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신경림, {비에 대하여}
草人!
2021. 11. 16. 12:40
Wikimedia Commons
비에 대하여
- 신경림
땅속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너는
나무에 잎을 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때로는 땅갗을 뚫고 솟거나 산기슭을 굽돌아
샘이나 개울이 되어 사람을 모아 마을을 만들고
먼 데 사람까지를 불러 저자를 이루기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심술이 나면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땅속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너는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으로 물고 할켜
나무들 줄줄 피 흘리고 상처나게 만들고 더러는
아예 뿌리째 뽑아 들판에 메다꽂는다
마을과 저자를 성난 발길질로 허물고
두려워 떠는 사람들을 거친 언덕에 내평개친다
하룻밤새 마음이 가라앉아 다시 나무들 열매 맺고
사람들 새로 마을을 만들게 하는 너를 보고
사람들은 하지만 네가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너를 좇아 만들고 허물고 다시 만들면서
너보다도 더 사나운 발길질과 주먹질로 할퀴고 간
역사까지도 끝내는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 신경림
땅속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너는
나무에 잎을 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때로는 땅갗을 뚫고 솟거나 산기슭을 굽돌아
샘이나 개울이 되어 사람을 모아 마을을 만들고
먼 데 사람까지를 불러 저자를 이루기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심술이 나면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땅속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너는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으로 물고 할켜
나무들 줄줄 피 흘리고 상처나게 만들고 더러는
아예 뿌리째 뽑아 들판에 메다꽂는다
마을과 저자를 성난 발길질로 허물고
두려워 떠는 사람들을 거친 언덕에 내평개친다
하룻밤새 마음이 가라앉아 다시 나무들 열매 맺고
사람들 새로 마을을 만들게 하는 너를 보고
사람들은 하지만 네가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너를 좇아 만들고 허물고 다시 만들면서
너보다도 더 사나운 발길질과 주먹질로 할퀴고 간
역사까지도 끝내는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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