 비
천우사 약방 앞길
여자 배추장수 돈 주머니로 찾아드는 비
땅콩장수 여자 젖가슴으로 찾아드는 비
사과장수 남자 가랑이로 찾아드는 비
그러나 슬라브 지붕 밑의 시간은 못 적시고
슬라브 지붕 페인트만 적시는 비
서울특별시 개봉동으로 편입되지 못한
경기도 시흥군 서면 광명리의 실룩거리는
입술언저리에 붙어있는
잡풀의 몸 몇 개만 버려놓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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